볼보 2021년식 XC40을 시승했다. 2021년식 XC40은 지난 8월 국내에 출시된 신차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됐다. 신형 XC40의 경우 B4 엔진으로 제원상 출력 변화는 7마력 상승에 불과하나, 최적화로 일상주행에서의 동력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S60, V60 CC, XC40에 이어 S90, V90 CC까지 XC90과 XC60을 제외한 전 라인업의 파워트레인을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B'엔진으로 교체했다. 친환경과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도 눈에 띈다.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먼저 탈 디젤을 선언하고 이같은 빠른 전동화를 완성한 결과, 볼보와 폴스타는 유럽연합이 규정한 2020년 CO2 배출량을 초과 달성해 포드 등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탄소 배출권을 판매했다. 또한 유럽 PHEV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에 올랐다.

XC40은 지난 2018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볼보 SUV 라인업을 완성하는 엔트리 모델로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된 수납공간을 지녔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상품성을 통해 국내에서 '볼보=6개월 대기'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모델이기도 하다.

신형 XC40의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 전동화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통합형 스타터-제네레이터와 작은 배터리팩을 통해 감속시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발진이나 가속시와 같은 엔진의 힘을 크게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전기모터가 구동돼 힘을 더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근 유럽차를 중심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으로 풀 하이브리드 차량과 달리 시스템이 단순하고, 이질감이 적어 선호된다. 또한 시스템 추가로 인한 비용이 크지 않아 가격 상승 요소가 적다. 특히 아이들링 스탑 동작이 아주 부드럽다.

볼보 XC40은 귀여운 외관 디자인으로 인해 작은 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차로 접하면 꽤나 큰 차체 크기가 확인된다. 전장 4425mm, 전폭 1875mm, 전고 1640mm, 휠베이스 2702mm다. 폭스바겐 티구안 대비 전폭(+60)과 휠베이스(+22)는 길고, 전장(-60)은 짧다.

XC40의 독특한 프로포션은 상위 모델인 XC60 보다 SUV 다운 디자인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XC40의 외관 디자인 요소를 다른 브랜드에서 상당 부분 차용해 이제는 어딘가 익숙해 보이지만, 프로포션과 크기에서 전달되는 독특함은 여전하다. 특히 후면부에서 매력적이다.

실내의 기본적인 디자인과 구성은 다른 볼보 라인업과 유사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과 전자식 계기판,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XC40에서 XC60이나 XC90으로 차를 바꿔도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통일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레이아웃을 갖는다.

시트포지션은 다소 높은 설정으로 넓은 전방시야가 확보된다. 높은 전고로 인해 실내의 개방감은 좋은 수준이다. 시트는 CMA 플랫폼 적용 모델을 위해 새롭게 제작됐다. 2열의 경우 시트 등받이가 상당히 길게 설정돼 착좌감이 좋다. 등받이 기울기 조절은 되지 않는다.

XC40의 실내는 엔트리 모델임에도 소재와 옵션 구성이 우수하다. 상위 모델과는 다른 내장재를 사용했지만 시각적으로나 촉각에서 저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엔트리 모델을 앞다퉈 확대하고 벤츠나 BMW의 소재가 다소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설정이다.

시승한 차량은 XC40 인스크립션으로 실내에서는 크리스탈 기어 노브,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360도 카메라가 추가된다. XC40 모멘텀이 4670만원, 인스크립션이 5130만원으로 460만원의 가격 차이지만 인스크립션의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다.

신형 XC40에는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AWD 사륨구동 시스템이 조합된다. 엔진은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30.6kgm, 전기모터는 14마력, 4.1kgm를 더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8.5초, 복합 연비는 10.4km/ℓ(도심 9.3, 고속 12.2)다.

XC40의 B4 엔진은 일상주행에서 매끄럽게 차의 속도를 높여간다. 전기모터가 제외된 기존 T4 엔진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충분하다. 초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터보의 힘을 증폭시켜 준 영향도 있지만, 전기모터가 더해지며 늘어난 저회전에서의 힘이 전달된다.

동일한 배기량에서 저출력 터보엔진은 고출력 유닛 대비 초기 반응성에서 잇점을 갖는데, XC40은 전기모터가 추가되며 장점이 부각됐다. 고속으로 접어들어도 힘이 뻣어나가는 감각이 한결 수월하다. 과거 XC40의 가속력이 답답한 가속력이 이제야 해결된 감각이다.

XC40 인스크립션의 승차감은 과거와 미묘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기존 모델은 다소 느슨한 감각인데, 현재 시승하는 모델은 부드러움에 탄탄함을 15% 정도 더한 느낌이다. 참고로 XC40 모멘텀과 인스크립션에는 다이내믹 섀시가, R-디자인에는 스포츠 섀시가 적용된다.

다양한 차량을 시승해 보면 어떤 차는 달리고 싶게 만드는, 어떤 차는 편안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대표적으로는 포르쉐나 BMW는 전자에, 벤츠는 후자에 속한다. 볼보 XC40은 후자에 가까운 모델이다. 규정 속도에 맞춰 운전하며 밖을 내다보고 싶은 차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곳은 바로 오디오다. 볼보는 예전부터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기본형 모델의 오디오 조차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모멘텀에는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가, 인스크립션에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가 탑재된다.

다양한 브랜드와 차량에 탑재되는 하만카돈 오디오는 XC40에서는 바우어&윌킨스와 유사하게 선명한 고음을 강조해 들려준다. 중저음 보다는 가수의 섬세한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새차 냄새가 거의 없고, 공기 청정 시스템이 내장된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XC40 전 트림에는 파일럿 어시스트 등 인텔리세이프 어시스트로 불리는 능동형 안전장비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파일럿 어시스트 중 선택할 수 있는데, 파일럿 어시스트 선택시 강한 차선유지보조가 동작해 장거리 운전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차선유지보조는 60km/h 이상 고속은 물론 저속에서도 동작되는데, 차선이 희미한 국도에서도 꽤나 우수한 차선 인식률을 보여줬다. 볼보 차량에는 추가적으로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기능이 추가돼 졸음 운전이나 운전자 착각으로 인한 도로 밖 이탈을 방지해 준다.

볼보 XC40은 여성 운전자가 특히 좋아할 아이디어가 적용됐다. 갑티슈를 수납할 수 있는 센터콘솔, 바로 앞에 마련된 내장형 휴지통, 노트북 수납도 가능한 도어 포켓, 쇼핑백을 걸어놓을 수 있는 고리와 트렁크, 텀블러까지 수용하는 넉넉한 크기의 컵홀더가 확인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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