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신규 파워트레인 라인업 XC90 B6 인스크립션을 시승했다. XC90 B6는 기존 T6를 대체하는 고효율, 고출력 가솔린 라인업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특히 MHEV 적용으로 매끄러운 재시동이 인상적이며, 260만원 내려간 가격도 주목된다.

볼보는 가솔린과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구성된 기존 모델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완전히 단종시켰다. 이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가솔린 엔진 라인업은 기존 T5나 T6에 전기모터와 소형 배터리를 추가해 B5와 B6로 변경하는 작업을 최근 완성했다.

볼보는 지난 2019년 10월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신형 XC90을 국내에 선보였다. 부분변경을 통해 내외관 디자인의 디테일을 고급화한데 이어 2021년 2월 마일드 하이브리드 적용까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모든 볼보 라인업은 하이브리드다.

XC90 B6에는 2.0리터 가솔린 트윈차저 엔진과 전기모터, 8단 자동변속기와 AWD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2.8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6.7초, 공차중량은 2160kg이다. 복합연비는 9.2km/ℓ(도심 8.0, 고속 11.2)다.

기존 XC90 T6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kgm로 최고출력은 줄어들고 최대토크는 상승했다. 제원상 출력이 줄어들었만 실제 주행에서 힘의 여유로움은 T6 보다는 신형 모델인 XC90 B6 쪽이 앞선다. 전기모터->슈퍼차저->터보차저가 힘을 더한다.

볼보의 파워트레인은 잠깐 짚어줄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대배기량 차량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볼보, 사브는 일찍이 다운사이징 터보를 도입했다. 볼보는 엔진 모듈화를 통해 2.0리터 터보엔진에 다양한 출력을 설정하는데, 300~405마력의 고출력까지 소화한다.

일반적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정차와 재출발시에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 대부분의 양산차에 적용되는 아이들링 스탑(ISG)은 엔진을 정지시키거나 재시동시 진동과 소음을 만들어내는데, XC90 B6는 하나로 통합된 스타터와 제네레이터를 통해 진동이 거의 없다.

특히 XC90 B6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 중에서도 재시동과 엔진 정지시의 진동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시내주행에서 엔진이 멈추고 다시 돌아가는 과정에서의 불쾌감 때문에 ISG 스위치를 꺼 놓는 운전자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친환경적인 설정이다.

볼보 XC90의 실내 디자인과 구성은 여전히 감각적이다. XC90의 국내 출시가 2016년 3월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대단히 앞선 모습이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을 가죽으로 감싸고 금속과 나무를 입체적으로 조합한 디자인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가 떠 오르는 구성이다.

볼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인정한다는 시트는 소재와 착좌감이 최상급이다. 1열의 경우 기본적인 움직임은 물론 요추 받침과 버킷 조임, 레그 서포트, 안마 기능에 통풍까지 지원한다. 특히 고정식 헤드레스트의 위치가 절묘한데, 거북목을 유도하지 않아 좋은 설정이다.

XC90의 실내는 동급에서도 상당히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데, 제네시스 GV80과 비교하면 차이가 굉장히 크다. XC90은 2열 공간의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로울 뿐만 아니라, 3열 시트를 세운 상황에서도 꽤나 쓸만한 트렁크 공간을 제공해 실질적인 7인 여행을 지원한다.

XC90의 강점으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얘기할 수 있다. 고출력 엔진을 동반하는 대형 SUV에서 서스펜션의 부드러움과 단단함의 조율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XC90은 아주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하는데, 저중속에서의 나긋나긋한 승차감은 2열 승차시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고속주행에서도 부드러움은 유지되는데, 그립이 뛰어난 타이어와의 분업이 효과적이다. 타이어 교체시 지나치게 컴포트한 타이어로 교체할 경우 성능을 충분히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콘크리트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면 하부에서의 소음이 유입되는 점은 아쉽다.

XC90 B6 인스크립션에는 바워스&윌킨스 오디오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기본형 모델인 XC90 모멘텀의 오디오 조차 업계 평균을 넘어서지만, 바워스&윌킨스 시스템은 차내에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음원에 손이 가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고유한 성향이 옅어지는 최근에도 차의 성향은 상당히 갈린다. 주행성능을 강조한 BMW 조차도 부드러움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부드러움에서 시작해 민첩성을 더하는 볼보와는 부드러움의 결이 다르다. 볼보와 여행하면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볼보 XC90의 강점 중 하나는 실내 공기질이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의 경우 법적으로 공기질에 규제를 두어 과거보다는 신차 냄새가 줄었지만 여전히 두통을 유발한다. 반면 XC90은 신차임에도 두통이 없다. 알러지 프리 소재와 공기청정시스템도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

볼보는 XC90에 사고를 예방하는 능동적 안전장비를 대부분 집어 넣었다. 자동 제동은 물론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충돌 회피까지 지원한다. 선행 차량이나 도로 밖으로의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에 추가로 반대 차선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회피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운전보조장치의 경우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파일럿 어시스트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데, 파일럿 어시스트 선택시 조향 개입이 비교적 정확하고 매끄럽다. 최신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도 놓치기 쉬운 고속도로의 램프 구간에서의 조향 지원을 유지하는 차량 중 하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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