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룡이 감독·주연한 영화가 등장했다. 비록 세월의 흔적은 느낄 수 있지만 유쾌함은 그대다. 물론 성룡이 몸을 던지는 ‘리얼액션’도 여전하다. 재치 넘치는 액션 연출에 옷, 의자 등 사물을 이용하는 성룡 특유의 격투신 매력도 잃지 않았다.
언제나 편안 마음으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것이 성룡 영화의 장점이고 그가 추구하는 영화관이다.

이달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차이니즈 조디악’은 성룡판 ‘인디아나 존스’다. 성룡이 1980년대부터 해왔던 ‘용형호제’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보물과 유적을 찾는 것은 비슷하지만 차이니즈 조디악에서는 미션임파서블을 능가할 정도의 첨단 장비와 액션, 캐리비안의 해적에 필적하는 모험이 함께 등장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지역에서부터 개봉을 시작한 차이니즈 조디악은 이미 1억6000만달러(약 1735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며 흥행 신화를 세우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보물사냥꾼 JC(성룡)가 중국의 역사적인 보물을 다시 찾아오는 것. 언제나 그랬듯 우여곡절 끝 해피앤딩이다. 하지만 이번엔 과정이 좀 지루하다. 중간 중간 극의 흐름이 끊이는 부분도 많고 불필요한 장면도 적지 않다.
특히 스티브유(한국명 유승준)가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작위적이다. 소속사 연예인을 어떻게든 영화에 출연시키겠다는 과욕이 엿보인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스티브유는 그동안 뭔가 잘못 먹었는지 몸이 거대해졌고 연기력은 더 형편 없어졌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미국적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에 비해 권상우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중국어 연기도 수준급이다. 더빙 기술이 우수해선지 한국말을 할 때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패기는 없어도 존재감은 성룡 못지않다. 특히 성룡과 투샷에 잡힐 때면 우월한 외모와 신체 비율이 더욱 빛난다.
영화에는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제품 홍보가 두드러진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은 모두 삼성의 제품이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베라크루즈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악당의 차라는 것이 함정. 그래도 프랑스의 대저택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현대차는 꽤나 인상적이다. 중국에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의 관객이 이 영화를 볼테니 광고효과가 탁월할 듯 싶다.

영화에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롤스로이스 팬텀 등 최고급 차량도 등장하며 프랑스의 클래식카도 볼 수 있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는 진지한 주제나 시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저 가볍게 팝콘 먹으며 데이트의 한 코스로 극장을 찾을 때 좋은 선택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