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노골적인,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영화가 이달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8년 발표된 마이클코넬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이 변호사는 왜 링컨을 탈까’, ‘매튜맥커너히가 타는 링컨 차는 특별할까’ 등, 제목만으로도 다양한 의문이 생긴다. 특정 브랜드 명이 등장하는 노골적인 제목에 관객들은 차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참고로, 제목에 등장하는 ‘링컨’은 이 차의 브랜드 이름일 뿐 미국 16대 대통령 아브라함링컨과는 전혀 상관없다.
영화의 오프닝크레딧부터 링컨 차의 구석구석이 보인다. 엠블럼과 휠, 헤드램프, 앞모습과 옆모습 등이 LA의 시내 모습과 교차되며 한편의 CF와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감각적인 영상에 빠져들 때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뒷돈을 챙기는 속물 변호사의 차가 이런 올드카였어?’

영화의 등장하는 차는 링컨 타운카의 1세대 모델이다. 타운카는 링컨의 대표적인 고급세단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국빈, 상원의원들의 의전차량으로 주로 쓰이며 가장 미국적인 고급세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뒷돈을 주머니에 챙겨 넣는 젊은 변호사와는 오히려 모순적인 느낌이다. 초호화세단이나 스포츠카로 허세를 부릴 법도 하지만 법조인만큼 자국의 전통이 서린 올드카를 타고 다닌다는 설정이다. 이 모습은 주인공을 애국적이며 사려 깊은 성품을 지닌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차를 통해 주인공의 모순적인 성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링컨 타운카는 매우 미국적인 차라 할 수 있다. 외관에서 풍기는 강한 남성스러움과 투박한 모습은 유럽 고급 세단과는 확연히 다르다. 5m 56c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도 미국 차가 아니고선 보기 힘든 특징 중 하나다. 4.9리터의 V8 엔진과 걸맞지 않는 4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무겁고, 큰 차체를 움직인다.
반면 링컨 타운카는 편안한 승차감이라는 장점도 갖췄다. 국빈들의 의전차량으로 쓰이는 것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주인공 미크할러는 주요 업무를 사무실이 아닌 차안에서 해결한다. 수많은 사건 자료를 검토하고 기록하며 분석한다. 영화에서 링컨 타운카는 방해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차로 설정돼 있는 것이다.

2시간의 달하는 영화는 전반부의 꽉 조여 놓은 매듭이 후반부로 갈수록 헐거워지는 느낌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감흥이 없을 정도로 밋밋하며 뻔한 반전은 어깨를 쳐지게 만든다. 케이블방송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CSI시리즈’나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헐리웃 영화에서는 추격전을 통해 놀라운 성능으로 긴장감을 높여주는 차는 많았다. 다양한 튜닝과 멋진 드레스업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 차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묵묵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주고, 시놉시스를 관통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차는 흔치 않다.
주인공은 왜 초호화세단이나 스포츠카를 타지 않았을까? 변호사가 타는 구식 링컨 타운카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