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발레파킹 일을 하고 있는데 대뜸 ‘페라리 F430 스파이더’가 들어와서 차주가 키를 주고 간다면 기분이 어떨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지루한 영화를 보며 계속 든 생각 중 하나였다. 영화 속에서는 발레파킹 직원이 상당히 좋아하며 키를 넘겨받는다. 사실 영화 속에서 ‘페라리 F430 스파이더’는 멋진 모습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등장만으로도 멋지긴 하지만 성능을 뽐내며 질주하는 모습은 하나도 없다. 우렁찬 배기음을 뽐내며 지하주차장을 박차고 나가서 외계생명체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지구를 구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지하주차장을 박차고 나가자마자 울트라리스크의 발에 짓밟혀 박살난다.

‘페라리 F430’은 2004년 파리 모터쇼에서 선보인 이래, 2009년 까지 생산됐다. ‘페라리 F360(이하 F360)’의 후속 모델로 F360의 인기를 이어가면서도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 포르쉐의 ‘911 GT 시리즈’와의 경쟁에서도 승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으며 탄생한 차량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F360을 더욱 세련되고 강인하게 다듬었다. 앞모습의 디자인은 F360보다 해드램프의 크기와 굴곡을 줄이면서 위쪽으로 배치시켜 더욱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뒷모습은 ‘엔초 페라리’와 많이 닮아있어 ‘리틀 엔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엔초 페라리’의 차체 윗부분으로 돌출된 리어램프 형태와 프랜싱 호스의 배치, 디퓨저의 굴곡, 머플러를 부드럽게 다듬은 느낌이다. ‘페라리 F430’은 튀거나 각진 부분들을 최소화하여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매끈한 느낌을 준다.

‘페라리 F430’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4,308cc V8 엔진이 장착되어있다. 최대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47.4 kg·m, 최고속도 310km/h를 자랑한다. 가속력을 가늠하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4.1초다. ‘페라리 F430’의 특징은 이러한 주행 성능이 전부가 아니다. ‘페라리 F430’은 F1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자동차이다. 양산차 최초로 전자식 디퍼렌셜인 ‘E-Diff’ 기술이 도입되었다. ‘E-Diff’는 코너를 돌 때 안쪽 휠과 바깥쪽 휠의 회전 차이를 허용하고 조절하면서 동력을 균등하게 배분해주는 역할을 한다. ‘E-Diff’는 코너링과 위급상황에서 최적의 상황으로 자동차를 제어하며 최상의 안정감과 드라이빙을 제공한다. 이 밖에 스티어링 휠에 달린 주행모드 선택 스위치 ‘마네티노(Manettino)’는 sport, race, winter, cst off 등의 다섯 가지 모드를 지원해준다. 간편한 싱글 로터리 스위치로 운전자는 손쉽게 서스펜션, 트랙션 콘트롤, 가속 등의 차량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비록 영화 <스카이라인> 속에서 ‘페라리 F430 스파이더’는 달려보지도 못하고 최후를 맞지만 현실에서 ‘페라리(Ferrari)’는 끝없는 지평선, 스카이라인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페라리(Ferrari)’를 가슴에 품고 성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신화로 두근거림을 주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달릴 것이다.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