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 마법사들의 마법전쟁이 시작됐다. 영화 ‘마법사의 제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환타지아’의 동명 에피소드의 실사판이다. 월트 디즈니, 제리 브룩하이머, 존 터틀타웁이 제작했으며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니콜라스 케이지, 일명 케서방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자체는 솔직히 그저 그렇다. 스토리 자체도 재미없고, 신선함도 떨어진다. 영화 속에서 마법을 쓰는 3D 장면 또한 유치하다.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라면, 딱 한 장면이 있다. 영화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신(Scene)이면서 영화에서 가장 멋진 신이다.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SLR 맥라렌과 페라리 F430의 도심 추격신이다. 요즘 마법사들은 빗자루 대신 슈퍼카에 눈이 가는 모양이다. 어쨌든, 영화에서 보기 힘든 두 차량의 모습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흥밋거리다.

'SLR 맥라렌’은 1955년 양산차로서는 최초로 걸 윙 도어 쿠페인 '300SL'의 21세기 버전이다. '300SL'의 경주용 버전인 ‘300SLR’은 당시 강력한 성능으로 각종 레이스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1955년 르망24시 레이스에서 접촉사고가 일어나고 '300SLR'가 폭발하면서 관중석으로 날라갔다. 이 사고로 인해 80명 이상이 사망하게 되었고, 벤츠는 모든 자동차레이싱에 불참을 선언했고 ‘300SLR'은 생산이 중단되었다.
반세기가 지난 현재, 과거의 영광를 재현하기 위해 벤츠에서 야심차게 만든 자동차가 바로 'SLR 맥라렌’이다. ‘SLR 맥라렌’은 1999년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졌고, 200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1주일에 단 10대씩, 7년 동안 3500대만 한정 생산됐다. 이 자동차는 벤츠와 맥라렌, AMG가 합작한 벤츠 최고의 GT다.

레이싱카의 피가 흐르는 ‘SLR 맥라렌’은 고전적인 레이싱카의 구조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앞부분이 길고 뒷부분이 짧은 구조를 하고 있다. 공격적인 앞모습은 벤츠의 패밀리룩의 디자인이 녹아 있으며 앞바퀴 뒷부분에는 상어의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에어핀과 머플러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버퍼플라이 도어는 ‘SLR 맥라렌’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리어 스포일러는 최대 65도 까지 일어서서 에어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며 운전석에서 최대 30도 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AMG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5.438cc V8기통 SOHC엔진은 626마력, 334km/h의 최고속도를 내며 0km/h에서 100km/h 까지 걸리는 시간 일명 ‘제로백’은 불과 3.8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카본 충격흡수 구조를 갖춘 세계 최초의 양산차인 ‘SLR 맥라렌’는 이러한 화려하고 강력한 슈퍼카의 모습만 갖추고 있는게 아니라, 편의와 안전시설도 성능만큼이나 우수하다.

마법사도 탐내는 'SLR 맥라렌’는 강력한 성능한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티에리 앙리, 제이 레노, 로비 윌리엄스, 패리스 힐튼 등 많은 해외 유명 스타들이 애마로 사용하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모델을 재해석해 리메이크 된 'SLR 맥라렌’은 과거의 영광을 충분히 재현하며 슈퍼카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도심을 질주하는 실버애로우 'SLR 맥라렌’은 올 해 생산을 마지막으로 단종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언젠가는 더욱 강하고 예술적인 실버애로우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