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에서 A1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 A1 고속도로는 차가 막히는 법이 없다. 한시간 가량 달렸을까. 볼로냐에 도착했다. 이 곳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주변은 온통 밭. 정말 이런 시골에서 전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슈퍼카가 만들어진단 말인가.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 위치한 대형 공장에선 손으로 하루에 40억원의 가치를 생산한다.

람보르기니에 따르면, 지난해 람보르기니는 2011년 대비 30% 증가한 2083대를 판매했다. 이중 플래그십 모델 아벤타도르 LP700-4가 922대, 엔트리(?) 모델인 가야르도는 1161대가 판매됐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슈퍼카를 찾는 고객은 더욱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볼로냐 산타아가타에 위치한 람보르기니 공장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전세계에서 밀려오는 주문을 400여명의 작업자가 손수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끝이 까마득하게 보이는 넓은 공장이지만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거나 시간을 허비하는 작업자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차체 속으로 얼굴을 묻고 무언가에 몰두해있다.

람보르기니 급의 슈퍼카나 고급차가 대개 그렇듯 작업자들은 생산 라인에서 수작업으로 차체를 조립한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작업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정해진 시간에 따라 차체가 라인을 이동해야 되는 까닭에 작업자들은 잠시라도 한눈 팔세가 없다. 더욱이 이들이 만들어내는 차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한 라인에서 쿠페, 로드스터, 고성능 모델 등을 모두 함께 만들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수작업 공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고객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하루에 생산되는 차량 중 똑같은 차는 한대도 없다”면서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차체의 색상, 실내 소재나 가죽 색깔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어떤 고객은 자신의 부인이 하고 있던 립스틱과 동일한 색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공장에는 의외로 여성 작업자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을 맡는다. 예를 들어 가죽과 알칸타라를 재단하고 좌석, 대시보드 등에 씌우는 작업장에서는 여성 특유의 꼼꼼함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 작업도 의외로 강한 근력을 요한다. 주름이나 기포가 생기지 않게 치열하게 당기고 꾹 눌러야한다.

수작업 공정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15개 정도의 공정만 거치면 차가 완성된다. 작업자는 맡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면 된다. 단순노동이지만 이들은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든다는 열정과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능력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장인이다.
람보르기니 차량에는 고가의 부품이 장착되지만 이 공장에서 부품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조립과 최종 테스트만 진행된다. 람보르기니는 최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연구소와 공장을 신설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주요 부품은 전문 업체에서 생산을 맡아 이곳으로 배달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차는 하루에 총 10대 정도다. 가야르도는 하루 평균 5~6대가 생산되고 아벤타도르 LP700-4는 3~4대가 완성된다. 가격으로 따지면 약 40억원이다.
람보르기니는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차를 출시만 하면 몇년치 예약이 단번에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 공개한 아벤타도르 LP700-4 로드스터는 이미 사전계약을 통해 15개월치 주문이 완료됐다. 아벤타도르 쿠페 모델도 내년 주문에 꽉 차 있는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람보르기니는 세계에서 가장 느리게 차를 만들지만 그 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아벤타도르 생산 라인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연구소도 견학해보고 싶었지만 외부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된 까닭에 근처도 가보질 못했다. 공장안에 위치한 람보르기니 박물관도 번개불에 콩 궈먹듯 지나쳤다. 아쉬움이 크지만 아벤타도르 LP700-4 시승을 위해 서둘러 공장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