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서킷, 뉘르부르크링을 실제로 달려보니

지옥의 서킷, 뉘르부르크링을 실제로 달려보니

발행일 2012-10-09 00:37:31 독일 뉘르부르크=김상영 기자

‘그린헬’이라고 불리는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의 북쪽 서킷인 노르드슐라이페(Nordschleife).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내리막과 오르막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급격한 헤어핀과 수많은 블라인드 코너가 20km이상 꾸준하게 연결된 서킷. 이 서킷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성지(聖地)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수많은 드라이버가 여기서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혹독한 서킷인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탑라이더가 직접 경험하고 왔다. 

▲ 노르드슐라이페의 유명한 코너인 칼루세를 지나고 있는 스즈키 스위프트

◆ 뉘르부르크, 그곳은 독일 사람들 잘 모르는 작은 마을

뉘르부르크링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독일 쾰른에 숙소를 잡았다. 쾰른은 뉘르부르크와 가장 가까운 대도시다. 뉘르부르크는 쾰른에서 남쪽으로 70km,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120km 떨어져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 탑라이더 일행은 파리에서 벨기에,룩셈부르크를 거쳐 독일 뉘르부르크링으로 향했다

쾰른 사람들에게 뉘르부르크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무도 모른다. 다들 뉘른베르크(Nuremberg)로 잘못 알아듣는다. 현지인도 잘 모르는 시골에 거대한 규모의 서킷을 지은 이유는 뭘까.

뉘르부르크링이 생기기 전부터 뉘르부르크 지역은 자동차마니아들이 밤이면 레이스를 즐기는 곳이었다. 아이펠 산맥의 험한 지형은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하지만 인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안전한 서킷이 절실했다.

때마침 바이마르 공화국 정부는 실업자 구제 대책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이 절실히 필요했다. 서로 다른 의도였지만 목적은 똑같았다. 산맥을 휘감는 초대형 서킷을 만드는 것.

지난 1925년부터 공사가 시작돼 2년 동안 진행됐다. 당시 서킷의 길이는 28.3km. 1927년부터 서킷에서 경기가 열렸고 독일 전역에서 관객이 몰려들어 작은 시골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다.

▲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산을 크게 감싸고 있다

또 일반 도로를 서킷화했기 때문에 안전시설이 허술했다. 여전히 사고는 자주 일어났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부터 뉘르부르크링은 악명 높은 서킷으로 이름을 떨쳤다. 서킷 바닥에 새겨진 이름과 문구는 사고로 죽거나 심한 부상을 당한 드라이버를 위한 것이다.

◆ 뉘르부르크링은 어떤 곳인가

뉘르부르크링은 크게 북쪽 서킷인 노르드슐라이페와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남쪽 서킷인 GP-슈트레케 등 총 2개의 서킷으로 구성됐다.

흔히 뉘르부르크링하면 노르드슐라이페를 떠올린다. 노르드슐라이페는 현재 20.8km의 길이에 154개의 코너로 이뤄졌다. 서킷을 두바퀴만 돌아도 서울에서 수원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 급격한 경사의 코너도 코너지만 무엇보다 가장 험난한 것은 귀가 멍해질 정도로 심한 고저차다.

▲ 실제로 서킷을 가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고저차가 훨씬 심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사진에서도 차의 바퀴가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그란투리스모나 XBOX 포르자 등으로 대표되는 레이싱게임과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아무리 잘 달리는 스포츠카를 타고 서킷에 들어가도 마음 편히 제대로 밟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코스가 어렵다. 또 일반적인 코너같이 보여도 역뱅크로 돼있는 곳이 많고 노면 상태도 일정치 않아서 몇몇 구간에서는 사고가 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노르드슐라이페는 서킷이지만 속도 제한을 두는 구간이 몇 군데 있다.

노르드슐라이페에서는 차량과 드라이버의 실력이 극대화돼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를 만들면 바로 이곳으로 달려와 테스트를 한다. 

▲ 노르드슐라이페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양산차 닷지 바이퍼 SRT-10 ACR. 이 바이퍼는 노르드슐라이페를 7분 12초에 돌파했다

빠른 속도를 내야하는 것은 기본, 차체, 엔진,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저항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돼야 좋은 기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노르드슐라이페의 기록은 완성도가 높은 차량을 선별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된다.
 
GP-슈트라케는 F1 그랑프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트랙이다. 쥐트슐라이페 트랙의 일부분을 개량해 만들어졌다. 이 트랙에서는 F1 독일 그랑프리, 뉘르부르크링 1000km, 24시 내구레이스, 유럽 그랑프리,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 등의 대회가 열리고 있다.

◆ 실제로 노르드슐라이페를 달려보니

본인의 차량으로 서킷을 돌아도 되지만 뉘르부르크링 주변에는 다양한 렌터카 업체가 있다. 차종도 무척 다양하다. 비용만 넉넉하다면 최고급 슈퍼카로 서킷을 돌 수 있고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킷을 체험할 수도 있다.

▲ 서킷 주변에는 크고 작은 렌터카샵이 모여 있다

탑라이더가 빌린 차는 스즈키의 소형차인 스위프트. 기본적으로 레이싱에 적합하게 모든 파츠가 튜닝됐다. 125마력의 1.6리터 4기통 엔진, 5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제법 레이싱카같다. 불필요한 뒷좌석을 떼어내 무게를 줄였고 간소한 롤케이지와 버킷시트가 적용됐다.

고성능 차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막상 서킷에 들어가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동안 국내에서 경험했던 서킷과는 차원이 다르다. 브레이킹 포인트나 코너에서 알맞은 기어단수를 맞추기 쉽지 않다. 어깨엔 잔뜩 힘이 들어가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 탑라이더 김상영 기자가 노르드슐라이페를 질주하고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블라인드 코너의 연속이다. 다음 코너를 미처 볼 수가 없으니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동물적 감각으로 서킷을 도는 수밖에 없다.

마음은 훨훨 나는데 기어는 3단에 머무른다. 가뜩이나 렌터카 주인이 레드존을 넘기면 벌금을 내야할 수 있다고 겁을 줬기 때문에 초조하게 계기판을 봐야했다. 하지만 몇 바퀴 돌고 나니 차도 손에 익고 코너도 눈에 들어왔다.

▲ 오르막과 급코너, 코너와 반대로 경사진 역뱅크, 다음 코너를 볼 수 없는 시야 등 안좋은 조건은 다 갖췄다

어느덧 주변 경치도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우거진 산림과 뉘르부르크성까지 눈에 들어온다. 무섭게만 느껴졌던 ‘그린헬’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진다. 마치 뻥 뚫린 국도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노르드슐라이페는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은 이상 매일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철저한 안전교육 후 약간의 비용 지불만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그들의 문화가 너무나 부럽게 느껴진다.

▲ 우리도 언젠간 누구나 손쉽게 서킷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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