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시작된 제30회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는 몸의 언어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내초청작 '쉼의 철학'(이현범&최진주)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남녀의 신경전처럼 보인다. 다시 자세히 보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최진주의 세밀한 발동작, 이현범이 손가락으로 표현한 공간의 침범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목 씨름을 하는 포즈로 상대와 힘겨루기를 한 후 여자가 남자의 몸 위에 누웠다. 이때 남자는 바닥에서 등을 떼고 있는 상태라 상당히 힘겨운 상태다. 입으로도 '힘겹다'고 말하고 있다. 순식간에 자세를 바꾸고 여자의 허점을 파고든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한 결코 쉴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여기서 '쉼의 철학'이 도출되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자가 여자의 팔을 잡은 채 마치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듯 상대의 손으로 얼굴을 비비는 장면이다. 이어 자신의 땀을 쓱 닦아낸 후 상대의 얼굴에 뿌렸다. 이현범의 재치가 돋보이는 장면이자 '쉼의 철학'에 담긴 유쾌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무대였다.
두번째로 공연된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은 조명의 움직임으로 그 막을 열었다. 조명이 무대를 분할하더니 객석까지 자리했다. 이때 들리는 음향이 미리 관객들의 뇌리에 파고든다. 그 후 등장한 안무가 유호식은 리듬에 맞춰 손을 털기도 하고, 등을 보인 채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 구성에 중요한 모티브가 ‘영감’ 인만큼 즉흥적인 동작이 많다. 조명의 움직임과 함께 들었던 음악을 무용수의 음악과 다시 한번 들었을 때 떠오르는 관객 나름의 영감 역시 이 작품의 긍정적인 효과이다. ‘인스퍼레이션’은 2010년 12월 싱가폴의 국제 안무가전에서 초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은 다양한 몸의 언어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앞 두 작품에 이어 마지막 무대에 오른 ‘당신이 머문 자리는…? (이광석)’는 주인공 남녀의 음악과 춤을 달리해 각자의 추억을 회상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들은 따로 따로 몸짓을 보이기도 하지만 함께 서로의 몸이 엉키기도 했다.
여자 무용수의 다리근육과 발끝에서 탄생하는 회한에 찬 몸짓, 강한 비트에 맞춰 남자 무용수가 추는 골반 춤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인생 여행을 그려냈다. '사륜구동, 단칸방, 빈병' 등 음악과 함께 들리는 몇개의 단어에서 연상되는 과거, 무대 앞뒤로 달려오고 혹은 주저하는 현재, 하늘로 퐁퐁 날아오르고 싶어하는 미래가 몸의 언어로 표현됐다. 위의 세 작품은 19일 6시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차례 더 공연된다.
무용팬들은 설레게 하는 5월. '국제현대무용제 MODAFE가 온다.
이번 페스티벌은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한국공연예술센터(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를 비롯해 노을소극장, 마로니에공원 TTL야외무대 총 6개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총 7개국 24개 작품이 참가한 이번 행사의 개막작은 호주 청키 무브(Chunky Move)의 ‘커넥티드(Connected)’(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뉴미디어와 설치미술, 무용이 만난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특별히 제작한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과의 신체적인 연계를 통해 신체와 기계 모두에게 생기를 불어 넣을 예정이다.

이외 해외 초청작 '라스트 맨'(Last Man)(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한국 현대무용가의 딸 장혜주와 일본 부토무용가의 아들인 미츠다케 카사이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19금 작품도 초청됐다. 네덜란드의 안무가 ‘아이브기 & 그레벤’(Ivgi&Greben)이 선보이는 오브젝트(Object)(21일, 23일 아르코예술극장), 스위스 무용단 알리아스의 '사이드웨이스 레인'(Sideways Rain)(22일 대학로예술극장 ), 미국 안무가 안나 할프린의 작품을 재안무한 '퍼레이즈 앤드 체인지스, 리플레이 인 익스팬션'(Parades & Changes, replay in expansion)(29일, 아르코예술극장) 이 바로 그것. 이스라엘 안무가 버락 마셜의 '루스터'(Rooster)(25일, 아르코예술극장) 역시 빼놓치 않고 챙겨봐야 한다.
26일과 27일 양일간 열리는 국제공동 작품도 눈에 띈다. 한국&프랑스&일본의 다국적 어깨동무 프로젝트 '파 데 콰트르(Pas de Quatre)'(26일 2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한국의 무용가 남정호가 그 동안에 만난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가진 공연 예술가들과 함께 벌리는 열린 즉흥공연이다. 이번 모다페 2011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제1탄에는 프랑스 무용가 쟝 로랑 자스포타스, 일본 재즈음악가 사이토 테츠, 한국음악가 원 일이 남정호와 함께 의기투합해 모였다.

국내초청작 류석훈의 '나는 여기 있다'와 홍동표의 'Escape from Ⅱ – (Whereof)'는 23일 월요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이외 박혜진의 '모델 하우스(Model House)'김윤진의 음악에 대한 태도, 전미라의 '머더 어쓰(Mother Earth)'가 27일 관객을 기다린다.
한편,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한선숙 상명대 교수)가 주최하는 모다페는 국제 무용계의 최신 조류를 소개하고 해외무용의 흐름을 알리기 위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무용단을 초청해 대중성을 갖춘 작품으로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어왔다. 사회적 이슈부터 일상의 보편성에 기반을 둔 주제까지 다양한 화두로 소통해 왔으며, '춤'이라는 브랜드가 다양한 형식으로 존재하고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줘 한국의 대표적인 무용축제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