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소나타와 K5의 중형세단 전쟁으로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SM5 이외에 별다른 2000cc급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전쟁은 심심한 대결구도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준대형 세단의 전쟁도 있었다. 바로 K7, SM7, 알페온을 비롯한 국산 준대형을 비롯, 캠리, 어코드, 알티마 등의 수입 준대형까지 합세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전쟁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뭔가 빠져있다. 임팩트가 없어서 인가? 아니다. 그랜저가 없어서다.

2010년 그랜저 TG는 태어나서 가장 초라한 한 해를 보냈다. 2005년 4월 출시 이후 6년 동안 준대형 자동차의 절대 강자였던 그랜저는 앞서 언급한 새 옷을 입고 등장한 경쟁자들에 가려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고 지금은 손잡이를 잡고 뽑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랜저 HG가 1월 13일 전후에 국내에 공식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1년 첫 선을 보이는 국내 완성차가 될 것이다. 준비 했던 만큼 자신감을 갖고 선빵을 날리려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지난 12월 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첫 날 7000여대의 예약대수를 기록했다.

그랜저 HG 3.0 모델에는 3.0 람다 GDI 직분사 엔진이 탑재되어 270마력 31.6kg.m의 토크로 11.6km/l의 연비를 완성했다. 이는 캠리의 12.0km/l와 비슷하며 k7(11km/l), 알티마(10.3km/l), SM7(9.8km/l), 어코드(9.8km/l), 알페온(9.3km/l)보다 높다. 국내 준대형 최초로 무릎에어백이 기본사양으로 적용되었고, 차체자세제어장치(VDC), 샤시통합제어시스템(VSM), 버튼시동스마트키, 전후방 주차보조시스템 등의 편의 사양들이 기본 사양으로 채택되었다.

또한 국산차 최초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dvanced Smart Cruise Control)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기존의 정속상태 유지 크루즈 컨트롤에 비해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면서도 전방 차량과의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돌발상황 발생시 자동 정지 및 재출발 기능까지 적용되어 그 활용범위가 넓다.

가격 미공개 상태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그랜저 HG는 최첨단 시스템의 적용으로 럭셔리 그랜저(2700~4000만원)보다 높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되고 있다. 남의 집 잔치를 조용히 지켜보며 칼을 갈았던 그랜저. ‘너희가 즐거웠던 이유는 내가 없어서야!’ 라고 말하며 출시 이후 약 40만대의 누적 판매량을 자랑하던 옛 명성 그대로의 위엄을 보여줄지 얼마 남지 않은 출시 예정일이 기다려진다.
전승용 기자 car@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