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큰 인기를 끈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 라는 드라마를 기억한다면 드라마 속의 잘나가는 회사원 강세풍은 극중에서 부장으로 재직하다가 상무로 승진해 임원이 된다. 강세풍은 이 드라마에서 1991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쏘나타를 소유하는데 상무로 승진 후 그가 회사에 도착할 때마다 쏘나타에 내려 발레파킹 맡기고 출근하는 장면이 나온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의 플래그십 대형세단 그랜저가 부자를 상징하는 모델이라면 쏘나타는 성공한 중산층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차종이 다양하지 않고 획일적이었던 시대여서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나보다 높은 사람보다 더 좋은 차를 함부로 소유하기가 힘든 시대였기 때문에 30대 이하 젊은 사람들이 쏘나타를 감히 구매하기가 힘들었던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다.
또한 중형차는 소형차보다 더 크고 무거운 만큼 2.0L 가솔린 엔진이 주력 엔진이며 1.5L 소형차 대비 무겁고 엔진 배기량이 높기 때문에 연비가 낮을 수밖에 없으며 자동차세 또한 더 많이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금전적인 측면에서 주머니가 얇은 젊은 사람들이 첫차로 쏘나타를 구매하기 힘들었으며 대부분 첫차는 엑셀, 엘란트라 등 소형, 준중형차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선뜻 구매하기 힘들었던 중형차는 1가구 1대 마이카 시대를 거치면서 뒷좌석에 가족들이 탑승하는 대중적인 패밀리세단으로 발돋움했고 IMF시절 잠시 주춤했지만 IMF를 극복하고 21세기 들어 월별 베스트셀러 모델에 쏘나타 등의 중형차 비중이 크게 높아졌으며 중형차 구매연령층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도 중형차 = 배기량 2.0L 공식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배출가스 그리고 연비규제가 강화되며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기존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내는 다운사이징 엔진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중형차의 엔진 배기량이 반드시 2.0L 엔진이어야 한다는 공식은 희석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중형차 배기량은 2.0L가 주력이지만 1.6-1.7L 다운사이징 가솔린 디젤엔진이 출시되면서 주행거리가 많거나 중형차를 구매하고 싶지만 주력 모델인 2.0L 가솔린 모델의 경우 연간 52만원에 달하는 자동차세 그리고 연료비 부담 때문에 중형차 구매하기 선뜻 힘든 젊은 운전자들도 현재 출시되는 쏘나타, K5를 중심으로 중형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쏘나타, 기아 K5에서 선택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 중에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LPi 모델은 장애인, 렌터카, 택시사업자가 아닌 일반인은 구매할 수 없다. 현대 쏘나타에서만 선택할 수 있지만 기아 K5에서는 아직 탑재되지 않은 HEV(하이브리드), 그리고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가솔린, 디젤 엔진을 탑재한 일반 모델과 비교해서 구매가격이 비싸 20-30대 젊은 소비자 선택 비율이 낮을 것이다.
소형차 수준의 자동차세 강력한 동력성능을 겸비한 1.6 가솔린 터보 모델
2016년형 쏘나타 그리고 2세대 K5가 출시되면서 현대기아차 최초로 1.6L 가솔린 터보 엔진 그리고 1.7L 디젤 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종전 2.4L 가솔린 엔진을 대체하면서 2.4L 가솔린 엔진은 단종되었다.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벨로스터, K3 쿱 모델에도 탑재되지만 최고출력을 204마력에서 최고출력 180마력으로 줄였다. 대신 최대토크 수치는 27kg.m로 동일하며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을 1,750rpm에서 1,500rpm으로 낮춰 벨로스터, K3 쿱 대비 공차중량이 약 150kg 더 무겁지만 시내 주행에서 더 낮은 rpm으로 주행할 수 있게 되었다.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제원에 표기된 최고출력 자체는 낮지만 27.kg.m에 달하는 최대토크 그리고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6단 자동변속기가 아닌 물리적으로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7단 DCT 덕택에 일상적인 주행에서 종전 2.4L 엔진과 비교해서 가속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2016년형 쏘나타 출시될 때 현대차는 프리젠테이션에서 0-100km/h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0.2초 단축되는 등 전반적인 동력성능은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이 더 좋았다고 주장했다.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LF 쏘나타, K5 모델은 탑 퍼포먼스 모델인 2.0L 가솔린 터보 만큼은 아니지만 종전 2.4L 가솔린 모델을 능가하는 힘과 연비 덕택에 구매 및 유지부담이 적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2.0L 또는 2.4L 모델과 비교 시 자동차세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쏘나타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의 자동차세는 소형, 준중형차와 비슷한 자동차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쏘나타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의 연간 자동차세는 222,740원 여기에 지방교육세 30%를 가산하면 약 29만원을 자동차세를 부담하게 된다.
2.0L 가솔린 모델이 지방교육세 포함 약 52만원 그리고 지금은 단종된 2.4L 가솔린 모델 연간 자동차세가 지방교육세 포함 약 64만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의 최고 장점은 자동차세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중형차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은 르노삼성 SM5에서 TCE라는 모델명으로 먼저 출시했지만 TCE에 탑재되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정확한 배기량이 1,618cc로 18cc가 초과되어 cc당 200원으로 자동차세가 계산되기 때문에 SM5 TCE 구매 시 연간 자동차세는 지방교육세 포함 약 4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높은 경제성과 강력한 동력성능을 갖춘 쏘나타, K5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20-3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경제적인 중형 모델이며 경제성 뿐만 아니라 뛰어난 동력성능을 갖춰 와인딩 로드에서 스포츠주행을 해도 만족감이 클 것이다.
장거리 연비가 뛰어난 1.7 디젤 모델
최근 1.7L 디젤 엔진이 탑재된 기아 K5를 2박 3일 단독으로 시승했다. 2016년형 쏘나타, 2세대 K5 출시 때 시승하면서 경험한 1.7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41마력으로 현재 판매되는 쏘나타, K5 모델 중에서 마력이 가장 낮은 만큼 가속력 자체는 크게 와 닿진 않는다. 그러나 연비는 가장 좋으며 사용하는 연료 또한 1L 기준으로 가솔린보다 약 200원 낮은 디젤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 시 연료비 부담이 가장 적은 모델이기도 하다.
흔히 디젤 엔진은 연비는 좋지만 진동과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2004년 국내에서 디젤 승용차를 전면적으로 허용한 이후 소형, 준중형 급 모델에서 속속 디젤 모델이 출시 되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당시 중형차 모델인 NF 쏘나타, 로체 등에 143-151마력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하여 판매했었고 수동 6단 변속기가 적용된 모델은 높은 연비로 호평을 받았지만 진동과 소음이 크다는 평가와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더 비쌀 정도로 크게 치솟으면서 NF 쏘나타, 로체 디젤은 자연스럽게 단종되었다.
하지만 이후 경유가격이 다시 휘발유 가격 아래로 하락했고 기술개선 그리고 흡, 차음재 등을 대폭 적용하면서 현재 판매되는 쏘나타, K5 1.7L 디젤 모델의 경우 디젤 엔진의 대표적인 단점 진동과 소음을 크게 상쇄시켰다.
1.7L 디젤 엔진은 배기량이 낮아졌지만 34.1kg.m에 달하는 최대토크 덕택에 주행 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으며 7단 DCT는 1.7L 디젤 엔진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1.6L 가솔린 터보 모델과 다르게 1.7L 디젤 모델에는 정지 상태에서 시동이 꺼지고 출발할 때 시동이 걸리는 ISG 기능이 적용되었는데 ISG는 정차 상태에서 연비를 절약하는 장점이 있지만 시동이 꺼지고 다시 걸릴 때 진동과 소음이 크게 유입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 이러한 단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해당 모델을 소유한 오너들 중 일부는 이러한 ISG 기능을 일부러 OFF 시키기도 한다.
쏘나타, K5 1.7 디젤 모델의 경우 ISG 작동 시 진동과 소음 유입이 적어 다행이지만 출발할 때 자동 중립 상태에서 다시 D 레인지로 변경될 때 변경되는 타임이 늦는다는 단점이 있다. 성격 급한 운전자라면 ISG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출발할 때 늦게 기어가 변경되는 타이밍 때문에 짜증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단독 시승한 기아 K5 디젤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고속도로에서 100-140km/h 정도 속도를 내며 다른 자동차들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때때로 과속하며 주행해도 트립 기준으로 리터당 20km/l에 육박하는 높은 연비를 보여주었다. 장거리 출장이 많은 사람들이 보통 연비가 좋은 소형 디젤 승용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쏘나타, K5 1.7 디젤 모델 또한 소형 디젤 승용차에 버금가는 높은 연비를 보여주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이 잦은 운전자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며 소형 승용차보다 더 편안하고 덜 피곤한 운행을 보장할 것이다.
중형세단의 원조 쏘나타 더 날렵해진 기아 K5
최근 몇 년 동안 공간활용성이 뛰어나고 운전이 편리한 SUV가 유행하면서 중형차를 포함한 세단과 해치백 승용차 판매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형차의 경우 최근까지 연료비와 세금 부담이 큰 2.0L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연비와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중형차 대신 SUV 또는 수입 디젤 승용차로 넘어간 경우가 많다.
물론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5에도 디젤 모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유로 6 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배기량이 1.5L에 불과해 출력과 토크가 낮고 진동과 소음 문제로 판매량 자체는 높지 않다.
그러나 2016년형 현대 쏘나타 그리고 2세대 K5의 1.6 가솔린, 1.7 디젤 모델이 출시되면서 중형차 배기량 = 2.0L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중형차 또한 가족이 있는 가장은 물론이고 미혼 남녀들이 구매해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쏘나타 K5 구매연령층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1985년에 처음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쏘나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차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월별 판매량을 자세히 따져보면 항상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아니고 더 높은 상품성으로 무장한 경쟁모델이 쏘나타보다 더 많이 판매된 적도 있었으며 2010년에는 높은 디자인 완성으로 호평을 받은 기아 K5가 형님 모델인 현대 쏘나타보다 더 많이 판매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쏘나타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 세단 이미지를 국내에서 굳건하다.
2010년 처음 공개되면서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한 기아 K5는 5년 만에 2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편의사양을 대폭 추가하고 두 얼굴의 디자인을 적용해 무난한 MX, 스포티한 SX 페이스를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조수석 워크인 디바이스 등 운전자 이외에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탑승하는 동승자들을 위한 편의사양이 적용된 것이 눈에 띈다.
배기가스 연비규제가 강화되면서 과거부터 꾸준히 내려온 중형차 배기량 = 2.0L 공식이 점점 희석되고 있다. 또한 20년 전만 해도 성공한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중형차는 배기량 1.6L 이하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과 1.7L 디젤 엔진을 쏘나타, K5에 도입하면서 이제 젊은 미혼남녀가 구매해도 경제적인 부담이 덜어지게 되어 중형차 구매연령층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