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붉은 오버럴을 입은 베텔

[inside F1] 붉은 오버럴을 입은 베텔

발행일 2014-12-04 06:42:12 윤재수 칼럼리스트

지난 10월 일본 그랑프리가 한창 진행되던 중 레드불을 떠난다는 깜짝 발표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베텔이, 아부다비 그랑프리 이후 일주일 만에 붉은 오버럴을 입고 페라리의 피오라노 서킷에 나타났다. 드디어 페라리의 드라이버로서 처음으로 페라리의 F1 레이스카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F1 데뷔 이후 줄곧 푸른 레이스카에만 올랐던 베텔이 주변이 온통 붉은 페라리의 가라지 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낮 선 장면이었다.

올 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바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베텔은 여전히 F1에서 가장 빠른 현역 드라이버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런 베텔이 최근 몇 년 간 어느 모로 보나 훨씬 강력한 팀이었던 레드불을 떠나, 같은 기간 많은 문제가 있었고 도무지 성적 향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페라리로 이적한 것은 일부 팬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베텔은 왜 페라리로 갔으며, 페라리는 무슨 생각으로 베텔을 영입한 것일까? 그리고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붉은 베텔’은 과연 페라리에 잘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지금부터 베텔의 페라리 이적에 담긴 의미와 전망에 대해서 간단하게(?) 짚어보기로 하겠다.

▲ 붉은 오버럴을 입고 붉은 레이스카에 오른 베텔

베텔은 왜 페라리를 선택했을까?

현실적인 문제만을 따져본다면, 단순하게 주판만 두드린다면, 베텔의 페라리 이적은 그리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베텔이 레드불에서 활약한 지난 여섯 시즌 동안 페라리는 단 한번도 레드불보다 나은 팀이었던 적이 없다. 당장 2014시즌의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극심한 부진을 겪은 듯한(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심한 부진은 아니었다) 레드불이 포인트 순위에서 2위에 오른 반면, 페라리는 윌리암스에게 크게 뒤지며 5위 맥라렌에게도 위협을 받는 4위에 머무른 팀이다. 2015시즌 예정된 규정 변화의 폭이 매우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다음 시즌 상황이 극적으로 뒤바뀔 가능성은 많지 않다.

베텔과 레드불의 깊은 인연도 무시할 수 없다. 베텔은 11살부터 레드불 주니어 팀에서 성장했고, 레드불 주니어 팀의 프로그램에 의해 2007년 BMW 자우버의 시트에 앉아 F1 데뷔 전을 치를 기회를 얻었다. 첫 F1 풀 시즌을 보내던 중 첫 승을 거둔 것도 레드불의 자매 팀인 토로로쏘에서 였다. 레드불 입장에서도 그들이 키운 드라이버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거친 것이 베텔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레드불 창단 이후 첫 폴 포지션과 첫 우승의 주인공도 베텔이었다. 함께 보낸 16년이라는 시간은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베텔은 레드불을 떠나 페라리로 이적하기로 결심했다. 도대체 최근 성적만 봐서는 영 신통치 않은 이탈리아의 F1 팀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가진 매력을 단순히 ‘긴 역사’만으로 얘기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지금까지 누적된 F1 최고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60여 년을 꾸준히 챔피언십에 참가해 언제나 최대 수준의 투자를 이어왔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바꿔서 얘기하면 드라이버들이 ‘붉은색’에 끌리는 이유는 단지 오랜 역사와 좋은 성적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2000년대 초 중반 슈마허와 함께 F1을 지배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서 그렇지, 페라리가 항상 최강팀이고 가장 강력했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 알파 로메오의 준 팩토리 팀 역할을 맡게 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최강의 전력을 갖췄든 그렇지 못했든 언제나 최고를 지향했다. 타치오 누볼라리의 시대에는 훨씬 강력한 엔진을 가진 실버 애로우에 도전해 여러 차례 승리를 거뒀고, 1950년대 F1이 탄생한 뒤에는 과거 한 몸이었던 알파 로메오와 맞섰다. 1952시즌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F1의 정상에 선 페라리였지만 프랜싱 호스의 승리가 오래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길고 긴 도전의 역사’를 이어왔다. 짧게는 4~5년만 부진해도 F1을 떠나는 이들과는 도전의 깊이가 달랐다.
그렇게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굴욕을 반복하며 쌓아 올린 거대한 탑이 바로 F1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붉은 오버럴을 입고 싶게 만드는 마력의 원천이 되었다. 티포시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이탈리아인들의 깊은 관심은 좋게 보면 좋은 것이지만, 조금만 안 좋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참으로 성가신 것일 수도 있다. 페라리의 열정적인 엔지니어들과 미캐닉들이 준비한 레이스카는 빠를 때는 정말 빠르지만, 좋지 않을 때는 심각하게 속도가 나지 않는다.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가진 도전 정신과 넘치는 열정의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베텔이 붉은 팀에 들어가기를 갈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두 명의 챔피언을 보유하고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2014시즌의 페라리

다시 한 번 호화 라인업을 구성한 페라리의 선택

베텔의 입장이 그랬다면 페라리의 입장은 또 어땠을까? 사실 F1 드라이버가 되기를 꿈꾸는 소년이라면 대부분 언젠가 한 번은 붉은 오버럴을 입기 원할 것이다. 현역 F1 드라이버 중에도 기회만 된다면 페라리의 시트에 앉고 싶어하는 드라이버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페라리로서는 나름 선택의 폭이 넓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페라리는 베텔을 선택했을까? 아니 단순히 베텔을 선택한 것뿐 아니라, 현역 드라이버 중 가장 뛰어난 드라이버라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빠진 빈 자리에 베텔을 선택하는 용단을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페라리는 언제나 최고의 드라이버를 원했다. 그런데 그 ‘최고의 드라이버’가 항상 ‘챔피언’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의외로 페라리가 기존에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던 드라이버를 영입한 경우는 단 여섯 차례뿐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원년 챔피언 쥬세페 파리나 가 페라리에 합류했지만 알파 로메오의 해체로 갈 곳이 없어졌던 것이 원인이었고, 후안 마누엘 판지오의 합류 역시 메르세데스의 철수 때문이었다. 이후 챔피언을 영입한 것은 30여 년이 지난 뒤 알랑 프로스트가 처음이었다. 나이젤 만셀은 페라리에서 활약할 당시 챔피언이 아니었고, 이후 미하엘 슈마허와 페르난도 알론소가 엔스톤 팀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뒤 붉은 오버럴을 입었다. 이것이 전부다.

즉, 페라리의 선택은 베텔이 단지 쿼드러플 챔피언이기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드라이버로서의 능력만 놓고 생각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간, 쓸개를 다 빼주는 한이 있어도 알론소를 잡았어야 했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수많은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 출신의 베텔보다 더 어린 젊은 드라이버들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단지 베텔이 ‘페라리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를 선택한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베텔을 선택한 것은 앞으로 페라리의 F1 레이스카가 만들어지게 될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팀이 드라이버보다 우선이라는 말 속에는 단지 팀 오더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 드라이버에 차를 맞추는 팀이 아니라 차에 드라이버를 맞추는 팀이었다는 뜻이 담겨있다. 오랜 기간 페라리는 그런 팀이었다.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 팀을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1990년대 말 안정을 찾은 페라리는 이후 계속 레이스카(슈마허에 잘 맞춰진 )에 드라이버가 적응해야 되는 팀이었다. 라이코넨은 슈마허와 드라이빙 스타일이 가장 비슷한 드라이버였고, 차량 디자인의 지향점이 크게 바뀌지 않은, 슈마허 시절 디자인이 완성된 F2007은 갓 이적한 라이코넨에게 매우 잘 맞는 레이스카였다.

그러나 알론소의 스타일은 슈마허나 라이코넨과는 거의 반대라고 할 만큼 동떨어져 있었다. 알론소가 빼어난 기량을 가졌지만 페라리는 드라이버에 맞춰 차를 개발하는데 뛰어난 팀은 아니었고, 그 결과 알론소는 번번이 챔피언 타이틀 도전에 실패했다. 알론소와 함께한 기간 팀의 수뇌부를 바꾸고 엔지니어들까지 교체면서 변신을 시도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슈마허가 남긴(슈마허는 은퇴 후에도 메르세데스로 복귀하기 전까지 페라리에서 고문 역을 맡았다. ) 흔적이 페라리에서 조금씩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라이코넨이 복귀해 두 명의 챔피언을 거느렸던 2014시즌에는 또 다른 문제가 노출됐다.

2014시즌을 앞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페라리의 드라이버 라인업 구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두 드라이버의 드라이빙 스타일이 너무 극과 극으로 다르고, 대규모 규정 변화로 안정성과 신뢰도 문제가 커진 2014년 두 스타일에 다 맞춘 레이스카를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잘되면 다행이지만, 자칫하면 두 마리 토끼를 좇으려다 둘 다 놓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로 나타났다. 라이코넨은 전혀 달라진 느낌의 페라리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나마 그럭저럭 성적을 내던 알론소까지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단지 파워 유닛 문제 때문만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운포스, 차량 조종성, 브레이크 안정성, 웻 컨디션 퍼포먼스, 타이어 관리까지 어느 하나 문제 없는 곳이 없었다. 2013년 하반기 페라리에 합류해 새로 에어로다이나믹스 부문을 챔임지게된 제임스 엘리슨의 지향점 역시 10년 전 알론소와 함께하던 시절과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이 모든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드라이버의 드라이빙 스타일이나 레이스카 개발에 대한 관점이 페라리의 앞으로의 지향점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베텔을 선택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어떤 F1 팀이라도 드라이버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여러 가지 요소를 검토하고 따져본 뒤 결정을 내리겠지만, 2015시즌을 앞두고 베텔을 선택한 페라리의 결정에는 특히 여러 가지 제반 조건에 대한 검토가 깊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 F1 드라이버 가운데 가장 사이가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015시즌의 페라리 듀오

2015 시즌 페라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베텔의 영입을 전후해 페라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또 진행되고 있다. 알론소와 함께하던 4년간의 변화보다 지난 몇 달 동안 페라리에 일어난 변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루키 디 몬테제몰로가 페라리 전체의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팀 수석직은 시즌 종료 직후 마우리치오 아리바베네로 교체됐다. 베텔과 라이코넨을 각각 담당할 레이스 엔지니어도 새롭게 교체될 것이라는 루머도 들려오고 있다.

물론 베텔의 영입은 페라리의 목표 자체라기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심지어 팀 수석이나 엔지니어들도 페라리라는 거함에서는 일개 소모품에 불과하다. 여섯 시즌 동안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페라리로서는 이제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입장이고, 신중하게 하나 하나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모습은 최소한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베텔과 라이코넨의 드라이버 라인업 역시 페라리로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다. 드라이버의 역량 문제를 떠나서 드라이빙 스타일이 크게 다른 편에 속하지는 않기 때문에, 라이코넨과 베텔을 동시에 만족시킬만한 레이스카를 준비하는 것은 알론소와 라이코넨 두 명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레이스카를 만드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베텔의 경우 야심가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이 익히 알려져 있어 그 부분에서는 알론소와 다를 바가 없겠지만, 베텔과 라이코넨이 사적으로 친한 사이라는 점 역시 나쁘게 작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레드불에서 베텔과 웨버가 팀메이트를 이루던 시절과 같은 분위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라이코넨이 원래 다른 드라이버들과 교류가 많지 않고 말이 적은 편이라 이렇다 할 문제가 벌어진 적은 없었고 알론소와의 관계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 어쨌든 베텔의 팀메이트가 알론소가 아니라 라이코넨이란 점은 페라리에겐 무척 다행스런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 가지. 마라넬로에서 빠른 레이스카만 만들어주면 된다. 간단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일이긴 하다.

 

▲ 붉은 베텔은 푸른 베텔보다 더 빠를까?

붉은 베텔은 더 빠를까?

2015시즌, 베텔은 처음으로 붉은 오버럴을 입고 F1 그랑프리에 나선다. BMW 자우버, 토로로쏘, 레드불이 모두 파란색이나 짙은 남색을 바탕에 깔고 있었던 반면, 페라리는 온통 붉은색이다. 그리고 확연히 다른 색의 느낌만큼 팀의 지향점과 드라이버에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확연히 다르다. 푸른 팀에서도 물론 이기기 위해 레이스에 나섰지만, 이런 저런 주변 여건이 받쳐주지 못했을 때 ‘포인트 땄으면 선방했다’, ‘5위면 기대 이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붉은 오버럴을 입었다면 목표는 단 한 가지 우승뿐이다. 차가 나빠도, 운이 따르지 않아도 비난은 고스란히 드라이버에게 쏟아진다. 그것이 페라리 드라이버가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다.

베텔이 먼저 이겨내야 하는 과제는 그런 페라리 드라이버로서의 압박감에 적응하는 것이다. 레드불 주니어 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동료들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살아남은 경험이, 최고의 무대 최고의(또는 최고여야만 하는) 팀으로 무대를 옮겼을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베텔은 차량과 트랙 적응력 면에서는 현역 F1 드라이버 중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베텔이 붉은 오버럴에 빨리 적응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문제는 페라리가 레드불에서만큼 빠른 차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2015시즌을 바라보면서 많은 준비를 해왔고, 제임스 앨리슨 영입 후 개발 사이클이 한 바퀴 제대로 돌아 나오는 첫 번째 레이스카가 내년에 선을 보이겠지만, 파워 유닛을 비롯해 산적한문제가 한 번에 싹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문제가 싹 해결되고 갑자기 메르세데스에 근접한 차량이 나온다면 제임스 앨리슨의 능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뛰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 베텔은 결국 최고가 아닌 레이스카로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나마 긍정적인 면은 레드불 시절에도 리어 다운포스를 상당히 낮게 셋 업하고 달리는 것을 즐겨 했던 베텔이었기 때문에, 리어 다운포스가 원래 높지 않은 페라리의 레이스카가 오히려 더 잘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올 한 해 라이코넨이 애를 먹은 만큼 다음 시즌에는 숙원 사업인 ‘프론트 그립 해결’에 성공한 레이스카가 나올 것이란 기대도 높다. 프론트 그립이 잘 잡히고 리어를 툭툭 던질 수 있는 차량이 만들어진다면 베텔과 라이코넨 모두에게 조금 나은 느낌을 줄 것이다.

결국 페라리 드라이버로서의 압박감과 새로운 차량에 대한 적응, 근본적으로 ‘어느 부분에서도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없는’ 레이스카는 붉은 베텔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반대로 페라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레이스카와 드라이빙 스타일에 더 잘 맞을지 모르는 개발 방향은 베텔을 붉은 혜성으로 만들어줄지 모른다. 팀메이트와의 갈등이나 애매한 관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베텔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새 시즌 역량 발휘에 영향을 줄만한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 중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베텔의 성적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잘 모르는 팬들이야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베텔은 뛰어난 드라이버다. F1 그랑프리에서 한 번 우승을 차지한 드라이버도 그렇지 못한 드라이버와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챔피언 타이틀을 한 번 차지한 드라이버와 그렇지 못한 드라이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4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드라이버라면? 알론소라는 최고 등급의 카드를 대체해 베텔을 고른 페라리가 이름값이나 이력서의 숫자 몇 개를 보고 사람을 고른 것이 아니다. 페라리가 정상의 자리에 복귀하기 위한 큰 그림 속에서 베텔을 선택한 것은 페라리에겐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베텔은 페라리 드라이버가 되는 꿈을 이뤘다. 이제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지 않도록 스스로 난관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순간이 됐다.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많은 시련이 불가피하게 베텔을 찾아올 것이다. 베텔의 팬이든 아니든, F1의 모든 이들이 붉은 오버럴을 입은 베텔이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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