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혼다

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혼다

발행일 2014-01-08 14:55:19 윤재수 칼럼리스트
F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의 두 번째 주인공은 일본의 ‘혼다’다. 2014년 현재 혼다는 토요타, 닛산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보면 얘기는 사뭇 다르다. 모터사이클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혼다였지만, 자동차와는 엄연히 다른 분야였다. 1963년 여름 미니 트럭 T360을 내놓기 전까지 혼다는 자동차를 양산하지 못했다. 레이스카나 스포츠 쿠페는 물론, 승용차조차 만들지 못하던 혼다가 F1 그랑프리 출전을 선언한 것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 혼다에게 첫 F1 그랑프리 우승을 안겨준 RA272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을 주도한 사람은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회장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럽 기반의 모터스포츠,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기술의 경쟁자이었던 F1에 순수 일본 기술로 도전했다는 점이다. 혼다는 드라이버를 제외한 모든 팀을 일본인으로 구성했고, 전통의 페라리나 지금은 없어진 강팀 BRM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자신들의 엔진을 탑재한 레이스카로 F1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무모해 보였던 도전은 놀랍게도 성공했다. 혼다는 F1 진출 2년차인 1965년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1967 이태리 그랑프리에서는 존 서티스와 함께 다시 한 번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인 1968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마그네슘 차체의 RA302에 오른 조 실리시에가 사고에 이은 화재로 사망하면서 혼다는 F1에서 철수하게 된다.
 
 
▲ 혼다 엔진의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한 FW11
 
메르세데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고의 여파로 F1에서 발을 뺀 혼다 역시 엔진 공급자로 F1 복귀를 꿈꾼다. 그리고 혼다의 귀환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1983년 1.5리터 터보 엔진을 스피릿 팀에 공급하던 혼다는 시즌 최종전부터 신흥 강호 윌리암스와 손을 잡았고, 1984년 케케 로스버그가 무더위로 악명 높았던 달라스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한 번 F1 그랑프리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물론 혼다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5년 윌리암스-혼다가 네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혼다가 가장 강력한 터보 엔진 중 하나로 손꼽히기 시작했고, 1986년과 1987년 혼다의 심장을 단 윌리암스는 2년 연속으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1987 시즌 윌리암스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로터스 역시 혼다 엔진을 사용하면서 혼다의 터보 엔진은 F1의 왕좌를 차지했다. 차량 맨 앞에 달린 거대한 ‘H’는 그대로 ‘기술의 혼다’를 상징하는 표식이 되었다.
 
 
▲ 혼다와 맥라렌이 창조한 최고의 걸작 MP4/4
 
1988년 파트너를 윌리암스에서 맥라렌으로 바꾼 뒤에도 혼다는 승승장구했다. 맥라렌-혼다는 사실상 혼다의 팩토리 팀처럼 여겨졌으며, 브라질 출신의 아일톤 세나는 일본인들에게 마치 ‘일본 팀의 일본 드라이버’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1988 시즌 MP4/4를 시작으로 혼다의 심장을 단 맥라렌 레이스카는 1991 시즌까지 4년 연속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이 기간 60% 이상의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윌리암스와 맥라렌을 넘나들며, 터보 엔진이 자연 흡기 엔진을 막론하고 혼다 엔진은 절대적으로 강력했다. 혼다가 엔진 공급에만 집중하던 시기 엔진의 성능으로 승부하던 경쟁자들은 페라리, BMW, 알파 로메오, 포드,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이었다. 모터스포츠 최고의 무대에서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으로 승부해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는 것은 굳이 수치로 환산할 수 없더라도 혼다 브랜드에 더없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 혼다 팩토리 팀의 F1 복귀 원년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RA106
 
1992년을 끝으로 맥라엔에 대한 엔진 공급을 중단한 혼다는 미국의 포뮬러 시리즈인 CART에 엔진을 공급하기 시작해 1996년부터 무려 여섯 시즌 동안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직접 팀을 꾸려 F1에 복귀하려는 노력도 차근차근 진행됐지만 프로젝트를 이끌던 하비 포슬웨이트의 죽음으로 잠시 주춤하게 된다. 결국 혼다는 2000년 BAR에 엔진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엔진 공급자로 F1에 복귀했고, 2004 시즌에는 사상 최강의 F1팀으로 불리던 페라리에 이어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 BAR을 인수한 혼다는 거의 40년 만에 명실상부한 팩토리 팀으로 F1에 복귀했고, 2006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젠슨 버튼이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비록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회사의 근간이 위협받는 와중에 갑작스레 F1 철수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40 여 년 동안 F1에서 보여준 혼다의 모습은 레이스 카 앞에 붙은 거대한 ‘H’ 표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새기기에 충분했다.
 
혼다는 2015년 다시 한 번 맥라렌에 엔진을 공급하면서 F1 복귀를 선언했다. 혼다 엔진의 위력과 맥라렌-혼다의 시너지를 잘 알고 있는 모터스포츠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혼다가 2015년부터 만들게 될 F1 엔진도 새 규정에 따라 1980년대 엔진의 절대 강자로서의 혼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던 때와 같은 V6 터보 엔진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혼다가 F1에 복귀해 성공을 거둘지 고배를 마시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혼다가 F1에서 보여줬던 도전 정신과 모터스포츠 전반에 걸쳐 이뤄낸 많은 성과 덕분에 혼다 브랜드의 가치가 더높아졌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라고 할 수는 없고 일본 최고의 브랜드로 꼽기도 쉽지 않지만, 혼다의 고객들은 F1에서의 유산 덕분에 남다른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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