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훈의 클릭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속에 숨쉬는 프랑스 오페라의 영혼

[정다훈의 클릭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속에 숨쉬는 프랑스 오페라의 영혼

발행일 2011-05-09 20:03:46 정다훈 객원기자

작년 ‘아듀 2010 송년갈라’에서 미리 만나본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중 단두대 위의 순교장면을 전막 오페라로 다시 만났다. 게다가 1막과 2막 중간 중간 들리는 '탁'하는 타악소리로 긴장의 끈을 일관되게 이어와 3막 마지막 장면에서 응축해서 터트려 주는 풀랑의 음악에 마력처럼 이끌려 흡인력이 대단했다.

원장수녀가 ‘우리는 기도하는 이’라고 말하는 장면, 콩스탕스가 ‘원장수녀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해 벌을 받을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 죽음에 임박한 원장수녀가 자신의 얼굴 가면을 뜯고자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한탄하는 장면에 이어 죽음의 공포와 싸우다 결국 쓰러져 죽는 장면 등에서 들리는 심장을 멎게 하는 짧은 타악소리는 관객의 가슴을 정확히 강타했다. 시각과 청각을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 오페라의 영혼이 숨 쉬는 무대였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프랑스문화진흥국의 후원을 받고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음악 외엔 어떠한 것도 허용하지 않는 연출가 스타니슬라브 노르디의 지시에 따라 미니멀한 무대를 선보였다. 의상과 조명 역시, 블루(귀족), 화이트(성직자), 레드(혁명가)를 사용한 상징적인 연출로 관객들을 집중시켰다. 원장수녀의 관은 실체 없이 조명으로만 처리했으며, 원장이 누워야 할 침대 역시 연극적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

이번 작품은 연극적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다. 블랑슈의 오빠가 수녀원으로 찾아오는 응접실 장면은 무대 가운데 수녀들이 일렬로 늘어서게 한 다음 양쪽에서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즉, 프랑스 혁명 당시 귀족과 성직자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과 의견 차이를 간결하게 암시하는 듯 했다. 레드 의상을 입은 혁명군과 화이트 의상의 수녀들의 대치 장면, 수녀복을 하나 하나 벗어 만든 십자가 모형등은 그 어떤 것으로도 종교를 탄압할 수 없음을 은연 중에 드러낸 장면으로 여겨진다. 수녀원과 드라포스 후작의 집을 제외한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막을 내린 후 인물들이 양쪽에서 움직이게 만들어 효과적으로 장면전환을 꾀했다.

전 3막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 당시 공포정치 치하의 카르멜파 수도원을 배경으로 귀족의 딸로 신앙과 삶 사이에서 번민하는 주인공 블랑슈의 고뇌와 순교를 담고 있다. 1957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에서 초연 후, 오페라 계에 충격을 던져주며 모더니즘의 시초가 된 프란시스 풀랑의 걸작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포르트의 소설 '단두대의 마지막 여자‘가 원작이다.

주인공들은 똑같은 옷을 입은 수녀들이지만 어느 누구하나 동일한 인물은 없다. 그 안에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쳐진다. ‘세상’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예민하고 병적인 상상력을 지닌 블랑쉬, 모든 순간이 즐거운 ‘삶’처럼 ‘죽음’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 콩스탕스, 모든 게 칼로 잰 듯 정확한 성격으로 열렬한 신자인 마리수녀가 중심 축을 이룬다. 여기에 줄곧 하늘에 계신 신을 찬양하다 죽음이 임박하자 ‘신도 그 자신만을 생각하나 보군요’라는 말을 내 뱉으며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내보이는 원장수녀, ‘기도는 의무이며, 순교는 상이다’라고 여기는 새 원장수녀인 리두안 수녀가 자리한다.

출연 가수들 역시 자신의 캐릭터에 고심한 흔적이 돋보였다. 출연진 모두 음색 안에 인물이 가진 특성을 담아내며, 단순히 혁명시대라는 이야기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이끌어냈다. 블랑쉬 역 소프라노 아닉 마시스와 박현주 모두 불안한 내면과 갈등을 음색 하나 하나에 녹여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체구가 더 작은 박현주의 불안이 보다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가장 눈에 들어온 가수는 콩스탕스 역 소프라노 강혜정과 마리 수녀 역의 메조소프라노 정수연이었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흠 잡을 데 없는 가창을 선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 더더욱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낙천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강혜정의 경쾌한 음색과 블랑쉬의 미래를 예언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꽉 붙들렸으며, 원장수녀의 죽음 이후 무서움에 떠는 블랑쉬를 교조하는 장면에서 섬뜩함을 선사했던 정수연의 가창에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리두안 수녀 역의 임세경은 언제 봐도 혼신을 다하는 가창과 파워로 관객들에게 오페라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단, 5월 5일 첫날 커튼콜 때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내보여 본인의 연기와 가창이 마음에 안든 것인지? 혹은 작품과 혼연일체가 돼 리두안 수녀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인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국립오페라단은 쉬지 않고 다음 작품을 올린다.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 올리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연출 이소영)이 그것 . 소프라노 박미자ㆍ 이현(아디나 역), 테너 나승서ㆍ 조정기(네모리노 역), 바리톤 우주호ㆍ 김주택(벨코레 역) 바리톤 사무엘 윤(둘카마라 역)등이 출연한다.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 하반기 출시..가격 3700만원대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 하반기 출시..가격 3700만원대

KG모빌리티가 2025년 하반기 액티언 하이브리드의 출시를 예고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복합연비 15.8km/ℓ를 확보했으며, 가격은 단일 트림 3700만원대(개소세 3.5%, 세제혜택 후)로 출시된다. 또한 무쏘 스포츠/칸 가솔린은 2026년 1분기 출시된다. 액티언 하이브리드의 구조는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e-DHT(ef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는 EV, 직/병렬 HEV, 엔진 구동 모드 등 9가지의 운전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KGM 'SE10', 2026년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 출시

KGM 'SE10', 2026년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 출시

KG모빌리티가 2030년까지 신차 7종을 출시한다. KGM은 17일 본사에서 'KGM FORWARD'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KGM은 핵심 전략으로 SUV 중심의 실용적 라인업 확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 강화를 내세웠다. KGM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접목한 신차를 개발해 코란도와 무쏘 등 KGM의 헤리지티를 계승하는 SUV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무쏘 브랜드를 중심으로 파워트레인 별 풀 라인업을 완성하며, 다목적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볼보 XC40 블랙 에디션, 판매 시작 '15분'만에 100대 완판

볼보 XC40 블랙 에디션, 판매 시작 '15분'만에 100대 완판

볼보자동차코리아가 XC40 블랙 에디션이 온라인 판매 시작 15분만에 100대가 모두 완판됐다고 17일 밝혔다. XC40 블랙 에디션은 최상위 울트라 트림을 기반으로 20인치 블랙 휠과 블랙 아이언 마크 로고 등 블랙 에디션만의 강렬한 디테일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XC40 블랙 에디션은 5610만원으로 오늘(17일) 오전 10시부터 볼보자동차 디지털 숍을 통해 선착순 100대 판매가 시작됐다. XC40 블랙 에디션은 판매 시작 15분만에 전량 완판됐는데, XC40 블랙 에디션은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푸조 e-208 GTi 공개, 제로백 5.7초..전기 핫해치

푸조 e-208 GTi 공개, 제로백 5.7초..전기 핫해치

푸조가 지난 13일 e-208 GTi를 공개했다. e-208 GTi는 푸조 퍼포먼스 아이콘의 상징인 GTi가 더해진 전기 핫해치로 최고출력 280마력,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까지 5.7초, 최고속도 180km/h 등의 성능을 갖췄다. 외관에는 205 GTi의 디자인 요소가 반영됐다. e-208 GTi는 푸조 퍼포먼스 GTi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 모델이다. e-208 GTi는 40년 헤리티지를 이어온 푸조 GTi 이름에 걸맞게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35.2kgm를 발휘하는 M4+ 전기모터를 탑재했으며, 정지상태에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프리우스 나이트쉐이드 공개, 블랙으로 존재감 '업'

토요타 프리우스 나이트쉐이드 공개, 블랙으로 존재감 '업'

토요타는 미국에서 프리우스 나이트쉐이드 에디션(Nightshade Edition)을 16일 공개했다. 프리우스 나이트쉐이드 에디션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인 프리우스 프라임을 기반으로 19인치 전용 휠과 블랙 포인트, 실내 카본 스타일 트림 등이 추가됐다. 프리우스 나이트쉐이드 에디션은 프리우스 PHEV 버전인 프라임 XSE 트림을 기반으로 한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국내에도 출시된 상태인데, 나이트쉐이드 에디션 도입은 미정이다. 프리우스 나이트쉐이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아우디 신형 Q3 공개, 역대급 디자인..BMW X1 정조준

아우디 신형 Q3 공개, 역대급 디자인..BMW X1 정조준

아우디는 신형 Q3를 16일 공개했다. 신형 Q3는 3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브랜드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된 스포티한 외관, 새로운 마이크로 LED 기술, 디지털화된 실내, EV로 119km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이 특징이다. 국내 출시도 예상된다. Q3는 아우디 콤팩트 SUV다. 신형 Q3는 3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2세대 Q3가 국내에도 출시된 만큼 신형 모델도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신형 Q3는 올해 10월 독일 등 유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벤츠 GLC 전기차 프로토타입 공개, 주행거리 650km 예고

벤츠 GLC 전기차 프로토타입 공개, 주행거리 650km 예고

벤츠는 GLC EV 프로토타입을 14일 공개했다. GLC EV는 기존 EQC를 대체하는 중형 전기 SUV로 벤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B.EA를 기반으로 94.5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시 WLTP 기준 최대 6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오는 9월 공식 공개된다. GLC EV는 단종된 벤츠 EQC를 대체하는 차세대 중형 전기 SUV다. GLC EV는 9월 공식 공개될 예정이며, 2026년 1분기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가 시작된다. GLC EV는 내연기관 GLC, 신형 CLA와 무관한 벤츠의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MB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 필로티 공개, 도로용 레이스카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 필로티 공개, 도로용 레이스카

페라리는 필로티 페라리(Piloti Ferrari) 296 스페치알레를 16일 공개했다. 필로티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는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의 최신작으로 레이싱에서 영감을 얻은 외관 컬러와 보디킷, 실내 레이싱 시트, 기능성 금속 소재의 풋웰 등이 적용됐다. 필로티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는 고객 취향에 맞춤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페라리 고유의 프로그램 테일러 메이드의 최신작이다. FIA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에서 이룬 성과를 기념하고 페라리 고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포드 F-150 로보 공개, 보증 걱정없는 튜닝 픽업트럭

포드 F-150 로보 공개, 보증 걱정없는 튜닝 픽업트럭

포드는 F-150 로보(Lobo)를 13일 공개했다. F-150 로보는 과거 튜닝된 픽업트럭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으며, 최저지상고를 낮춘 전용 서스펜션과 22인치 휠 등 전용 사양을 갖췄다. 5.0리터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슈퍼크루 보디 스타일로 운영된다. 스페인어로 '늑대'를 뜻하는 로보는 1981년 브롱코 콘셉트카에 처음 사용됐다. 1997년에는 멕시코 시장용 F-150 로보가 양산됐는데, 포드는 지난해 매버릭 로보에 이어 이번 F-150 로보를 통해 로보 라인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