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텔이 승리의 엄지를 치켜드는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경기장이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교통체증을 예상하고 모두 서둘렀기 때문이다. 한국 GP가 끝나고 겪었던 끔찍한 상황을 호주에서 까지 겪고 싶지 않아 경기장을 나가려하던 중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무리에게 휩쓸리게 되었다. 얼떨결에 휩쓸려 역류할 수가 없어서 일단 같이 뛰었는데 뛰다보니 서킷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본인이 있던 GA쪽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메인스탠드였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에서 지켜봐야했던 챔피언 세레머니를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챔피언이지만 장난끼어린 귀여운 베텔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세레머니가 끝나고 선수들은 기자회견 때문에 바로 자리를 이동했지만 서킷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머신이 질주하던 자리를 두 발로 밟아보는 경험은 새로웠다. 그것도 다소 낯선 호주 땅에서. 물론 호주 GP의 경기장인 알버트파크는 평소에는 공원으로 애용되는 곳이고 서킷 또 한 그대로 이용한 것이지만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관객들이 서킷을 점령하는 사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주최 측에서 개방한 것은 아니고 분명 GA쪽에서 본인을 포함한 사람들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구도 사람들을 밀어내거나 통솔하려 하지 않았다.

이미 통제 불가능의 상태이기는 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철망을 타고 올라가 패독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머신이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했다.
시상식을 포함한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서킷을 떠나지 않고 기념촬영을 하며 호주 GP의 서킷을 점령한 추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