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신호탄이 호주 멜버른에서 터졌다. 2011년 제 2전으로 예정되어있던 호주 GRAND PRIX는(이하 GP) 이번시즌의 개최지였던 바레인이 반정부시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새로운 시즌의 개최지가 되었다. 개최경기가 취소돼 다소 늦게 시작된 이번 시즌의 첫 경기를 위해 F1 팬들은 오랜 기다림의 짜릿함을 누렸다. 시계방향의 서킷을 58바퀴 질주하는 호주의 GP, 그 뜨거웠던 현장 속을 들여다보자.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티켓을 구매하고 손꼽아 기다리던 호주 GP의 현장. 이번 호주 GP는 장기여행객의 신분이었기에 저렴한 GENERAL ADMISSION, 입장권이었다. 한화로 10만원 넘짓되는 금액의 이 티켓은 여행객인 본인에게 제법 큰 지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도 따로 없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거나 철망가까이에 서서 관람해야했다. 한국 GP때 즐겼던 골드석과는 하늘과 땅차이의 위치였다. 일부 스탠드가 설치되어있었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꽉차있었다. 전좌석이 스탠드로 실시된 한국과 다른 점 중 하나이다. 경기가 열린 곳이 평소 호주 멜버른 시민들이 운동과 나들이로 즐기는 장소여서 인지 사람들은 편안한 잔디밭에 앉아 경기장 자체의 분위기를 즐기는 듯 했다.

아침에 비가 뿌려지고 흐렸던 날씨 때문에 한국 GP때처럼 경기시간이 연장되면 어쩌나 했던 걱정과는 달리 오후가 되면서 한 여름의 날씨를 회복하면 경기에 최적의 날씨가 만들어져 오후 5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본인이 자리를 잡은 곳은 메인스탠드근처의 맞은편쯤 틈새에서 서서 경기를 관람했다. 예상과는 달리 한국 GP때의 메인스탠드보다 오히려 좋은 면도 있었다. 빠르게 질주하는 머신을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측면에서 관람했기에 짧은 시간 머신의 스피드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출발신호와 함께 머신이 지나가는 시간은 5초도 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 총알같은 스피드라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순간 이었다.
이번 호주 GP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베텔이 선두자리를 지키고 그 뒤를 해밀턴이 뒤따르며 이변이 없는 다소 싱겁게 끝난 경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본 모습은 조금 달랐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선두자리에 보다는 호주 출신의 선수인 레드불팀의 마크 웨버 선수에게 관심이 가있었다. 1, 2위를 달리는 베텔과 헤밀턴선수보다도 순위가 왔다 갔다 하는 웨버와 알론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국 선수인 웨버 선수에 대한 열기가 대단했다. 경기장 어디에서나 'GO WEBBER!'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국선수를 둔 개최지의 자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점은 경기장 어디에서나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깃발과 함께 호주 국기를 휘날리는 호주인 들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지난 해 F1개최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아직 자국의 선수가 없는 아쉬움이 더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6시 30분경 마지막 58LAP을 마치고 승리의 엄지를 치켜든 베텔의 우승으로 2011년 시즌 첫 경기는 레드불의 머신이 광음을 울리면서 끝났다. 베텔은 지난 2010시즌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입증하는 듯 한 여유로움을 보여주었고 시상식에서는 트로피를 거머쥐고는 핸들처럼 흔들면서 장난끼어린 모습은 최연소 우승자다운 귀여움이 돋보이기도 했다.
다음 경기인 말레이시아, 중국, 터키, 스페인 등을 이어 10월 16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서킷에서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드라이버는 누가 될지 3월의 첫 경기를 마친 시점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지난해보다 더 향상된 모습의 한국 GP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