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랑프리는 태어나서 두번째 본 포뮬러원 경기다. 그런데 'F1 초보' 한국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무척 즐거웠다.
지난 27일 호주 멜버른의 엘버트 파크 서킷에서는 2011 포뮬러원을 개막하는 호주 그랑프리가 개최됐다.
다른 경기는 아무리 손에 땀을 쥐더라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 관중들은 우르르 경기장을 떠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호주 그랑프리에서는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이 서킷에 들어가는, 소위 '서킷 점령'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3명의 팬은 독특한 분장과 헤어스타일로 많은 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경기 전부터 알버트파크 일대를 누리고 다니던 트로이 복장을 한 인물들도 '서킷점령'에 나섰다. 처음 이들을 보았을 때는 페라리팀의 프로모션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사실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팬이었다. 페라리 팀에 맞춰 트로이군사 분장을 하고 응원에 나선 것이다.
마음이 맞는 여러 팬들이 모여 형성한 그들의 문화가 독특하고 보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런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꿈의 호주 서킷을 질주한 이들도 있었다. 직접 제작한 '자전거 마차'를 타고 등장한 한 남성은 서킷의 사람들을 태워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아가 자신의 페이스북 주소를 공개하며 "한번 방문해달라"고 애교섞인 주문을 했다.

서킷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 중 하나는 서킷 달리기 포즈였다. 한 호주 남성이 달리기 포즈를 취하는가 싶더니 비슷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다. 나 혼자서는 아무 의미 없던 사진이 단체가 되니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 됐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함께 모여 기념 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레이싱 경기 외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호주 그랑프리. 지금은 내 손으로 그 현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