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훈의 클릭뮤지컬] '우리동네' 김씨, 이씨, 박씨의 일상이 행복한 이유

[정다훈의 클릭뮤지컬] '우리동네' 김씨, 이씨, 박씨의 일상이 행복한 이유

발행일 2011-02-10 18:27:35 정다훈 객원기자

10대 이군의 일상은 고만고만하다. 20대 박씨의 일상은 지루하다. 30대 김씨의 일상은 지루하다 못해 나른하다. 그래서 일상을 벗어나 스펙타클한 영화에 빠지거나 신나는 음악과 춤이 있는 뮤지컬 속에서 숨쉬고 싶어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우리동네](원작 손톤 와일더, 연출 김성수)의 주인공 선영의 일상도 소소하다. 2006년 초연 이후 이번이 7번째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이다.  

예쁘장한 외모, 똑똑한 머리를 지닌 선영(김선혜)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동네 친구 상우(고용준)와 연애를 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상우의 아빠 김박사(권홍석)는 시골의사이고, 선영의 아빠 이선생(홍서준)은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총3막 뮤지컬인 [우리동네]에서 1막과 2막은 선영이네 가족과 상우네 가족의 일상을 드라마틱한 전개 없이 보여준다.

이 외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숙자 엄마(문지영),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는 동네 성가대 지휘자 지씨(윤진호)의 이야기도 양념처럼 끼워넣었다. 특히 지씨 역 윤진호의 가창력으로 인해 잠시 졸던 관객들은 눈을 번쩍 뜨게 된다. 윤진호는 극중 대머리 역사 선생님으로도 나와 관객들의 눈을 교란시킨다.

뮤지컬이 이렇게 새로울 거 없는 동네 풍경을 보듯 잔잔하게만 흘러간다면 관객들은 화를 낼지도 모른다. 좀 더 파고들어가보자. [우리동네]는 동네를 소개하는 무대감독(김상윤)이 존재한다.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잠시 쉬었다 하자'고 말을 걸기도 한다. 그 말을 들은 배우들은 무대감독에게 눈을 흘기며 사라진다. 게다가 배우들은 소품 하나 없이 마임만으로 설겆이 동작 혹은 밥먹는 동작, 용돈과 우유를 건네주는 제스처를 보여준다. 대놓고 연극임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선영과 상우는 결혼 후 아들 딸 낳고 100년 회로하며 늙어갔을까? 당연히 아니다. 평범한 '삶'이 있다면 갑작스런 '죽음' 역시 존재한다. 3막이 시작되면 상우의 엄마(김수정), 지씨가 무덤가를 지키고 있다. 선영 역시 둘째 아이를 출산하던 중 죽게 된다.

여기서부터 감동이 휘몰아친다. 사실, 공연을 수천번 보는 공연기자일을 하게 되면 감동의 강도가 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동네]는 이상했다. 건축물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찾아가듯 매끈한 전개를 기반으로 마무리되는 공연을 보고 나면 '잘 만들었내'하고 한마디 하게 된다. 반면 [우리동네]는 언뜻 보면 엉성해 보이는 구성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다 극의 막이 내리면 '감동이다'는 말을 내뱉게 된다.

죽은 선영의 영혼은 13번째 생일날을 찾아간다. 그 시절로 되돌아가면, 열심히 선영의 생일 밥상을 준비중인 엄마, 늦잠꾸러기 동생, 선물을 사들고 온 아빠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러나 선영을 기다리는 건 뒤늦은 후회이다. 선영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일상의 행복을 죽은 뒤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관객의 뒤늦은 감동은 일상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던 자신의 무지를 들킨 것 같아서이다.


뮤지컬은 배경처럼 노래를 들려준다. “1분 1초, 자고 깨는 것도 아름다운 걸 그 누구도 알지 못하네” “천 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하나만은 기억할거야.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했다고.”

이국적인 곳을 찾아 떠나고, 환타지 가득한 영화를 찾아나선다고 해서 지루한 일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물론, 잠시나마 기분 전환은 될 수 있다. 그보다 일상 안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는게 더 쉬운 일일지 모른다. 매일 먹는 밥, 매일 보는 가족들, 지겹게 만나는 동네 이웃들을 떠나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생활인'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 곳엔 무색무취의 가짜 행복만이 존재할 것이다.

선영의 죽음에 익숙해진 가족들이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에 빠져들 쯤, 관객들은 지루하다 못해 나른했던 자신의 일상을 함께 했던 가족, 친구, 이웃의 얼굴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된다. 12명의 배우가 흥겨운 탭댄스 피날레를 펼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주는 행복감'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공연전문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hanmail.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뷰익 엔비스타, 국내 출시 가능성..쿠페형 SUV

뷰익 엔비스타, 국내 출시 가능성..쿠페형 SUV

뷰익 엔비스타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얘기돼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M 한국사업장 노사는 수출 전략 차종인 뷰익 엔비스타의 국내 출시 논의를 시작했다. 엔비스타는 쿠페형 SUV로 부평공장에서 생산, 전량 북미로 수출되는 모델로 미국내 가격은 2만5195달러(3574만원)부터다. 뷰익 엔비스타는 전륜구동 기반의 쿠페형 크로스오버로 스타일리시한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GM의 차세대 플랫폼 VSS-F(Vehicle Strategy Set–Front) 기반으로 설계됐다. VSS-F

뉴스이한승 기자
마세라티 전기 스포츠카 안팔린다, 미국서 7천만원 할인

마세라티 전기 스포츠카 안팔린다, 미국서 7천만원 할인

마세라티 전기차가 미국에서의 수요가 없어 대폭 할인을 시작했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쿱에 따르면 마세라티는 미국 전역에서 5만달러(7087만원, 환율 1417원)에 달하는 할인을 시작했다. 할인 대상에는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와 그란카브리오 폴고레, 그레칼레 폴고레가 포함된다. 마세라티 전기 스포츠카의 미국내 가격은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20만295달러(2억8409만원), 그란카브리오 폴고레 20만9195달러(2억9672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들 전기 스포츠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GM, 리튬망간리치 배터리로 올해의 배터리 혁신상 수상

GM, 리튬망간리치 배터리로 올해의 배터리 혁신상 수상

제너럴 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한 리튬망간리치(Lithium Manganese Rich, LMR) 배터리 셀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제15회 배터리쇼 북미 2025(The Battery Show North America 2025)에서 '올해의 배터리 혁신상'을 수상했다. GM은 '트리플 제로(Triple Zero)' 비전, 즉 교통사고·탄소배출·교통체증 제로를 기업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배터리 전략 역시 비용 경쟁력 강화, 성능 고도화, 글로벌 공급망 안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포토] 볼보 ES90(Volvo ES90),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포토] 볼보 ES90(Volvo ES90),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볼보의 새로운 전기차, 볼보 ES90(Volvo ES90)이 공개됐다. 볼보 ES90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세단으로, 듀얼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오린을 탑재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컴퓨팅 성능을 구현했다. ES90은 EX90과 함께 SPA2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800V 기술을 통해 효율성과 충전 속도를 높였으며, 최대 700km 주행이 가능하다. 라이다 기반의 강력한 ADAS 시스템과 일반적인 안전 기준을 넘어서는 안전성을 확보했다. 차고 조절식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지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토요타, 센추리 브랜드 도입한다..렉서스 상위 포지셔닝

토요타, 센추리 브랜드 도입한다..렉서스 상위 포지셔닝

토요타가 새로운 럭셔리 라인업 센추리(Century)를 도입한다. 재팬 모빌리티쇼를 앞둔 패널 토론에서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센추리 라인업의 브랜드화를 처음 밝혔다. 센추리는 토요타자동차 내에서 모델명을 넘어서, 렉서스 브랜드의 상위 포지셔닝을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로 선보인다. 센추리는 토요타의 일본 내수용 후륜구동 플래그십 세단으로, 일본 내에서는 렉서스 LS 보다 한 등급 위의 모델이다. 가격면에서도 센추리는 렉서스 LS 대비 900만엔(84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마세라티, 2026년형 그레칼레 출시..가격 870만원 인하

마세라티, 2026년형 그레칼레 출시..가격 870만원 인하

마세라티가 출력을 높이고, 가격을 내린 2026년형 그레칼레(Grecale)를 출시했다. 2026년형 그레칼레는 가격을 이전 대비 최대 870만원(약 7%) 낮췄다. 트림별 가격은 V6 네튜노 엔진의 트로페오 1억6480만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모데나 1억1860만원, 엔트리 1억1040만원이다. 2026년형 모델부터 국내 새롭게 도입된 그레칼레 엔트리 트림은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모델(300마력) 대비 약 10% 향상된 최고출력 330마력을 발휘한다. 또한 그레칼레 구매시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그룹, APEC 의전차량 지원..각국 정상 G90 탄다

현대차그룹, APEC 의전차량 지원..각국 정상 G90 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년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공식 의전차량을 지원한다고 15일 밝혔다. 행사 기간 동안 각국 정상과 배우자 의전을 위한 ▲G90 113대를 비롯해 장관급 인사 의전을 위한 ▲G80 74대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3대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 2대 등 총 192대의 차량을 제공, 성공적인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회원 정상과 정부 대표단, 경제계 주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볼보코리아, XC40 2026년식 출시..5190만원부터

볼보코리아, XC40 2026년식 출시..5190만원부터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다크 외관 테마가 추가된 2026년식 XC40을 공식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최상위 울트라 트림에서는 다크와 브라이트 테마가 제공된다. 가격은 B4 AWD 플러스 브라이트 5190만원, B4 AWD 울트라 브라이트 5490만원, B4 AWD 울트라 다크 5520만원이다. XC40은 지난 2017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이후, 경쟁 모델이 즐비한 유럽 시장에서 2020년부터 4년 연속 프리미엄 컴팩트 SUV 판매 1위에 오른 바 있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25년 1월부터 9월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벤츠, 비전 아이코닉 공개..하이엔드 럭셔리 쿠페

벤츠, 비전 아이코닉 공개..하이엔드 럭셔리 쿠페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비전 아이코닉(Vision Iconic) 콘셉트를 공개했다. 신형 GLC 전기차를 통해 선보인 조명이 들어간 거대한 전면부 그릴을 앞으로 폭 넓게 적용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여지는 이번 콘셉트카는 과거 벤츠 브랜드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대한 재해석이다. 비전 아이코닉의 세로로 길어진 전면부 그릴은 크롬 프레임, 스모크 유리 패턴, 윤곽 조명을 사용해 GLC 전기차의 그릴 대비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그릴 형상은 1938년

신차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