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테리어에 맛도 좋은 음식점이 있다. 그런데 화장실은 좁고 지저분했다. 맛과 분위기에 상관없이 기분 더럽다. 그 음식점을 또 가고 싶을까? 갈 때마다 지저분한 화장실 생각에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지난 1월 5일 폭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 출시회에서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2010년 1만 여대의 판매를 올린 폭스바겐의 2011년 판매 목표는 30%성장한 13.000대라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던 한 기자가 물었다. “대표님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이 팔 수 있지 않나요?” 박동훈 대표의 답은 이러했다. “물론 더 팔면 좋다. 하지만 판매가 전부는 아니다. 판매량에 맞는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해 판매와 서비스를 함께 늘려나가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척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사건은 518건으로 같은 기간 전년 대비 63.4%(201건) 증가했다고 한다. 이중 국산차량은 462건으로 전년 대비 93.3% 증가하고 수입자동차는 56건으로 28.2%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입자동차가 불만이 적은 것은 아니다. 시장 점유율로 볼 때, 국산자동차에 비해 수입자동차의 불만건수가 약 3.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품에 대한 서비스 불만은 비슷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무성의한 서비스 태도, 소비자에게 책임 전가, 나몰라라 하는 기술 결함, 알 수 없는 규정에 의한 피해, 높은 수리비 등 브랜드에 상관 없이 ‘자동차 서비스 불만’ 이라 검색하면 수도 없는 결과들이 가득하다. 문제는 수천 만원에 달하는 자동차가 소비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팔아 넘긴 자동차에 대해 급한 쪽은 당장 타고 다녀야 하는 소비자다. 이러한 경우 대화는 판매자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일반 소비자는 알 수 없는 법적 문제까지도 말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은 커다란 자동차 회사들의 권위적인 태도이다. ‘우린 이미 팔았으니까 끝’,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를 너희들이 어떻게 알아?’, ’다 너희들이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거야’ ‘법으로 해결할까?’ 등 커다란 기업을 상대하는 개개인의 소비자들을 너무도 작아지게 만들어 분통터지게 한다. 한 번 터진 분통은 비좁고 더러운 화장실처럼 다시는 사고 싶지 않은 자동차로 만들 것이다.

자동차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어왔다. 만족할만한 서비스의 기준은 다르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노력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작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150만 여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대한민국에는 2천만대에 육박하는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양적 성과는 눈부시다. 하지만 파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 역시 끊임없이 해야 한다. 2천만대의 자동차 주인들이 불만 없이 즐겁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에프터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승용 기자 car@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