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 3.5 가솔린 2WD를 시승했다. K8은 K7 후속 모델로 새로운 디자인 언어, 최신 파워트레인 및 사양 등이 적용된 기아의 야심작이다. 특히 실내 고급감과 2열 레그룸 공간, 안정적인 주행성능은 경쟁차 그랜저를 압도한다. 급가속시 발생하는 토크스티어는 아쉽다.

K8은 지난달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를 기록하며 기아 세단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를 갈아치웠다. 또한 경쟁 모델인 신형 그랜저가 2019년 세운 1만7294대의 첫날 사전계약 대수도 넘어섰다. 시승차는 3.5 가솔린이다. AWD를 제외한 풀패키지로 가격은 4912만원이다.

K8에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3세대 신규 플랫폼이 적용됐다. 신규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로 주행성능과 충돌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K8의 차체 크기는 전장 5015mm, 전폭 1875mm, 전고 1455mm, 휠베이스는 2895mm다. K8에는 기아 최신 디자인 언어가 입혀졌다.

테두리가 없는 일체형 전면부 그릴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다. 국내 커뮤니티 등에서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린 흰색 차량도 실물은 자연스럽다. 범퍼 양옆에 자리 잡은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은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의 역할을 한다. 웰컴 라이팅 기능이 포함됐다.

측면부는 긴 보닛과 짧은 전방 오버행, B필러부터 매끄럽게 떨어져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루프라인 등 쿠페 스타일로 구현됐다. 긴 휠베이스와 19인치 휠로 안정감 있는 프로포션이다. C필러 다이아몬드 패턴의 가니쉬는 호오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후면부는 차체 폭이 강조됐다.

얇고 길게 디자인된 리어램프는 측면부 펜더까지 파고든다. 좌우를 연결한 가로바 내부에도 그래픽을 넣어 완성도를 높였다. 순차적으로 점증되는 방식의 전/후면 방향지시등이 적용됐다. 트렁크에는 엠블럼 부착이 최소화돼 깔끔하다. 후진등은 범퍼 하단 중앙에 배치됐다.

실내는 1등석 라운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에 최적화됐다. 디스플레이 덮개가 없어도 햇빛을 반사하지 않아 시인성이 뛰어나다. 대시보드 높이를 기존보다 20mm 낮춰 전방 시야도 개선됐다.

대시보드 높이도 낮아지고 전방 시야도 다른 세단과 다르게 트여있어 시트 포지션이 높게 느껴진다. 터치식 인포테인먼트/공조 전환 조작계는 기아 K5, 현대차 그랜저의 터치식 버튼과 마감을 다르게 해 지문이 남지 않는다. 인포테인먼트와 공조기 간의 전환도 매끄럽다.

K8의 2열 레그룸은 그랜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넓다. 슬림한 1열 시트로 2열 레그룸 공간을 극대화했다. 1열을 여유롭게 설정해도 키 180cm 기준 20cm가량의 무릎 공간이 남는다. 다만 낮아지는 루프라인 탓에 2열 헤드룸 공간은 부족하다. 2열 통풍 시트가 적용됐다.

K8 3.5는 3.5리터 6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9인치 휠 기준 10.3km/ℓ(도심 8.8, 고속 13)다. K8의 가속페달 반응과 가속감은 그랜저, 기존 K7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가속페달은 에코모드를 제외한 모든 주행모드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에코모드가 기존의 컴포트모드와 유사하다. 가속감은 부드럽지만, 낮은 rpm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은 물론 110km/h에서 재가속시 펀치력도 뛰어나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

8단 자동변속기의 체결감과 변속 반응 속도도 뛰어나다. 패들시프트로 업/다운 변속시 rpm 변동과 함께 즉각적으로 힘이 전달돼 가속하는 맛이 일품이다. 변속 충격은 느낄 수 없었다. 국내 최초로 투 챔버 토크 컨버터가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는 3.5 가솔린과 LPi에만 제공된다.

3.5리터 6기통 엔진의 엔진음도 고급스러워졌다. 특히 엔진 회전수 4500rpm 이상부터 나오는 묵직한 엔진음은 과거 벤츠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연상된다. K8에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쇼크업 소버의 감쇠력은 컴포트, 스포츠 총 2개의 모드로 조절할 수 있다.

K8의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나긋나긋했던 K7 프리미어와는 다른 셋업이다. 단단하지만 요철, 고르지 못한 노면, 과속방지턱 통과시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고속주행에서는 상하 바운싱을 일부 허용하지만, 그 폭이 넓지 않아 탄탄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고속으로 범프 구간을 통과하면 차체를 지면으로 강하게 끌어내린다. 저중심으로 설계된 신규 플랫폼 덕분에 고속 주행시에는 차체가 지면으로 낮게 가라앉는 감각이다. 속도감도 낮다. 낮은 속도감은 섀시와 서스펜션의 완성도를 나타낸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차급을 넘는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서스펜션 컴포트와 스포츠의 극단적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서스펜션 스포츠는 연속된 코너 혹은 고속 코너링에서 진가를 나타낸다. 좌우 롤링 현상이 발생하는 컴포트와는 다르게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코너링 한계 수준이 한층 높아진다.

코너링에서는 안쪽을 깊게 파고드는 성향이 강하다. 코너 탈출시에는 전륜구동 특유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 스티어링 휠의 직결감과 반응 속도도 좋다. 운전자가 조작한 만큼 정확하게 전륜 조향이 이뤄진다. 이질감도 느낄 수 없다. K8에는 R-MDPS가 기본 적용됐다. 

K8 3.5 가솔린의 실주행 누적 연비는 와인딩 구간과 급가/감속이 포함된 100km의 테스트 주행에서 7.9km/ℓ를 기록했다. 110km/h로 정속 주행한 10km 구간에서는 실시간 평균 연비는 12.3km/ℓ였다. 고속도로 주행보조2는 운전자의 차선 변경을 매끄럽게 돕는다.

기아 최초로 적용된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14스피커, 외장앰프)은 저음 영역을 포함해 중음과 고음 부분이 깨끗하게 처리됐다. 베이스가 강한 노래에서도 가사가 묻히지 않는다. K8은 아쉬운 부분도 있다. 먼저 급가속시 차량이 오른쪽으로 쏠리는 토크스티어가 발생한다.

토크스티어는 전륜구동 차량의 변속기 배치상 드라이브 샤프트의 좌우 길이가 달라져 각 휠에 전달되는 토크가 똑같지 않아 발생한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기계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EPS 등으로 토크스티어를 잡는 만큼 아쉽다. AWD 선택시 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과 다르게 비교적 얌전하게 적용된 엠비언트 라이트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고속주행시 타이어를 타고 올라오는 노면 소음과 엔진 진동 등은 크게 줄었으나, 90km/h 부근부터 A필러로 유입되는 풍절음이 아쉽다.

K8은 한층 높아진 주행성능과 탄탄한 승차감, 시선이 집중되는 외관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편의사양 등이 장점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매력적인 차임에는 분명하다. 국산 준대형 세단을 찾고 있는 소비자라면 K8을 추천한다.

김한솔 기자 〈탑라이더 hs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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