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F1은 젊은 팬이 필요하다!

[inside F1] F1은 젊은 팬이 필요하다!

발행일 2014-11-19 23:33:54 윤재수 칼럼리스트

최근 F1은 마루시아와 케이터햄의 붕괴로 드러난 중소형 팀들의 심각한 위기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자우버, 포스인디아, 로터스의 재정 상태도 꽤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2015시즌 그리드에 과연 몇 대의 차량이 서게 될지, 정말로 써드 카, 즉 한 팀 당 세 대의 차량이 투입될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열쇠를 쥔 사람은 F1의 절대권력자인 버니 에클스톤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뷰에서 버니의 한 마디는 비앙키의 사고 이후 안 그래도 민감해진 F1 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버니는 ‘구매력이 없는 젊은 관객/팬들은 필요 없다’는 말로 수많은 이들을 적으로 돌렸다. 페라리, 맥라렌, 로터스 등 각 F1 팀들은 SNS 채널을 총동원해 자신들에게 젊은 팬들이 꼭 필요하고 버니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바빴다. F1 최고권력자의 한 마디에 힘 없는 F1 팀들이 피해를 보는 꼴이었다.

버니 에클스톤의 얘기는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F1은 젊은 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F1 트랙을 가득 메운 팬들 중 ‘젊은 팬’은 얼마나 될까?

F1 팬의 대다수는 ‘젊은 팬’이다

버니가 이야기한 젊은 관객, 젊은 팬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구매력이 없는’ 어린 팬들을 지칭하고 있다. 당장 돈이 되는 일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의견인 듯 하다. 하지만 정말 구매력이 없는 어린 팬들은 F1의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당장 근시안적으로 본다면 17살 고등학생이 수백 만원을 들여 패독 패스를 사고, 평범한 티셔츠 한 장에 십만 원 이상이 드는 공식 머천다이즈 상품을 잔뜩 사들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 버니가 얘기한 것처럼 어린 팬이 F1 경기를 관람하며 스폰서인 롤렉스의 시계를 사게 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돈이 넘치는 집안에서 태어난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젊은 팬들은 구매력이 부족하다. 그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이 아무리 비싸고 당장 젊은이가 구입하기 어렵다고 해서 젊은 팬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어린 나이부터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나이가 들어 고객이 될 수도 있다. 팬덤이 만들어지고 대중에게 구매욕을 키울 수 있다면 상품의 가치, 나아가서 가격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절대 구입할 수 없는 비싼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이 구매력이 없는 젊은, 어린 예비 고객들을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페라리를 구입할 수는 없어도 ‘페라리 한 대쯤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록 페라리는 더욱 고급스런 고성능 차량을 만들어 비싸게 팔 수 있다.

F1도 마찬가지다. F1 팬들이 당장 롤렉스 시계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당장 UBS에 돈을 예치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언젠가는 예비 고객이 되거나 고객이 될 주변의 부유한 사람에게 영향력을 주리란 예상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메르세데스 AMG의 세이프티카와 로고를 계속 바라보면서 SLS는 구입하지 못해도 메르세데스-벤츠 한 대는 구입하고 싶은 이들도 생길 것이다. F1 팬은 여전히 그 수가 매우 많고, 많은 F1 팬 중 절대 다수는 젊은 팬들인 만큼, 예비 고객이 장차 고객으로 발전할 확률은 매우 높다.

 

▲ F1 공식 머천다이즈샵에 몰린 ‘젊은 팬들’

젊은 팬들의 구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장래에 고객이 될 수 있는 예비 고객의 의미로도 젊은 팬은 소중하지만, 당장 F1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 서킷을 찾은 젊은 팬들이라면 그들의 구매력도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서킷 주변에 마련된 F1 머천다이즈샵에서는 굉장히 비싼 가격에 상품을 파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의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아무리 젊은 팬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2박 3일에서 4박 5일의 시간을 내고, 200만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서킷을 찾는 이들이라면 비싸다는 머천다이즈 상품의 가격도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그리고 ‘팬’이라면 그 정도 투자는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인터넷에서 수십만 원에 달하는 재킷도 불티나게 팔린다. 당장 그렇게 비싼 상품들이 팔리고 있는데 구매력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는 평가할 수 없다.

사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F1 그랑프리가 개최될 때만 해도 그랜드스탠드에 F1 팀웨어를 입은 사람은 찾기 힘들었고, 머천다이즈샵은 토요일까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단 네 차례 그랑프리를 치르는 동안 상황은 180도 바뀌었고, 그랜드스탠드엔 형형색색 F1 팀웨어와 응원 도구가 넘쳐나고, 머천다이즈샵은 인파로 가득했다. 스포츠 상품구매에 인색하고 모터스포츠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갈 길이 멀다는 우리나라의 사정이 이 정도라면 F1이 조금이라도 흥한다는 나라의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롤렉스에게도 ‘젊은 팬’은 필요하다

위기 탈출은 멀리 보는 데서부터

문제의 중심에 있는 버니의 발언은 최근 F1의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거나, 너무 근시안적인 시야를 갖고 있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1, 2년 내에 팔릴 물건만 생각하고 장기적인 회사의 이미지 구축 계획 따위는 생각지도 못하는 기업은 결코 오래 살아 남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F1 역시 단기적인 미래의 수익에 대해 주판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F1은 108년의 역사를 가진 그랑프리 레이싱의 적자로 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렇게 구축된 이미지는 ‘지키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순간’일 수도 있다. 때문에 먼 미래 F1을 지켜 줄 팬들을 미리 확보하고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F1과 각 팀, 드라이버의 스폰서를 자처하는 회사들 역시 단기적으로 돈 몇 푼을 더 만지기 위해 그 비싼 스폰서쉽 비용을 쓰는 것이 아니다. F1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도시들도 몇 년 내에 무슨 거대한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이 비싼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수십 년 뒤를 바라보고 지금은 큰 적자가 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대상은 ‘젊은 팬들’이다. 멀리보고 계획을 수립하고, 미래에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갖기 위한다면 젊은 팬들에게 돈을 뜯어낼 궁리보다, 젊은 팬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베풀어주고 돈을 소비할 생각을 해야 한다.

 

▲ 기분 나쁘지만 옳은 얘기를 할 때가 많은 버니,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번엔 버니가 잘못했네

F1 수프리모 버니 에클스톤이 없었다면 현재의 F1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가 시장을 키웠고, 그가 여러 팀들을 살렸고, 그가 이 스포츠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F1의 성공에 버니가 큰 역할을 했다고 그가 혼자 이모든 것을 이뤄낸 것은 아니다. 공이 많다고 해서 버니의 뜻이 모두 다 옳았다는 뜻은 아니다.

공과 과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80을 넘어 90을 바라보는 고령의 버니도 책임을 져야 될 부분이 있고 문제를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F1의 위기? 무슨 위기?’라는 발언을 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상황 판단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아야 한다. 그가 다 잘못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근 점차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버니 에클스톤의 젊은 팬과 관객들을 무시한 발언은 어떻게 보든 잘못된 발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CVC 캐피털에 대한 F1 매각 과정의 뇌물 문제 이상으로 잘못한 말인지도 모른다. F1의 위기에 대한 그의 대처는 당장 방향을 바꿔야 한다. 버니는 자신이 죽지 않는 한 F1의 수프리모라는 위치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는 뜻을 비췄지만, 다른 F1의 영향력 있는 이들은 40 여 년 만에 버니 없는 F1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다른 일은 몰라도 이번엔 버니가 잘못했다. F1은 버니의 뜻과 달리 이제 젊은 팬과 젊은 일꾼들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 공개, 880마력 하이브리드 슈퍼카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 공개, 880마력 하이브리드 슈퍼카

페라리는 296 스페치알레(296 Speciale)를 29일 공개했다. 296 스페치알레는 296 GTB의 하드코어 버전으로 V6 엔진 기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의 총 출력이 880마력으로 향상됐다. 튜닝된 서스펜션과 에어로다이내믹 보디킷 등 전용 사양을 갖췄다. 296 스페치알레는 챌린지 스트라달레, 430 스쿠데리아, 458 스페치알레, 488 피스타로 이어지는 페라리의 베를리네타 스페셜 버전의 계보를 이어간다. 296 스페치알레는 296 GTB/GTS를 기반으로 쿠페형 버전

신차소식김한솔 기자
폴스타2 스탠다드 출시, 가격 4390만원..409km 주행

폴스타2 스탠다드 출시, 가격 4390만원..409km 주행

폴스타코리아는 2025년형 폴스타2를 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2025년형 폴스타2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2열 열선 시트 등 고객 선호 사양이 기본 적용됐으며, 패키지 가격이 인하됐다. 특히 409km를 주행하는 스탠다드 트림이 신설됐다. 가격은 4390만원부터다. 2025년형 폴스타2 가격은 스탠다드 레인지 싱글 모터 4390만원, 롱레인지 싱글 모터 5490만원, 롱레인지 듀얼 모터 6090만원이다. 폴스타2 구매 고객은 7년/14만km 일반 보증, 커넥티드 서비스 3년 무

신차소식김한솔 기자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공개, 스포티지급 하이브리드 SUV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공개, 스포티지급 하이브리드 SUV

시트로엥은 신형 C5 에어크로스를 2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신형 C5 에어크로스는 풀체인지 모델로 이전 세대보다 차체 크기가 커졌으며, 시트로엥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됐다. 신형 C5 에어크로스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운영된다. 하반기 유럽에 출시된다. 신형 C5 에어크로스는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C5 에어크로스는 2019년 국내에도 출시된 바 있는데, 현재 시트로엥은 한국에서 철수한 상태로 신형 C5 에어크로스의 국내 출시는 없을 것

신차소식김한솔 기자
BMW M3 CS 투어링 국내 출시 임박, 하드코어 패밀리카

BMW M3 CS 투어링 국내 출시 임박, 하드코어 패밀리카

BMW M3 CS 투어링의 국내 투입이 임박했다. BMW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M3 CS 투어링 소개에 나섰으며, 최근 국내 인증도 완료했다. M3 CS 투어링은 M3 투어링을 기반으로 엔진 성능이 550마력으로 향상됐으며, 경량화된 보디킷이 적용됐다. M3 CS 투어링은 M3 투어링을 기반으로 레이스 트랙을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됐지만, 일상 주행도 가능한 완벽한 조화를 목표로 개발됐다. M3 CS 투어링은 국내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M3 CS 투어링 국

업계소식김한솔 기자
아우디 신형 Q5 내달 사전계약, 에어 서스펜션 탑재

아우디 신형 Q5 내달 사전계약, 에어 서스펜션 탑재

아우디 신형 Q5 국내 투입이 임박했다. 딜러사 관계자에 따르면 신형 Q5는 5월 사전계약을 시작으로 하반기 국내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신형 Q5는 3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쿠페형 모델인 스포트백까지 도입되며, 상위 트림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된다. 신형 Q5는 3세대 풀체인지로 국내에는 SUV와 쿠페형 SUV 스포트백이 도입된다. 신형 Q5는 5월 사전계약 후 하반기 디젤과 가솔린 순으로 출고가 개시된다. 신형 Q5 국내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최

업계소식김한솔 기자
지커 국내 진출, 프리미엄 중국 전기차..주력 모델 실물은?

지커 국내 진출, 프리미엄 중국 전기차..주력 모델 실물은?

지커(ZEEKR)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지커는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런칭 준비에 나섰다. 지커는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중형 전기 SUV 7X, 중형 세단 007, 미니밴 009가 대표적이다. 출시 모델은 미정이다. 지커는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지커는 최근 지커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코리아(ZEEKR Intelligent Technology Korea, 이하 지커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강남구 역삼

차vs차 비교해보니김한솔 기자
혼다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진행, 눈높이 교육으로 호응

혼다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진행, 눈높이 교육으로 호응

혼다코리아가 지난 25일 혼다 모빌리티 카페 더 고(the go)에서 경기도 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제2회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제2회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은 보행자/자전거/모터사이클/자동차 안전 등 총 4가지 카테고리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교육이 진행됐다. 혼다는 2050 글로벌 비전 중 하나인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zero)’를 목표로 각국에서 지역 교통문화 현황에 적합한 안전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

업계소식김한솔 기자
아우디 A4 후속 사전계약 개시, 가격은 5789~8342만원

아우디 A4 후속 사전계약 개시, 가격은 5789~8342만원

아우디코리아는 5월 1일부터 신형 A5 사전계약을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신형 A5는 아우디 최신 내연기관 플랫폼 PPC 기반 첫 번째 세단으로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넓은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신형 A5는 S7 등 총 7개 트림으로 운영된다. 가격은 5789만원이다. 신형 A5 가격은 40 TFSI 콰트로 어드밴스드 5789만원, 40 TFSI 콰트로 S-라인 6378만원, 40 TFSI 콰트로 S-라인 블랙 에디션 6771만원, 45 TFSI 콰트로 S-라인 6869만원, 40 TDI 콰트로 어드밴스드 6182만원, 40 TDI 콰

신차소식김한솔 기자
벤츠 신형 CLA 국내 출시 예고, 현대차 아반떼보다 크다

벤츠 신형 CLA 국내 출시 예고, 현대차 아반떼보다 크다

벤츠 신형 CLA가 국내 도입될 전망이다. 딜러사 관계자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최근 신형 CLA의 배출 가스 및 소음 등 본격적인 인증 작업에 돌입했다. 신형 CLA는 이전 세대보다 커진 차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사양을 탑재했다.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신형 CLA는 3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신형 CLA는 벤츠 차세대 플랫폼 MMA를 기반으로 전기차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포함된 가솔린 터보로 운영된다. 신형 CLA는 국내 출시가 예정됐는데, 전기차

업계소식김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