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초콜렛 색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펄이 빛나는 미끈한 차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8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발표했지만 큰 디자인의 변화없이 전체적인 라인이 다듬어진 모습의 볼보 'S80 D5'를 만났다.

S80의 첫인상은 디자인 보다는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볼보의 이미지 때문에 어떤 안전 시스템들이 있을지가 더 궁금했다.
-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버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 기자는 '아버지'를 떠 올리려면 '아빠'라고 부르던 시절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어릴적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억을 떠 올리면 큰 키, 큰 손, 굵고 낮은 목소리와 무등을 태우고 놀이동산에 놀러간 어렴풋한 기억 뿐이지만, 넘어지면 뒤에서 일으켜 세워주시고 맘껏 뛰어 놀도록 든든히 지켜주시던 그 믿음은 아직도 내 마음을 지켜주시는 듯 하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으실 그런 아버지같은 차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S80'이 아닐까. 앞에 표현이 좀 과장되긴 하지만, S80에는 수많은 안전 장치와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시속 50km 이하에서 전방의 장애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운전자의 운전패턴을 분석해 운전자가 안전운행을 하지 않으면 피곤한 것으로 판단해 계기판에 커피잔 모양의 경고등을 띄워 휴식을 권고하는 운전자 경보 시스템 DAC(Driver Alert Control), 차선 이탈 경고 장치(LDW), 사전 제동 시스템(RAB), 사각지대 경보 장치(BLIS),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 감지 자동 제어 장치 등이 있다. 물론, 차체 자세 제어 장치나 ABS는 기본이다. 탑승자를 위한 안전장치로는 경추 보호 시스템(WHIPS), 측면 충돌 보호시스템(SIPS) 등이 있다.

- 막히는 길에서 빛을 발하는, 시티 세이프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이번 'S80 D5' 시승에서 제일 맘에 든 부분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 시스템이다. 크루즈 기능은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악셀레이터 조작 없이 주행 가능한 기능이다. 여기에 앞 차와의 거리가 좁아지면 저절로 속도를 줄이고 다시 거리가 멀어지면 속도를 높이는 기능이 부여된 것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다. 여기에 볼보의 '큐 어시스트' 기능이 더해지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 모두를 사용하지 않고도 멈추고 출발하는 조작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다.

막히는 토요일 오후, 올림픽대로에는 수많은 차량으로 시속 20킬로미터 이하로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시속 80킬로미터 구간이라는 멘트가 계속 나오지만 답답한 정체는 계속 되었다.
언젠가 풀릴 정체를 대비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80'으로 맞추어 보았다. 일반 크루즈 기능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해제가 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해제된다.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없이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정해 놓으면 앞 차와의 간격에 맞춰 차가 속도를 줄인다.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살짝 대보니 차 스스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다시 앞 차가 속도를 올려 차 간격이 벌어지자 차는 알아서 가속을 한다. 발은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오직 손으로 조향만 조정하면 된다. 막히는 길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기자의 개인차량은 수동미션 차라서 막히는 길엔 왼발로 클러치를 계속 밟아줘야 되기 때문에 다리에 쥐가 종종 나기도 한다. 막히는 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만한 좋은 기능이 없다.
다만, 주의할 점은 옆 차선에서 끼어드는 차량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센서는 전방 차량에 대한 간격 유지를 하기 때문에 옆에서 들어오는 차량은 감지하지 못한다. 차만 믿고 방심하다가는 끼어드는 차량을 그대로 추돌하게 된다. 이 부분만 주의하면 명절 귀성길의 정체에도 피곤을 줄여 운전하고 고향을 다녀올 수 있겠다.

또한, 차간 거리도 조정이 가능하다. 정해놓은 거리 안에 장애물이 감지되면 앞유리 하단에 주황색 경고등이 비친다. 차량 뿐 아니라 오토바이도 감지한다. 눈 앞에 경고등이 자꾸 켜졌다 꺼졌다 하면 시야에 방해가 되고 귀찮을 법 하지만, 귀찮음 보다는 안전이 우선이기에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차는 경고를 하는 정도이니 최종 멈추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다. 차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 안전에 안전을 더 한 볼보, 그 아버지의 마음
안전에 안전을 더했다는 볼보, 그 마음은 아마도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닮아있는 듯 했다. 시승하는 동안 모든 안전 장치를 다 체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이젠 볼보라는 이름 만으로도 '안전'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 올릴 수 있다. 내가 만약 아버지라면 가족의 안전을 먼저 떠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