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엔진의 역사(하)…전쟁과 가솔린 엔진의 종말

[백과사전] 엔진의 역사(하)…전쟁과 가솔린 엔진의 종말

발행일 2012-08-07 16:06:17 김한용 기자

2차 세계대전은 자동차 역사에 가장 암울한 시기였던 동시에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시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부터 수년간 민간용 자동차는 전혀 생산되지 못했지만 이후 다시 만들어진 자동차는 이전과 전혀 다른 제품으로 발전했다. 

이전까지는 자동차가 로망이나 과시에 가까운 물건이었다면 전쟁 이후로는 차는 철저하게 실용적인 물건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끝낸 인류의 운송 기술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엔진 기술 발전은 비약적인 수준이었다. 자동차를 생산하던 제조사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두 전차, 지프나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야 했다. 특히 영국 롤스로이스-벤틀리나 SAAB는 연합군의 전투기 엔진을 만들었고, 독일 BMW나 일본 후지중공업(현재 스바루 브랜드)은 독일군과 일본군 전투기의 엔진을 만들었다. 기술 전쟁이 아니라 실제로 엔진 기술을 통한 전쟁을 벌인 셈이다. 페르디난드 포르쉐가 만든 독일 타이거 탱크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국가의 사활을 걸고 발전 시킨 엔진 기술은 전쟁 후까지도 영향을 끼쳐 자동차 기술발전에 큰 계기가 됐다.

▲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타이거II 탱크

경제가 어려우니 다양한 브랜드들은 실용성에 눈뜬 국민들이 탈 수 있는 매우 저렴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르노는 1947년 소형차라 불릴만한 차인 4CV를 만들었으며 이후 더욱 가격을 낮춰 전국민이 탈 수 있도록 만든 ‘국민차’ 2CV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독특한 엔진도 쏟아져 나왔다. 1950년 영국 로버사는 가스터빈을 이용한 자동차를 만들기도 했다.

1954년 펠릭스 방켈은 방켈 로터리 엔진을 만들었다. 로터리 엔진은 닛산이나 도요타 등에서 연구가 됐지만 실제 제품이 만들어지지는 못했고 일본 마쓰다 등에 의해 실용화 됐다.

1957년 벤츠는 300SL에 최초로 카브레터가 아닌 연료분사방식의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요즘의 엔진 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유럽은 폐허가 된 가운데 미국시장은 전쟁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부흥까지 이뤘다. 더구나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1960년대 캐딜락은 전투기를 흉내낸 테일핀을 붙였다.
이로 인해 60년대 미국은 크고 화려한 차를 만드는데 열중하게 됐다.  미국 전통 메이커 캐딜락은 전투기 꼬리 날개를 본뜬 테일핀이라는 독특한 장식을 더해 롤스로이스나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세계 3대 고급차로까지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 즈음 1965년에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등장해 시속 967km까지 달리는 기록을 세웠다. 1969년 벤츠는 전자식 연료분사 방식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금지조치로 인해 두차례의 석유파동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자 경제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최대 화두가 됐다. 유럽과 일본은 소형차를 통해 연료절약형 전륜구동차를 만들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인 도요타 코롤라 1세대 차량. (1966)

◆ 터보/슈퍼 차저…친환경시대의 변화

자동차 역사는 전쟁이나 석유파동 등을 배경으로 세대가 교체돼 왔다. 최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친환경 물결과 관련 정책도 하나의 세대교체 요인이 될 듯 하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는 흡입하는 공기를 과급해 효율을 높이는 엔진을 뜻한다. 이 장치는 이미 1885년에 고틀립 다임러가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같은 해에 이미 개발돼 있던 셈이다. 

이후 GE가 항공기용 엔진에 장착해 시연하면서 터보/슈퍼차저가 항공기에 적용됐을때의 비약적 성능향상을 알리게 됐다. 터보나 슈퍼차저 엔진이 널리 사용된건 2차대전 때 부터다. 당시 다임러-벤츠가 독일 나치의 전투기용 엔진으로 만들면서 사용됐고, 연합군 측도 롤스로이스와 GE가 전투기 엔진을 만들면서 터보엔진을 장착했다. 비행 고도가 높아지면 대기의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서 엔진 출력이 극도로 낮아졌는데, 이때 터빈을 이용해 공기를 억지로 더 많이 압축해 넣으면 높은 고도에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기에 사용되던 터보엔진은 1960년대 들어 자동차에도 장착되기 시작했다. 엔진의 배기량과 무게를 낮추면서도 더 큰 엔진과 동일하거나 더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스포츠카 등 작은 차에서 더 강력한 성능을 내기 위해 터보차저를 장착해왔다. 1973년에는 BMW 2002 터보가 나타났고, 1974년에는 최초의 터보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터보가 나왔다. 

   
▲ 세계 최초 터보 스포츠카 포르쉐 911 터보

터보 엔진은 대부분 터빈이 돌기 시작할 때까지 오히려 굼뜨게 동작하는 현상인 '터보랙' 등의 결함을 갖고 있어 이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다. 터빈을 경량합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큰 터빈을 두는 대신 작은 터빈을 2개(트윈터보) 혹은 3개(트라이터보)까지 나눠 장착하는 방식이 있다. 

이후 엔진 기술이 향상되면서 터보 차량의 출시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엔 차량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환경의 적으로 지목 받게 되면서 터보차저 등을 장착하는 등 엔진 배기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 자동차 엔진 발전, 지금부터다

자동차 기술 발전이 눈부신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근본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가솔린 엔진의 발명 자체를 따져봐도 불과 126년전의 일이다. 수만년 인류 역사 중 가솔린 자동차가  널리 사용된 건 10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다.  

처음 가솔린 엔진 발명 당시는 땅에 석유가 무한정 묻혀 있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석유 소비의 피크에 이른 상황. 앞으로는  제임스딘이 나오는 미국영화 '자이언트'의 한 장면 처럼 파이프를 꽂으면 기름이 콸콸 솟아다는 광경은 볼 수 없다. 미국 땅에서 저렴하게 채굴할 수 있는 석유는 모두 경제성을 상실했고, 비싼 석유만 남았을 뿐이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유전의 얕은 석유는 모두 채굴했으며 시추 구멍에 바닷물을 부어 떠오르는 석유를 채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마저 바닥난 유전이 여럿이다. 이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외면하던 유전을 하나 둘씩 열고 있는 상황이다. 

▲ 텍사스 오일붐 시대의 오일 필드.

간혹 논쟁하는 경우도 있지만 석유가 언젠가 고갈(혹은 너무나 비싸진다) 된다는건 명백하다. 땅속에 돈이 들어있는데 이를 파내지 않는 사업가가 과연 있을까. 석유는 국경을 넘나들며 매장돼 있기 때문에 국가간 경쟁도 더 치열하다. 같은 통에 담긴 우유를 여럿이 빨대로 빨아먹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된다. 생산을 조절한다거나 하는건 불가능하고 발견하는 순간부터 미친듯이 빨아내야 하는 자원이 석유다. 미국, 리비아, 인도네시아, 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모두 석유 자원이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석유를 채굴할 수 있는 한계, 즉 '오일피크'를 넘어 더 이상은 채굴하지 못한다.

지난 2~3세대 정도는 자동차를 잘 이용했지만, 앞으로 2~3 세대 이내에는 가솔린 자동차를 더 이상 탈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가 한번 맛본 자동차의 편리함은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석유가 아닌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고 전환점 또한 머지 않았다. 우리가 구태의연한 기술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의 엔진이 될 창조적인 자동차 구동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제네시스 G90 쿠페 양산되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

제네시스 G90 쿠페 양산되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

제네시스가 G90 쿠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X Gran coupe concept)의 실차 이미지와 영상을 추가로 공개해 주목된다. 이탈리아 동부 마르케 지역에서 촬영된 이번 콘텐츠를 통해 엑스 그란 쿠페가 단순히 목업 차량이 아닌, 실제로 구동계가 탑재된 실차임을 보여줘, 양산 가능성을 높였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5년 11월 브랜드 론칭시 예고한 6개 모델 라인업에 '니어 럭셔리 스포츠 쿠페'를 포함하는 등 쿠페형 모델 출시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이후 2016년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닛산 신형 실피 공개,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아반떼급 세단

닛산 신형 실피 공개,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아반떼급 세단

닛산은 신형 실피(SYLPHY) 외관 디자인을 12일 공개했다. 신형 실피는 부분변경으로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풀사이즈 LED 라이트바와 독특하게 디자인된 주간주행등 등 과감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신형 실피는 내년 중국에 출시되며, 미국에서는 센트라로 판매된다. 실피는 닛산의 준중형 세단이다. 신형 실피는 4세대 부분변경으로 2026년 1분기 중국 시장에 투입된다. 실피는 미국에서 센트라로 판매되는데,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기아 K4, 혼다 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AMG E53 에스테이트, 미국서 가장 저렴한 퍼포먼스 왜건

AMG E53 에스테이트, 미국서 가장 저렴한 퍼포먼스 왜건

메르세데스-AMG는 12일 AMG E53 에스테이트(Estate) 가격을 미국서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E53 에스테이트는 신형 E클래스 에스테이트의 고성능 버전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총 출력 612마력을 발휘하며, 가격은 9만4500달러(약 1억3000만원)다. E53 에스테이트는 신형 E클래스 에스테이트의 고성능 버전이다. 국내에는 E53 세단이 출시됐는데, 에스테이트 출시는 미정이다. E53 에스테이트의 미국 가격은 9만4500달러(약 1억3000만원)로 BMW M5 투어링, 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랜드크루저 랠리 에디션 공개, 오프로드 스포츠카

토요타 랜드크루저 랠리 에디션 공개, 오프로드 스포츠카

토요타는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Rally Raid Edition)을 11일 공개했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튜닝된 전용 서스펜션과 전용 휠 등을 탑재해 오프로드 성능이 강화됐다.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랜드크루저 팀이 다카르 랠리 양산차 부문에서 1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스페셜 모델이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일본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 퍼포먼스와 사운드 매력적

[시승기]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 퍼포먼스와 사운드 매력적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했다. EX30 크로스컨트리는 EX30을 기반으로 오프로더 스타일의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과 19mm 높아진 지상고를 통해 전통적인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428마력 듀얼 전기모터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1040W 사운드 장비는 주목된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4일 크로스컨트리 최초의 전기차 EX30 크로스컨트리를 출시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는 볼보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라인업으로, 스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그랑 콜레오스 2026년형 살펴보니, 선루프로 개방감 높였다

그랑 콜레오스 2026년형 살펴보니, 선루프로 개방감 높였다

르노코리아가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를 선보였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도입하고, 퓨어 화이트 그레이 인테리어가 추가됐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신규 내외장 컬러, 아웃도어 감성의 스페셜 에디션 에스카파드(escapade)를 함께 출시한 점이 특징이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는 고객 요구 사항을 반영해 openR(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 바탕화면 내 공조장치 위젯 추가 등 UI를 개선했다. 동승자는 20가지 캐주얼 게임이 포

차vs차 비교해보니이한승 기자
맥라렌 750S JC96 에디션 공개, 도로용 레이스카

맥라렌 750S JC96 에디션 공개, 도로용 레이스카

맥라렌은 750S JC96 에디션을 11일 공개했다. 750S JC96 에디션은 일본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 모델로 타이거 스프라이프 디자인을 특징으로 MSO 750S 전용 다운포스 키트(HDK)를 통해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750S JC96 에디션은 61대만 한정 생산된다. 750S JC96 에디션은 1996년 일본 그랜드 투어링카 챔피언십(JGTC)에서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한 맥라렌 F1 GTR에 경의를 표현하는 스페셜 모델이다. 750S JC96 에디션은 쿠페와 스파이더로 운영되는데, 199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애스턴마틴 볼란테 60주년 에디션 공개, 희소성 높인 오픈카

애스턴마틴 볼란테 60주년 에디션 공개, 희소성 높인 오픈카

애스턴마틴은 뱅퀴시와 DB12 볼란테 60주년 에디션을 11일 공개했다. 뱅퀴시와 DB12 볼란테 60주년 에디션은 애스턴마틴 오픈톱 라인업 볼란테의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Q 바이 애스턴마틴에서 전용 디자인 요소로 고급감을 높였다. 각각 60대 한정 생산된다. 뱅퀴시와 DB12 볼란테 60주년 에디션은 애스턴마틴의 오픈톱 라인업을 의미하는 볼란테의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애스턴마틴의 맞춤형 비스포크 서비스 Q 바이 애스턴마틴에서 제작했다. 각각 60대 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렉서스 신형 IS 공개, 세 번째 부분변경..고급감 '업'

렉서스 신형 IS 공개, 세 번째 부분변경..고급감 '업'

렉서스는 신형 IS를 10일 공개했다. 신형 IS는 세 번째 부분변경 모델로 외관 디자인이 소폭 변경됐으며, 실내는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와 천연 대나무 섬유를 사용한 장식 등으로 고급감이 업그레이드됐다. 개선된 ADAS를 제공한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IS는 렉서스를 대표하는 콤팩트 세단으로 1999년 첫 출시 이후 약 130만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IS는 렉서스 전동화에 맞춰 단종이 예고됐는데, 세 번째 부분변경을 통해 판매가 계속된다.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