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백과]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인수했다고? 천만에…

[자동차백과]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인수했다고? 천만에…

발행일 2012-07-11 15:18:13 김한용 기자

최근 국내 언론 보도를 접하신 분들은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인수하려 하다가 재정상태가 악화돼 폭스바겐이 거꾸로 포르쉐를 인수했다"고 알고 계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일부 기자들이 실수 했던 부분이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도 굳이 사실을 밝히기 꺼려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 '폭스바겐법'이란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지만, 2005년까지는 <국민차 법(Volkswagen law)>으로 불리는 독일 작센주 법률에 따라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특정 이익집단이 차 가격을 높이거나 국민들을 위한 대중차 만들기를 꺼릴 것을 우려한 합리적인 법률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자라도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로인해 반작용도 있었는데, 직원들이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걸맞게 빠른 의사결정을 한다거나 노력을 하지 못하고, 말하자면 '공무원화' 되어간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 피에히와 포르쉐 가문

▲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

천재 발명가 페르디난드 포르쉐는 신화적 인물입니다. 포르쉐를 창업했을 뿐 아니라 폭스바겐의 창업주이기도 합니다. 그는 두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이 둘은 각기 독일에서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세기의 가문을 일궈냈습니다.

딸인 루이스 포르쉐 쪽이 유명 법률가인 안톤 피에히와 결혼해 '피에히' 가문을 일으키고 아들인 페리 포르쉐 쪽은 '포르쉐' 가문을 이뤘습니다. 이후 한 세대가 흘렀고 현재 포르쉐SE라고 불리는 포르쉐AG(제조사)의 지주회사는 포르쉐의 외손자 피에히(Dr. Ferdinand K. Piëch)로 대표되는 피에히 가문과 친손자 부찌 포르쉐로 대표되는 포르쉐 직계 가문 쪽을 합치면 총 90%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포르쉐라는 회사 자체가 포르쉐 가문의 패밀리 비즈니스 업체입니다. 따라서 포르쉐AG의 사장이 제 아무리 바뀐다 해도 포르쉐의 주인(오너십)은 변함없이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입니다.

물론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은 70년대 포르쉐의 경영권을 놓고 '포르쉐 가문 전쟁'을 벌인 후 '앞으로 포르쉐 경영은 포르쉐 가문이 아닌 사람을 임명한다'는 내용의 신사협정을 맺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분의 거의 대부분을 가진 오너가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거라는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겠죠.

- 페르디난드 피에히

 '포르쉐'의 대주주. 그러니까 실질적 주인인 피에히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폭스바겐AG의 사장을 맡았고, 현재까지도 이사회의 의장(Chairman of supervisory board), 일반 기업으로 치면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피에히는 폭스바겐AG의 이사회 의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폭스바겐 지분이 많지 않고, 폭스바겐 법으로 인해 개인적인 의결권도 크지 않았습니다. 딱 준 국영기업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겁니다.

▲ 페르디난드 피에히와 주변 관계

- 폭스바겐법이 깨지다

수십년간 문제없던 <국민차법>은 2000년 들어서부터 큰 변화를 겪습니다.

카타르 등 중동 자본이 폭스바겐 지분을 끌어모았고,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이 중동에 팔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피에히는 폭스바겐을 지킬 수 있도록 의결권 제한을 없앨 것을 공론화 시켰습니다. 만일 대주주가 있어 "주식 안판다"고 해버리면 문제가 없지만 수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라면 회사를 중동에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였습니다.

피에히를 주축으로 한 폭스바겐 이사회가 방어를 명분으로 의결권 제한을 없앨 것을 작센주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하자, 결국 의결권 제한이 폐지될 것으로 가닥이 모아지게 됩니다. '그림의 떡'이던 폭스바겐이 누구나 탐낼만한 회사로 거듭난겁니다.

▲ 폭스바겐 AG와 포르쉐 AG, 포르쉐 SE의 관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포르쉐SE의 오너인 피에히와 포르쉐 일가는 먼저 포르쉐AG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더니 같은해 10월에 폭스바겐 주식 18.5%를 인수합니다. 이듬해 지분을 25% 까지 인수하면서 폭스바겐의 대주주가 됐습니다.

이는 주식시장을 통한게 아니라 폭스바겐AG의 동의를 통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싯가보다 저렴하게 넘겨줘 가능했던 것입니다.

주식을 구입하는 입장인 피에히가 동시에 주식을 판매하는 폭스바겐AG 의장으로 있었고, 주식 발행과 가격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니까요. 이같은 행위에 깜짝 놀란 독일 정부의 몇몇 위원들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인수 시나리오는 이미 진행 됐습니다.

불과 5년만에 포르쉐SE가 인수한 폭스바겐AG의 의결 주식은 이미 50.74%에 달했습니다.

-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 폭스바겐 의결권과 함께 떼돈을 벌다

포르쉐AG의 매출은 2003년에는 55억유로, 2007년에는 73억유로로 조금 늘었을 뿐이지만, 포르쉐SE가 2005년부터 사들인 폭스바겐 주식 가격은 큰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덕분에 2003년에는 연간 9억3천만유로였던 포르쉐SE의 순수익은 2007년들어 연 58억유로(약 8조4천억원)로 6배 가량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 폭스바겐 그룹과 포르쉐의 관계도 (2010)

또, 폭스바겐 이사회 의장이면서도 별다른 의결권은 없던 피에히는 폭스바겐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큰 손'으로 거듭났습니다.

결과를 보면 사실상 포르쉐와 피에히 집안이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을 인수한 셈입니다.

- 폭스바겐이 포르쉐 지분을 인수? 대체 누구한테서?
 
비록 포르쉐SE가 비교적 저렴하게 폭스바겐AG를 인수하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이때 발생한 비용입니다. 부채로 잡혀 있는 비용을 탕감하기 위해선 현금이 필요하겠죠.

이에 지난해부터 폭스바겐AG는 자사의 자금으로 다시 포르쉐AG의 지분을 100% 구입하게 됩니다. 구입을 했다면, 대체 누가 팔았을까요?
 

▲ 폭스바겐 그룹과 포르쉐의 관계도 (2012)

몇년전 까지만 해도 포르쉐AG의 지분은 100% 포르쉐SE, 즉 포르쉐가문과 피에히가문(카타르 10%)이 갖고 있었는데, 바로 이걸 폭스바겐AG가 구입한겁니다. 결과적으로 폭스바겐이 포르쉐 가문에 지불한 구입 비용이 80억유로(12조원)가 넘는 셈입니다.
 
그러면 이 가문들은 회사를 팔았으니 경영권이 사라지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피에히는 여전히 폭스바겐AG의 이사회 의장입니다. 지분을 판 것은 포르쉐제조사인 포르쉐AG고 폭스바겐 지분을 가진 포르쉐SE는 여전히 폭스바겐AG의 대주주입니다.

만약 포르쉐AG가 폭스바겐AG 지분을 사들이고, 폭스바겐AG가 포르쉐AG의 지분을 사면 상호출자로 불법이 되니 이 두 회사의 지주회사인 포르쉐SE가 폭스바겐을, 폭스바겐이 포르쉐AG의 지분을 갖게 돼 있습니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갖는 방식이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과 같은 형태입니다. 

결국 피에히와 포르쉐 가문은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두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 했을 뿐 아니라, 수익에서도 무려 현금 12조원 이상을 거둬 들인셈이죠.

▲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 페르디난드 피에히
 
- 누가 누구를 인수한건가?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인수했다'거나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인수했다'는 식의 기사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는 점을 아셨을겁니다.

지분구조로 보면 포르쉐SE가 폭스바겐AG를, 폭스바겐 AG가 포르쉐AG를 인수했다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포르쉐는 원래부터 패밀리 비즈니스였고, 결과적으로 폭스바겐만 그 패밀리 비즈니스에 편입된 것이니까요.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산게 아니라 위에 계신 분 결정에 따라 두 회사가 통합 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두회사는 지분구조와 관계 없이 피에히-포르쉐 가족이 쥐고 흔들 수 있는 회사가 된 겁니다. 마치 현대차와 기아차가 어떤 지분관계를 갖든 한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폭스바겐 신형 아틀라스, 대형 SUV 게임체인저..해외 평가는?

폭스바겐 신형 아틀라스, 대형 SUV 게임체인저..해외 평가는?

폭스바겐 신형 아틀라스가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5월 한국에 출시된 신형 아틀라스는 선택이 제한적이었던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큰 차체와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 활용도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 SUV의 본 고장 미국에서의 평가를 살펴봤다. 신형 아틀라스는 지난 2024년 미국 시장에 처음 소개된 최신형 모델로, 대형 SUV와 아웃도어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오랫동안 검증 받고 인기를 끌어 온 모델이다. 가솔

차vs차 비교해보니이한승 기자
포드 레인저 슈퍼 듀티 공개, 기아 타스만과 비교 불가

포드 레인저 슈퍼 듀티 공개, 기아 타스만과 비교 불가

포드는 레인저 슈퍼 듀티(Ranger Super Duty)를 19일 공개했다. 레인저 슈퍼 듀티는 레인저 라인업 첫 슈퍼 듀티로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전용 보디킷과 강화된 섀시를 기반으로 오프로드 성능 및 최대 견인력 등이 강화됐다. 국내 출시는 없을 전망이다. 레인저 슈퍼 듀티는 강력한 성능과 실용성, 다양한 액세서리 조합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설계됐다. 레인저 슈퍼 듀티는 싱글 캡과 더블 캡으로 운영되며, 호주 등 일부 시장에서만 판매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2026년 출시, 후륜기반 HEV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2026년 출시, 후륜기반 HEV

제네시스 하이브리드가 내년에 도입된다. 현대차는 18일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2026년 출시와 제네시스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의 첫 모델인 GV60 마그마 연내 투입, 현대차 하이브리드 라인업 2배 확대 등 중잔기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18일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었다. 현대차는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목표로 2019년 도입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하며, 그 장소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N 10주년, 하이브리드 N 모델 출시한다

현대차 N 10주년, 하이브리드 N 모델 출시한다

현대자동차는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N 아카이브'에서 고성능 브랜드 'N' 출범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기념식에서 N의 10주년을 기념해 N의 역사를 한데 모은 공간인 'N 아카이브'를 공식적으로 개소하고 다양한 고객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현대 N은 현재 5개 모델(아이오닉 5 N, 아이오닉 6 N, 아반떼 N, i20 N, i30 N)로 구성된 라인업을 2030년까지 7개 모델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롭게 투입될 N 모델은 글로벌 베스트셀링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추석 맞이 무상점검 캠페인 실시, 추첨으로 경품까지 증정

쉐보레 추석 맞이 무상점검 캠페인 실시, 추첨으로 경품까지 증정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 한국사업장이 추석 명절을 맞아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대비해 고객들의 안전한 귀성길과 연휴 운행을 도모하기 위한 '2025 추석 맞이 무상점검 캠페인 및 고객 감사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번 캠페인은 9월 22일(월)부터 10월 1일(수)까지 10일간,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및 378개 협력 서비스센터를 포함한 총 387개의 GM 서비스센터(일부 제외)에서 진행되며, 쉐보레 및 GMC 시에라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캠페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미쓰비시 이클립스 크로스 공개, 르노 세닉과 어떤 사이?

미쓰비시 이클립스 크로스 공개, 르노 세닉과 어떤 사이?

미쓰비시는 이클립스 크로스 EV(Eclipse Cross EV)를 18일 공개했다. 새로운 이클립스 크로스 EV는 2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르노 차세대 전기차 세닉을 기반으로 독특한 분할형 LED 헤드램프 등 미쓰미시 고유의 디자인 언어가 반영됐다. 주행거리는 최대 600km다. 이클립스 크로스 EV는 2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기존 내연기관 이클립스 크로스를 대체한다. 이클립스 크로스 EV는 르노 차세대 전기차 세닉을 기반으로 제작된 사실상 형제차다. 이클립스 크로스 EV는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벤츠 S클래스 나이트 에디션 출시, 가격은 1억6060만원

벤츠 S클래스 나이트 에디션 출시, 가격은 1억6060만원

벤츠코리아는 S클래스 및 GLS, GLE 등에 블랙 콘셉트를 적용한 나이트 에디션을 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나이트 에디션은 블랙 컬러의 디자인 요소와 AMG 라인으로 세련미와 역동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S클래스 나이트 에디션 가격은 1억6060만원이다. 벤츠코리아는 에디션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하며 럭셔리 브랜드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나이트 에디션’은 지난 해 마이바흐 라인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기아 K4 해치백 공개, 1.0 터보 탑재..골프 정조준

기아 K4 해치백 공개, 1.0 터보 탑재..골프 정조준

기아는 K4 해치백 유럽형을 공개하고 올해 말 판매를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K4 해치백 유럽형은 미국형과 다르게 1.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으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7단 DCT 변속기 선택이 가능하다. 2026년에는 풀하이브리드가 도입된다. K4는 수출명 포르테인 K3의 풀체인지 모델이다. K4는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시장에서만 판매되며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K4는 미국에서 세단과 해치백, 유럽에서는 해치백 단일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롤스로이스 컬리넌 코스모스 공개, 손으로 그린 헤드라이너 '주목'

롤스로이스 컬리넌 코스모스 공개, 손으로 그린 헤드라이너 '주목'

롤스로이스는 컬리넌 코스모스(Cullinan Cosms)를 18일 공개했다. 컬리넌 코스모스는 우주에서 영감을 받어 디자인된 모델로 롤스로이스 최초로 수작업으로 완성된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는 사내 아티스트가 160시간 이상 제작했다. 두바이 고객에게 인도됐다. 컬리넌 코스모스는 프라이빗 오피스 두바이를 통해 의뢰됐다. 프라이빗 오피스 두바이는 비스포크 컬렉티브의 모든 역량을 브랜드의 가장 비전 있는 고객들에게 가까이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는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