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환의 캠핑폐인] 더치와의 사랑

[김산환의 캠핑폐인] 더치와의 사랑

발행일 2011-08-16 12:45:34 김산환 칼럼리스트

뭐가 가장 재밌어?

캠핑을 가는 내게 묻는다.

요리할 때가 가장 행복해.
사내가 고추 떨어지게 무슨 요리야!

타박이 날아든다. 그러나 어쩌랴. 요리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을.

나에게 요리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은 더치 오븐이다. 이 무쇠 냄비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어떤 것이든 이 안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회가 동하는 맛있는 요리로 변신한다. 고기나 야채나 상관없다. 쌀과 스파게티, 밀가루 어떤 재료를 넣어도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되어서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무쇠 냄비를 ‘블랙 매직’이라 부른다.

더치 오븐에 대한 스토리 좀 풀어놔야겠다. 더치 오븐은 미국의 역사와 함께 한다. 당시 집도 절도 없이 신세계를 찾아 나선 유럽의 이민자들에게는 생활 자체가 캠핑이었다. 집을 지어 정착하기 전까지 땅을 베개 삼고 하늘을 지붕 삼아 살아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게 더치 오븐이었다. 삼각대에 이 무쇠냄비를 걸어두면 언제고 스프를 끓이고 빵을 구울 수 있었다.

더치 오븐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무쇠냄비를 팔러 다닌 이들이 네덜란드계 이민자가 많아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더치 오븐은 값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주부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주방용품으로 취급받았다. 값도 비쌌지만 길을 들여 사용해야 하는 더치 오븐의 특성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어머니도 임종을 앞두고 더치 오븐 관리에 대해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더치 오븐의 전성기는 서부개척시대다. 엘도라도를 찾아 너도나도 서부로 향하던 황금광 시대. 더치 오븐은 카우보이의 필수품이었다. 황야를 질주하다 날이 저물면 야영을 해야 했고, 그 중심에는 더치 오븐이 있었다. 서부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모닥불 위에 펼친 삼각대에 더치 오븐을 걸치고 노숙하는 서부의 카우보이를 기억할 것이다. 더치 오븐은 카우보이에게 만능 조리도구이자 자랑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들은 검게 빛나는, 길이 제대로 든 더치 오븐을 서로에게 자랑삼아 보여줬다.

전설 따라 삼천리는 여기까지 하자. 이번에는 한 가지 고약한 더치 오븐의 못된 성질을 털어놔야겠다. 이 녀석은 야생마와 같다. 길을 들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철에 함유된 독성과 ‘쇠맛’을 제거하고 요리를 할 수 있게 길들이는 과정-시즈닝이라고 한다-을 거쳐야 냄비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올리브 오일이 쇠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야 더치 오븐은 검은색 윤이 나기 시작한다. 길이 드는 것이다.

야생마는 한 번 길들이면 온순해진다. 그것으로 평생 타는 애마가 된다. 그러나 더치 오븐 길들이기는 시즈닝이 끝이 아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치 오븐은 조리를 마치고 나면 매번 올리브 오일이 쇠에 골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뒷손질을 해줘야 한다. 더치 오븐에 매료됐던 캠퍼들이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것도 이 때문. 요즘에는 시즈닝이 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 제품이라고 뒷손질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런데도 나는 이 무겁고, 까다로운 무쇠냄비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거 너무 폼 잡는 거 아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더치 오븐은 무겁다. 20kg 쌀 반 포대에 해당하는 무게다. 여기에 삼각대를 걸고 밑불을 지피고, 뚜껑에도 숯을 올리는 일은 번거롭다. 요리가 끝난 뒤에는 뜨거운 불에 달궈 무쇠에 기름이 스며들게 하는 귀찮은 과정이 기다린다. 누군가는 더치 오븐이 사람을 하인 부리듯 한다고 투정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더치 오븐에 한 번 빠져 들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왜 일까.

더치 오븐은 기다림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더치 오븐에 요리다운 요리를 하려면 보통 1시간은 걸린다. 어떤 것은 3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요리 하나에 반나절을 허비하는 셈이다. 누군가는 그런 비경제적인 일을 왜 하느냐고 힐난하기도 한다. 음식 먹는 것도 속전속결로 해치우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더치 오븐 스타일의 요리를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와 더치 오븐은 끝없는 대화를 나눈다. 가슴 졸이는 기쁨이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잘 익고 있을까. 너무 타는 것은 아닐까. 맛은 어떨까. 뚜껑에 숯을 더 올려줘야 하는 건 아닐까. 열어봐도 될까…. 냄비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태에서 요리를 하는 그 초조한 기다림. 이처럼 궁금한 시간도 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가슴 졸임과 달리 더치 오븐은 쉽게 배반하는 일이 없다. 초조함과 우려는 나의 몫일 뿐, 이 녀석은 언제나 묵묵히 제 일을 한다. 내가 요리를 하는 게 아닌, 무쇠 냄비 스스로 알아서 요리를 하는 것이다.

더치 오븐에 올려놓은 숯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진지해진다. 작은 숨결을 불어넣어주면 잉걸불처럼 발갛게 달아오르는 숯이라니. 이 숯이 무쇠 냄비를 달궈 환장하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기행’이나 안도현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 같은 시집을 끼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듯 더치 오븐에 눈길을 준다. 지금 저 무쇠 냄비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치킨은 겉이 노릇노릇하게 익었을까.

자, 이제 더치 오븐의 뚜껑을 열 시간이다. 요리는 잘 되었을까. 혹시 타지는 않았을까. 사춘기의 풋사랑도 이때처럼 가슴을 뛰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묵직한 뚜껑을 들어 올리면 허연 김이 아우성치며 무럭무럭 쏟아져 나온다. 향기로운 냄새가 입안에 저절로 군침이 돌게 한다. 이 기쁨을 무엇이라 할까. 나는 지금 더치 오븐과 연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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