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마지막 달력이 넘어간다. 한 해가 지나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잠시 후면 과거가 되어 추억의 책갈피에 갈무리될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가는 것.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날아간다. 미래라 부르는 시간도 결국은 다가올 과거일 뿐, 모든 것은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에게 시간이 할퀴고 간 자국은 선명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지나간 시간은 왜 아프기만 한 걸까. 왜 기억의 방에는 너무 아파서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은 슬프고, 고통스런 기억들로 가득한 걸까. 물론, 그 속에는 행복한 순간도 있으리라.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시간도 있으리라. 다만, 고통의 기억에 가위눌려 빛나지 않을 뿐.

한해를 보내며 다시 기억의 방을 들춘다. 그 기억의 방에 우리가 미래라 부르는, 다가올 과거를 대입시켜 본다. 다가올 과거는, 미래는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새날에 대한 희망이 있다. 비상하는 힘이 넘친다.
인생은 매듭짓기의 연속이다. 아기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하거나 ‘엄마’를 외치거나, 처음으로 혼자서 등교를 하거나, 정든 교정을 떠나거나, 우리 생애 전환점이 되는 순간들을 맞이하는 것은 모두 인생의 한 매듭이다.

그 매듭의 시기는 각자 다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가 초‧분‧시‧날‧월‧년을 따져 만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매듭을 지어준다. 12월은 계절의 순환이 마침표를 찍는 달이다. 한 해를 세월 속으로 떠나보내는 매듭의 시간이다. 매듭을 묶으며 다가올 과거를 기다린다. 아듀 청춘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