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환의 캠핑폐인] 북위 50도, 여름에 대한 짧은 기록

[김산환의 캠핑폐인] 북위 50도, 여름에 대한 짧은 기록

발행일 2011-08-02 11:02:36 김산환 칼럼리스트

사람들이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어디에서 캠핑을 할 때 가장 행복했냐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북위 50도의 여름.

질문이 이어진다.

북위 50도? 그곳에는 뭐가 있는데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춥지 않나요? 거긴 동토의 땅이잖아요?

그들의 오해에 나는 두 가지 짧은 여행의 기록을 들려주는 것으로 북위 50도의 여름에 대한 찬사를 대신한다.

바이칼, 영혼을 비추는 호수

그때는 왜 그런 무모한 여행을 했을까. 사회주의 몰락 이후 러시아가 갈 길을 몰라 방황하던 시절. 나는 아내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진 9200km의 기찻길. 기차를 타고 꼬박 일주일을 달려가야 끝나는 지상에서 가장 먼 여정을 떠나기로 작정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우리의 여행은 뒤죽박죽이었다. 단 한 마디의 러시아말도 하지 못하는 우리가 살아서 러시아를 빠져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물론 아내와 나 사이에는 나타샤가 있었다. 사할린이 고향이 러시아 교포 3세의 아리따운 처녀. 그녀도 시베리아는 처음이었고, 여행 내내 우리만큼 당황했다.

좌충우돌하던 여행은 천신만고 끝에 바이칼 호수까지 찾아갔다. 시베리아의 진주라 불리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아니 바이칼은 바다였다. 남북으로 400km, 폭이 80km나 되는, 세계 담수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바다였다. 그곳에는 20여개의 섬이 있고, 336개의 하천이 흘러든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1742m.

앙가라 강에서 배를 타고 4시간. 배는 바이칼 호수의 인적 끊긴 해변에 닿았다. 이 해변의 이름은 부흐타 파스차나야. 뱃길 아니고는 갈 수 없는 지상의 가장 먼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흘을 보냈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이칼 호수의 물을 마시고, 그 물로 세수를 하고, 그 물로 목욕을 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의 파란 눈처럼 보인다는 그 맑은 호수. 물빛은 영혼까지 비출 만큼 맑았다.

그때 우리에게 인연의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라리샤와 루바. 이르쿠츠크 인형극장 사장과 직원인 두 할머니가 그곳으로 캠핑을 온 것이다. 그들과 이틀 밤을 지샜다. 낮에는 낮잠과 사우나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 어둠을 밝혔다. 라리샤와 루바가 요리한 오물-바이칼 호수에 사는 물고기-훈제에 보드카도 마셨다.

호수처럼 파란 하늘 위로 달이 기우는 밤. 나는 라리샤와 루바에게 아리랑을 들려줬다. 느리게, 달의 걸음걸이처럼 느릿느릿 아리랑을 불렀다. 그때 눈물이 핑 돌았던 것은, 아무래도 여행이 너무 길었던 탓이리라.

알래스카, 영영 어두워지지 않을 것 같던 백야

여기는 알래스카 해안가의 작은 마을. 마을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바다 건너 빙하를 이고 있는 산 위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나는 해변을 따라 활처럼 휘어져 나간 언덕에 있었다. 그곳에 내 영혼의 안식처, 텐트를 치고 북극의 밤이 깊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처음부터 그 해안가에 자리를 잡으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리즐리-회색곰-을 따라 정신없이 강변을 거닐다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백야의 땅에 시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오후 10시가 다 됐지만 세상은 초저녁처럼 환했다. 차가 해안가 모퉁이를 돌아설 때였다. 나도 모르게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는 한참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어찌 저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뭐랄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누구나 가보기를 소망하는 동화의 마을 그대로였다.

백야의 하늘 아래 배경이 되어 서 있는 산들은 여름에도 흰 눈을 이고 있었다. 그 산 아래 전나무들이 어울린 숲이 울타리가 되어 마을을 감쌌다. 바다에서 한 계단씩 언덕을 오르며 자리한 집들에서는 불빛이 하나둘씩 피어났다. 바다는 비단처럼 잔잔했고, 세상은 조용했다. 영영 어두워지지 않을 것 같은 백야의 밤만이 천천히, 거북이걸음처럼 느릿느릿 마을에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텐트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캘리포니아 나파 벨리 산 와인을 마시며 동화의 마을을 보고 또 보고, 원도 없이 바라봤다. 영영 어두워지지 않을 것 같던 그 백야의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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