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환의 캠핑폐인] 내 안에 물고기가 산다

[김산환의 캠핑폐인] 내 안에 물고기가 산다

발행일 2011-06-21 11:46:06 김산환 칼럼리스트

아들 녀석은 잠들어 있다. 나는 몰래 텐트를 빠져 나왔다. 캠핑장에는 어둠이 가득하다. 낚싯대를 챙겨서 강으로 향한다. 급류를 타고 흘러가는 강물 소리에서 한기가 묻어난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신새벽에 강물에 발을 담그는 일이 꼭 즐겁지만은 않다. 그러나 어쩌랴. 손맛을 보려면 새벽이 최적의 시간인 것을. 동트기 전과 해질 무렵에 물고기의 먹성이 가장 활발하다는 것쯤은 초보 낚시꾼도 안다.

강물 속에 누군가 있다. 물살이 세차지는 강의 한 가운데서 누군가 하류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아마도 그는 밤새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진정한 꾼이다. 푸른 여명 속의 그는 미동도 않고 앉아서 찌만 노려보고 있다. 그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새삼 낚시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캐스팅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왔다. 나는 이 느낌이 좋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 때 전해지는 경쾌한 당김이 참 좋다. 온몸의 말초신경이 곤두서서 오직 물고기의 입질에만 집중된다. 이건 몰입이다. 이 순간은 나의 모든 감각과 신경이 오직 하나, 물고기에게 향하는 물아일체의 순간이다.

입질은 결정적인 순간, 챔질로 이어진다. 물고기의 주둥이에 바늘이 확실히 꽂히도록 비호첢 낚싯대를 낚아챈다. 낚싯대를 낚아채는 속도는 생각의 속도 보다 빨라야 한다. 낚싯대 초리가 까닥이면 무조건반사로 챔질을 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빛의 속도 보다 빨라야 한다. 그 찰나의 순간이 낚시의 운명을 가른다. 물고기의 생과 사가 그 찰나에 결정된다.

챔질에 성공하면 물고기와의 한판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나와 물고기는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이 수면을 뚫고 들어간 물 속 어딘가에서 마주한다. 비록 서로를 볼 수는 없지만 나와 물고기는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서로를 느낀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지워지고, 미끼를 문 물고기와 나만이 존재하는 기분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미끼에서 벗어나려는 물고기의 움직임은 얇고 투명한 낚싯줄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고기가 도망치기 위해 꼬리지느러미를 튕길 때의 파동도, 물고기가 바위틈을 향해 사력을 다해 머리를 박을 때의 몸부림도 낚싯줄을 타고 온다. 물고기의 저항이 느껴지면 내 안의 수렵본능도 깨어나 눈을 번뜩이게 한다.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한다.

이건 희열이다. 내 몸의 감각을 모두 일깨우는 희열이다. 이 희열은 물고기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더 벅차오른다. 일찍이 내가 이처럼 생명체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던가. 미끼를 문 것은 물고기가 아니다. 나를 둘러싼 강과 산과 대지와 바다와 하늘이다. 생명의 근원인 자연이다. 낚싯줄은 자연이 내게 보내는 싱싱한 피를 실어 나르는 핏줄이다. 나를 잉태한 자연과 연결된 탯줄이다.

팽팽히 당겨진 낚싯줄의 긴장은 어느 순간 균형이 깨진다. 물고기가 저항을 포기한 것이다. 물고기는 제 안의 모든 힘을 다 쓰고 나면 항복을 선언한다. 낚싯줄을 감아도 순순히 딸려온다. 물고기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나의 번뜩거리던 눈도, 마음 속 긴장의 끈도 탁 풀어지고 만다. 물고기가 저항을 포기한 순간 승부는 끝난 것이다. 남은 것은 잡은 물고기를 확인하는 절차뿐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절망에 찬 눈빛을 보내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일은 안쓰럽다. 물고기는 두려움에 바르르 몸을 떤다. 이 두려움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아무 것도 없다. 물고기를 거둘 것인가, 아니면 자연으로 돌려보낼 것인가에 대한 처분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내가 물고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내 자신이 조물주와 버금가는 존재다.

어쩔 것인가. 물고기의 명줄을 끊고 싶은 욕망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러나 그 욕망을 애써 누른다. 물고기 입에 걸린 바늘을 조심스럽게 뺀다, 물고기가 꼬리를 치며 단발마의 저항을 한다. 나는 녀석을 가만히 물에 놓아준다. 물고기는 중심을 잡지 못한다. 지금 물고기에게는 지느러미를 까닥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비틀거리던 녀석이 다시 힘을 낸다. 몸이 똑바로 서면서 꼬리지느러미를 경쾌하게 친다. 물 만난 고기로 돌아온 것이다. 물고기는 천천히 나의 시야를 빠져 나간다. 강물의 깊은 품을 찾아 떠난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지배하는 자연계에서 인간은 신과 동급으로 군림한다. 인간이 마음먹으면 못 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면 그 먹이사슬은 역전된다. 자연계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점유하던 한 인간도 인간세계에서는 아주 나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다.

문명의 도시에는 우리의 명줄을 잡고 있는 숱한 절대자가 존재한다. 그들은 사회적 관계, 인간 내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에서 정점에 있는 사람, 혹은 권력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 사람, 혹은 권력 앞에 나약하다. 물고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자였던 내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 같은 사회의 먹이사슬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를 차지한 채 누군가의 처분만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관대해져야 한다. 내가 부린 만용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내 목을 겨눈다.

물고기를 보내고 나면 뿌듯하다. 한 생명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물론 빈 바구니로 캠핑장에 돌아가면 아들 녀석은 입이 삐죽 나올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아빠의 능력도 보잘 것 없어 질 것이다. 그래도 좋다. 오늘 한 생명을 살린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낚시를 포기할 수는 없다. 챔질을 하는 순간, 낚싯줄을 타고 전해지는 물고기의 탄력 넘치지는 저항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손맛에 중독되면 죽을 때까지 낚시에서 헤어날 수 없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포르쉐 911 터보 S 공개, 701마력 하이브리드 탑재..제로백 2.5초

포르쉐 911 터보 S 공개, 701마력 하이브리드 탑재..제로백 2.5초

포르쉐는 신형 911 터보 S를 8일 공개했다. 신형 911 터보 S는 992 부분변경의 초고성능 버전으로 두 개의 e터보 시스템과 전기모터, 1.9kWh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를 탑재해 총 출력 701마력, 제로백 2.5초의 성능을 갖췄다. 국내 가격은 3억4270만원부터다. 신형 911 터보 S는 992 부분변경의 초고성능 버전으로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운영된다. 신형 911 터보 S는 최상급 핸들링과 퍼포먼스, 일상에서의 실용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모델로 평가 받는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프리우스 사륜구동 출시, 가격은 4530만원

토요타 프리우스 사륜구동 출시, 가격은 4530만원

토요타코리아는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는 후륜 차축에 전기 모터가 추가된 사륜구동 모델로 총 출력 199마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 20km/ℓ를 확보했다. 주행 안정성도 제공한다. 가격은 4530만원이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는 E-Four 시스템을 탑재한 사륜구동 모델이다. 이번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 출시로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되며, 고객의 다양한 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아우디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출시, 가격은 6968만원

아우디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출시, 가격은 6968만원

아우디코리아는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는 가솔린 모델로 트림에 따라 최고출력 204마력/272마력을 발휘한다. 상위 트림은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인터렉션 라이트 등을 제공한다. 가격은 6968만원부터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는 가솔린 모델로 40 TFSI 콰트로와 45 TFSI 콰트로로 운영된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출시로 디젤 TDI와 함께 Q5 스포트백 풀라인업이 완성됐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폭스바겐 ID.크로스 콘셉 공개, 모두를 위한 소형 전기차

폭스바겐 ID.크로스 콘셉 공개, 모두를 위한 소형 전기차

폭스바겐은 ID.크로스 콘셉트를 8일 공개했다. ID.크로스 콘셉트는 차세대 도심형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모델로 폭스바겐의 새로운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WLTP 기준 42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릴렉스 모드 등을 제공한다. ID.크로스 콘셉트는 향후 양산된다. ID.크로스 콘셉트는 폭스바겐의 네 번째 콤팩트 전기 콘셉트카이자 차세대 도심형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ID.2all의 양산 모델인 ID.폴로(Polo)를 시작으로 ID.폴로 GTI, ID.크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지프, 9월 출고 고객 특전… 어벤저 연중 최대 혜택

지프, 9월 출고 고객 특전… 어벤저 연중 최대 혜택

모험과 자유의 아이콘 지프(Jeep®)가 9월 30일까지 전국 전시장에서 전 차종 시승행사를 진행하고 출고 고객을 위한 9월 한정 혜택을 제공한다. 9월 내 지프의 대표 모델 랭글러를 출고하는 고객에게는 5년/13만km 연장보증 서비스 또는 오토 파워 사이드 스텝 중 원하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전 차종에 블랙박스와 하이패스가 기본 제공된다. 특히 각 지자체별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구매를 서두르려는 수요가 높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벤츠 GLC 전기차 공개, 713km 주행..초대형 그릴 탑재

벤츠 GLC 전기차 공개, 713km 주행..초대형 그릴 탑재

벤츠는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with EQ Technology, 이하 전기차)를 8일 공개했다. GLC 전기차는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WLTP 기준 713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새로운 조명 그릴과 에어매틱 서스펜션 등을 탑재했다.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GLC 전기차는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GLC 전기차는 내연기관 GLC 대비 84mm 더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넓은 1열 및 2열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은 570ℓ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BMW 3시리즈 전기차 티저 공개, 테슬라 모델3 정조준

BMW 3시리즈 전기차 티저 공개, 테슬라 모델3 정조준

BMW는 i3 티저를 5일 공개했다. i3는 3시리즈의 전기차 버전으로 BMW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를 기반으로 뉴 iX3와 같은 브랜드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i3는 6세대 eDrive 기술을 탑재해 64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내년에 공개된다. i3는 전기차로 8세대 3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다. i3와 신형 3시리즈는 디자인은 공유하지만, 뉴 iX3와 X3처럼 별도의 플랫폼을 사용한다. i3는 BMW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 기반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미니 JCW 에이스맨, 코너링이 재밌는 전기차

[시승기] 미니 JCW 에이스맨, 코너링이 재밌는 전기차

미니 JCW 에이스맨을 시승했다. 미니 JCW 에이스맨은 JCW 최초의 전동화 모델로, JCW 고유의 역동적인 주행성능과 함께 부스트 모드를 통해 재미까지 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성능 전기차에서 아쉬원던 코너링 성능을 비교적 가벼운 공차중량과 로드홀딩으로 재밌게 풀어냈다. 미니 에이스맨은 신설된 전기차 전용 라인업으로, 몸집이 커진 3세대 컨트리맨과 4세대 미니 쿠퍼 사이를 채운다. 가격 포지셔닝이나 체감상으로는 기존 컨트리맨의 후속 모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BMW 뉴 iX3 공개, 6세대 eDrive 기술..주행거리 805km

BMW 뉴 iX3 공개, 6세대 eDrive 기술..주행거리 805km

BMW는 5일(현지시간) 차세대 전기차, 뉴 iX3를 공개했다.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 기반의 첫 양산형 모델로, 올 연말부터 생산이 시작된다. 뉴 iX3에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내외관 디자인을 비롯해 BMW 파노라믹 비전과 BMW OS X가 적용돼 차세대 BMW 신차를 가늠할 수 있다. 뉴 iX3에는 6세대 BMW eDrive 기술이 적용됐다. WLTP 기준 최대 805km의 주행거리, 최대 400kW 충전을 통해 효율성과 장거리 성능을 높였다. 또한 역동적이고 정밀한 핸들링도 강조했다. 2026년

신차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