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오토뮤지엄] 퇴폐 풍조 만든 초기의 택시들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퇴폐 풍조 만든 초기의 택시들

발행일 2010-12-21 16:01:00 전영선 소장

어느 나라나 다 그랬듯이 초기에 등장한 자동차는 귀하고 값이 비싸서 부자들이나 세도가들의 놀이도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14년부터 상류층에 자동차 바람이 불면서 서울에 택시가 등장하자 세도가와 부호의 자제들이 드라이브 맛에 아편처럼 빠져드는데, 택시 불러 타고 간다는 곳이 요정 아니면 얼근히 취한 후 기생을 태우고 서울장안을 누비자 사회기강 망친다고 서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 1910년대말 택시구경 떠꺼머리들

“저 우라질 놈의 다꾸시, 또 기생년 태우고 먼지 날리네. 야 돌쇠야 저 기생 다꾸시 골탕 좀 먹이자.”
“어떻게?”
“보나마나 청량리 밖 영도사 갔다 올게 아니여. 그동안 길에다가 웅덩이 파고 똥물 한 바가지 붓고는 그 위에 솔잎 가지로 살짝 덮어 놓자”
”그가 귀똥 차네 그랴“

아니나 다를까 한 참후 그 기생 다꾸시가 저 멀리서 먼지 날리며 기세 좋게 달려오고 있었다. 두 떠꺼머리 장난꾸러기 들은 잽싸게 길 가 버드나무 뒤로 숨어 희희덕 거리며 잠시 후에 일어날 일에 가슴을 조였다. 드디어 아무것도 모르는 다꾸시가 문제의 웅덩이 위를 건너는 순간 ‘쨍그렁’하고는 앞바퀴 스프링이 부러지면서 똥물울 뒤집어 쓰고는 서버렸다. “어느 놈이 이 따위 짓거리를 했냐.네 이놈들 잡기만 해봐라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 놓고 말태니”. 노기등등한 운전수는 깔깔대며 저 말리 달아나는 떠꺼머리들을 잡을 재간이 없어 주저앉아 땅을 치며 ‘나 망했네’ 넋두리만 칠 수 밖에.

날이 갈수록 기생 다꾸시 퇴패풍조가 심해지자 이를 보다 못한 신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금일의 자동차는 장래의 오동마차(죄수 호송차)--시류천배(時流賤輩)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서도 볼진데 호기로도 보이고 시기하는 것도 같고 부끄럽기도 하겠으나 일호반점이라도 지각이 뚫린 사람이 보게 되면 위험도하고 가증도하고 불쌍도 하여 한탄을 금할 수 없도다.

이것은 무엇이냐 하면 금일 부랑자에 유행하는 자동차의 일이라 하겠노니, 대저 자동차라 하는 것은 상당한 지위가 있다든지 상당한 재산이 있다든지 그렇지 아니하면 무슨 긴급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도리어 경제상 이익을 취한다 할 수 있겠으나, 근일 자동차를 타고 이리로 가며 붕붕 저리로 가며 앵앵하는 모양을 볼 진데 열에 아홉은 곧 부랑자라고 단언하겠으니, 가증하다 부랑자여 그대들이 전부 자동차를 몰아가지고 그와 같이 종횡 분주한즉 보는 일이 무엇이며 가는 곳이 어디매뇨. 요리집 아니면 기생집이요, 연극장 아니면 밀매음녀집이나 문 밖았 절구경이 아닌가.

지금 우리의 경제로 말 할진데 자동차는 물론 인력거도 과분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자동차를 타야 되겠다 하거늘 어찌자고 이와 같이 매몰하뇨. 오늘날의 자동차는 곧 장래의 오동마차를 면치 못하리라고 단언하겠으니, 그때에 가서 아무리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본 기자가 모 대신이 매일 자동차를 타고 기생출입 하는 것을 보았노라. 그와 같은 지위에 또한 백발이 성성하거늘 풍우한서를 옮기는 부끄러운 폐단인즉 우리 한번 연구하여 볼일이 아니요.

이렇게 신문까지 나서서 망국의 풍조라 한탄하는 소리와는 달리 한량들과 기생의 자동차놀이 풍류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택시영업을 번창하게 만들었다. 이런 호경기를 타고 대 도시마다 날이 갈수록 택시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요정 앞에는 밤낮 없이 택시들이 진을 쳤고. 이렇게 늘어난 자동차는 1920년 말 전국 보유대수 680여대에 서울에만 110여 대로 그중 택시가 70여 대나 됐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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