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오토뮤지엄] 택시 드라이브 풍류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택시 드라이브 풍류

발행일 2010-12-14 11:23:58 전영선 소장

“어서 옵쇼 손님, 어디로 모실깝쇼?”
“운전수양반, 저기 전봇대 누비러 갑시다.”
“좋습니다, 소인의 운전 재주 한번 기차게 보여 드리겠습니다요.“ 

지금도 그렇지만 전국의 자동차 보유대수 중 30%가 서울에 모여 있어 갖가지 드라이브 풍류들이 경성에서부터 생겨났다. 

▲ 1910년대말 기생택시 드라이브족

1914년부터 서울 장안에서 생겨난 자동차 드라이브 풍류는 1917년 한강 인도철교가 개통되자 그 열기를 더해갔다. 기생들과 풍류객들이 택시를 불러 타고 드라이브하고 싶을 때 목적지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당시의 자동차드라이브 풍습이었다. 

이때만 해도 서울 근교에는 두 곳밖에 드라이브할 곳이 없었다. 이것은 바로 자동차도로니 관광지가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손님이 서울장안 남대문 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전신주 누비러 가세“하면 한강철교로 가자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운전사들의 상식이었다. 

한강철교 가운데 쭉 늘어서 있는 전봇대 사이를 손님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 S자형으로 꼬불꼬불 돌아가며 운전솜씨를 자랑하면 손님들은 손뼉을 치며 매우 기분 좋아했다. 더구나 이 때의 자동차는 가속기인 엑셀러레이터가 지금처럼 패달 식이 아니라 핸들 가운데 레버 식으로 붙어있고 바닥에는 브레이크, 클러치, 후진용 패달 세가가  달려 있어 운전수가 한창 신나게 운전할 때는 그 많은 조작기기들을 움직이랴, 핸들 틀랴 마치 권투선수가 샌드백 치는 것 같은 손놀림과 몸동작이 배꼽을 잡게 하는 또 하나의 좋은 구경꺼리였다. 그리고는 노들강변을 둘러 한강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 매운탕에 약주 몇 사발을 들고 돌아오는 멋이었다. 

또 종로거리에서 차를 타고 “오줌고개 가세“ 하면 정릉을 거쳐 청량리 쪽으로 가자는 뜻으로 알고, 서대문 구치소 뒤 악박골 약수터에 먼저 들려 여자들은 엿을 사먹고 남자들은 입구에선 주막집에서 약주 두어 사발에 굴비를 뜯은 후 거나한 기분으로 오줌고개인 지금의 정릉 아리랑고개를 넘어 능수버들 늘어진 청량리길을 달려 영도사나 청량사 또는 홍릉을 돌아오는 멋이 고작이었다. 

이 두 곳이 1920대년 초 서울에서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고, 한 번 갔다 오는데 택시 전세비만 10원 정도 들었다. 돈 많은 한량들의 드라이브 풍류는 택시운전사들에게 `팁`이라는 새로운 수입원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한번 택시 드라이브를 하고나면 차비 외에 5~10원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풍류계의 관습이었다. 특히 기생들의 팁이 푸짐하여 요정과 기생은 택시운전수들의 최대의 `봉`이라서 기생과 택시는 바늘과 실의 관계였다. 이러니 기생을 잘 모실 수밖에 없었다.

“여보게들 창경원 벚꽃구경 안 가려나?”
“오늘은 공일이라서 전차가 매우 붐빌텐데, 고생 안 하려면 슬슬 걸어가지.”
“그러지 말고 우리 택시계 모았잖은가. 그 돈으로 택시 한번 타고 가세.”
“이 사람아, 그 돈은 올 가을 황해도 백암온천가려고 택시비로 모은 계가 아닌가. 그러지 말고 창경원까지 3원이니까 우리 다섯이 60전씩 갈라내면 택시탈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세.“ 

서울 창경원의 벚꽃놀이도 드라이브 코스 겸 관광지로 1910년대 말부터 인기가 높았다. 봄 벚꽃놀이가 벌어질 때는 일요일만 되면 행락인파를 실어 나르기에 바빠서 택시는 불티났고, 한 번 가는데 3원이라 혼자 내기가 벅차면 친구들 4~5명이 모여 합승한 후 나누어 내는 풍습도 생겨났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시승기] 쏘렌토 하이브리드, 5천만원에 모든 것을 담았다

[시승기] 쏘렌토 하이브리드, 5천만원에 모든 것을 담았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를 시승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적당한 크기와 실내공간, 상품성에 하이브리드를 통한 경제성까지 더해져 국민 SUV로 자리매김 했다. 매년 꾸준히 오르는 가격으로 인해 저항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5천만원 미만에서 구입 가능한 최적의 선택지다. 기아 쏘렌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다. 현행 모델은 4세대 쏘렌토 부분변경(MQ4 PE) 모델로 2023년 8월 출시됐다. 전후면 램프류 디자인을 변경하고, ccNC와 OTA, 파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시승기] 카니발 하이브리드, 대형 SUV 위협하는 상품성

[시승기] 카니발 하이브리드, 대형 SUV 위협하는 상품성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9인승을 시승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정숙성을 함께 만족하는 모델로,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인기가 좋아 카니발 디젤의 단종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SUV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대형 SUV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인승 이동시 편의성은 독보적이다. 기아는 카니발 부분변경(KA4 PE)을 지난 2023년 11월, 하이브리드는 12월 출시했다. 사전계약에서 90%의 고객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며, 출고 대기가 1년을 넘어서기도 했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제네시스 G90 쿠페 양산되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

제네시스 G90 쿠페 양산되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

제네시스가 G90 쿠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X Gran coupe concept)의 실차 이미지와 영상을 추가로 공개해 주목된다. 이탈리아 동부 마르케 지역에서 촬영된 이번 콘텐츠를 통해 엑스 그란 쿠페가 단순히 목업 차량이 아닌, 실제로 구동계가 탑재된 실차임을 보여줘, 양산 가능성을 높였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5년 11월 브랜드 론칭시 예고한 6개 모델 라인업에 '니어 럭셔리 스포츠 쿠페'를 포함하는 등 쿠페형 모델 출시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이후 2016년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닛산 신형 실피 공개,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아반떼급 세단

닛산 신형 실피 공개,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아반떼급 세단

닛산은 신형 실피(SYLPHY) 외관 디자인을 12일 공개했다. 신형 실피는 부분변경으로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풀사이즈 LED 라이트바와 독특하게 디자인된 주간주행등 등 과감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신형 실피는 내년 중국에 출시되며, 미국에서는 센트라로 판매된다. 실피는 닛산의 준중형 세단이다. 신형 실피는 4세대 부분변경으로 2026년 1분기 중국 시장에 투입된다. 실피는 미국에서 센트라로 판매되는데,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기아 K4, 혼다 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AMG E53 에스테이트, 미국서 가장 저렴한 퍼포먼스 왜건

AMG E53 에스테이트, 미국서 가장 저렴한 퍼포먼스 왜건

메르세데스-AMG는 12일 AMG E53 에스테이트(Estate) 가격을 미국서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E53 에스테이트는 신형 E클래스 에스테이트의 고성능 버전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총 출력 612마력을 발휘하며, 가격은 9만4500달러(약 1억3000만원)다. E53 에스테이트는 신형 E클래스 에스테이트의 고성능 버전이다. 국내에는 E53 세단이 출시됐는데, 에스테이트 출시는 미정이다. E53 에스테이트의 미국 가격은 9만4500달러(약 1억3000만원)로 BMW M5 투어링, 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랜드크루저 랠리 에디션 공개, 오프로드 스포츠카

토요타 랜드크루저 랠리 에디션 공개, 오프로드 스포츠카

토요타는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Rally Raid Edition)을 11일 공개했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튜닝된 전용 서스펜션과 전용 휠 등을 탑재해 오프로드 성능이 강화됐다.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랜드크루저 팀이 다카르 랠리 양산차 부문에서 1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스페셜 모델이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일본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 퍼포먼스와 사운드 매력적

[시승기]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 퍼포먼스와 사운드 매력적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했다. EX30 크로스컨트리는 EX30을 기반으로 오프로더 스타일의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과 19mm 높아진 지상고를 통해 전통적인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428마력 듀얼 전기모터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1040W 사운드 장비는 주목된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4일 크로스컨트리 최초의 전기차 EX30 크로스컨트리를 출시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는 볼보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라인업으로, 스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그랑 콜레오스 2026년형 살펴보니, 선루프로 개방감 높였다

그랑 콜레오스 2026년형 살펴보니, 선루프로 개방감 높였다

르노코리아가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를 선보였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도입하고, 퓨어 화이트 그레이 인테리어가 추가됐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신규 내외장 컬러, 아웃도어 감성의 스페셜 에디션 에스카파드(escapade)를 함께 출시한 점이 특징이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는 고객 요구 사항을 반영해 openR(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 바탕화면 내 공조장치 위젯 추가 등 UI를 개선했다. 동승자는 20가지 캐주얼 게임이 포

차vs차 비교해보니이한승 기자
맥라렌 750S JC96 에디션 공개, 도로용 레이스카

맥라렌 750S JC96 에디션 공개, 도로용 레이스카

맥라렌은 750S JC96 에디션을 11일 공개했다. 750S JC96 에디션은 일본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 모델로 타이거 스프라이프 디자인을 특징으로 MSO 750S 전용 다운포스 키트(HDK)를 통해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750S JC96 에디션은 61대만 한정 생산된다. 750S JC96 에디션은 1996년 일본 그랜드 투어링카 챔피언십(JGTC)에서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한 맥라렌 F1 GTR에 경의를 표현하는 스페셜 모델이다. 750S JC96 에디션은 쿠페와 스파이더로 운영되는데, 199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