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사리원역의 작은 3·1운동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사리원역의 작은 3·1운동

발행일 2010-10-21 14:58:03 전영선 소장

1920년 6월에는 경의선 사리원역에서 한・일 운수업자들 간에 큰 싸움이 일어났었다. 이곳에는 우리민족 이승준씨가 경영하는 해서(海西)자동차부와 일본인 경영의 직거(織居), 궁본(宮本) 세 승합차회사가 경쟁했다. 이 자동차회사들 역시 사리원역 광장을 버스터미널로 공동 사용하며 기차와 인근지방 사이의 승객을 연계하고 있었다.

▲ 1920년대 사리원거리 승합차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919년 3・1독립운동이 벌어진 직후부터는 기차에서 내리는 손님이나 지방에서 기차를 타러 오는 사람이나 거의가 이승준씨의 해서자동차부 버스만 타는 게 아닌가.  지방에 갔던 버스들은 들어오는 차례대로 역 출입구 앞에서 뒤로 줄을 서 정차를 하는 것이 버스 터미널의 관습인데, 일본인 버스를 타지 않고 해서버스가 제일 뒤꽁무니에 서있어도 일부러 찾아가 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자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수입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렇게 되자 일본 업자들은 갖은 방법으로 해서자동차를 괴롭히지만 그럴수록 승객은 더욱 더 해서버스로 몰렸다. 드디어 일은 터지고 말았다. 20년 3월 월 말경 느닷없이 일본 업체 패거리들이 역 광장 입구에서 해서버스의 진입을 막았다. 

이유는 궁본과 직거자동차가 역 광장을 역장으로부터 사들여 자기네들 사유 터미널이 됐으니 오늘부터는 일체 해서버스는 한 발짝도 못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억울한 이승준씨는 역장을 만나 따졌지만 철도국의 승인으로 이미 팔았으니 어쩔 수 없다며 오리발만 내밀었다. 

▲ 1920년대초 사리원역 광장 승합차

싸움을 해봤자 패거리들이 해서보다 두 배나 많을 뿐만 아니라 일인 득세판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자동차는 손님을 위해서 사장과 운전사들이 돈을 모아 인력거를 고용하여 기차에서 내린 승객을 일일이 인력거에 태워 회사 주차장으로 모셔 와서는 버스에, 지방에서 온 승객은 역시 인력거로 역까지 태워 기차에 인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과외 돈이 무더기로 날라 가니 해서의 우리 민족 운전사 10여명은 월급은커녕 인력거고용 경비조달하기에도 모자랐다. 이래도 해서의 전 직원들 은 일심동체로 똘똘 뭉쳐 일본의 만행에 결사 항거했다. 

그런데 근 2개월 후인 5월 말경부터 역 광장 사유사건은 일본 업체들이 꾸민 사기극이라는 소문이 나 돌았다. 이 소문대로 내막을 파 해치기 위해 백방으로 이승준 사장은 노력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어느 날 서울 총독부에 근무하던 친구가 찾아 와 술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호소하던 중 사리원역이 소속된 남만주철도회사 경성사무소로 확인해 보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급히 상경하여 조사해 본 결과 사기극임이 명백했다. 

국가의 재산을 일개 역장이 팔아먹는다는 것은 중범이라며 담당관까지 대노했다. 이 사실을 안 해서 직원과 사리원 동포 청년들이 몽둥이를 들고 일어나 일본 업체들과 큰 싸움이 벌어질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3・1독립운동 실패로 격분이 체 가시기전이라 해서자동차 쪽은 살기가 등등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 동포 운전사들 사이로 퍼져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돌았다. 겁이 난 일본 업자들의 신고로 달려온 경찰과 헌병대의 총칼 앞에서 어쩔 수 없어 울분을 삼키며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잘 못됐으면 제2의 독립운동이 일어날 뻔했던 것이 일제는 겁났던 것이다. 이 사기사건으로 일본 업자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동차회사를 해서자동차의 이승준 씨에게 넘겨주고는 사리원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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