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알파 로메오

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알파 로메오

발행일 2014-01-29 19:04:18 윤재수 칼럼리스트
 
driving passion and highest level technology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면 하나쯤 내세우는 표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드라이빙에 대한 열정과 최고의 기술’이라는 표어는 현재 알파 로메오가 말하는 그들의 이미지다. 물
론 우리나라에서는 알파 로메오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같은
이태리 기업이라도 피아트라는 브랜드처럼 대기업의 이미지도 아니고, 페라리처럼 초 고가의 수퍼카라는 이미지도 아니다. 알파 로메오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태반은 아마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알파 로메오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드라이빙에 대한 열정과 최고의 기술’이라는 알파 로메오의 자술서가 결코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F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다섯 번째 이야기는
이태리의 ‘알파 로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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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스포츠 초창기 최고의 영운 타찌오 누볼라리와 알파 로메오 P3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이태리의 자동차 산업은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다른 유럽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낙후되어 있었다. 모터스포츠의 여명기에도
앞서 나간 프랑스와 영국, 독일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시기에 현재와 같은 강력하고 빠른 이태리 자동차의 이미지를 만든 브랜드가 바로 알파 로메오다. 20세기 초 중반 압도적인 스피드를 보여준 알파 로메오 덕분에 붉은 색 이태리 자동차가 가장 빠르다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이전 가장 위대한 드라이버였던 누볼라리 역시 붉은 알파 로메오를 통해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드라이버 시절의 엔쪼 페라리와 알베르토의 아버지인 안토니오 아스카리 등 유명한 이름들이 알파 로메오의 모터스포츠 역사 초기에 등장하지만 누볼라리에 버금가는 명성을 쌓은 드라이버는 없었다. 모터사이클에서 활약하다가 1930년대 초 알파 로메오를 통해 네 바퀴 레이스카로 전향한 누볼라리는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수많은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랑프리 레이싱을 포함해 밀레 밀리아, 르망 24시간, 타르가 플로리오 등 세계 최고의 레이스 이벤트들이 그의 우승 목록에 포함됐다.
 
 
▲ 알파 로메오의 팩토리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레이스 카 8C 35
 
누볼라리와 함께 알파 로메오의 모터스포츠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스쿠데리아 페라리다. 드라이버 경력을 일찍 정리한 엔쪼 페라리가 만든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알파 코르세의 설비를 넘겨받아 알파 로메오의 팩토리 팀이 되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1930년대 중반 누볼라리와 함께 가장 강력한 조합을 만들어냈고, 당시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 강자였던 독일의 실버 애로우들과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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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엔쪼 페라리의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알파 로메오의 팩토리 팀으로 남아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30년대 말 알파 로메오가 직접 자신들의 팩토리 팀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엔쪼 페라리와 갈등이 생겼고, 결국 알파 로메오의 팩토리 팀 알파 코르세가 부활하면서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잠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계약 관계 때문에 오래 동안 자신의 이름을 자기 팀에 사용하지 못했던 엔쪼 페라리는 훗날 현재의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부활시켜 모터스포츠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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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 초창기 ‘무적’이었던 알파 로메오의 레이스카들
 
전쟁이 끝난 뒤 F1이 탄생할 때까지도 무적의 알파 로메오는 여전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수많은 경쟁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알파 로메오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1950년 드디어 F1 월드 챔피언십이 탄생했을 때, 7 차례의 그랑프리 중 알파 로메오가 참가하지 않은 인디 500을 제외한 모든 레이스에서 폴 포지션과 우승을 싹쓸이했다. 1951년에도 절반 이상의 폴 포지션과 우승을 차지한 알파 로메오가 여전히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갔다. 당대 최고의 드라이버였던 쥬세페 파리나와 후안 마누엘 판지오가 모두 알파 로메오의 레이스카에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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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알파 로메오가 공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컸다는 점이다. 회사의 규모가 작고 주 정부의 재정적 통제를 받는 알파 로메오는 F1 초창기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1950년과 1951년 2년 연속 F1 챔피언을 차지하는 동안 사용한 아홉 개의 엔진블록은 모두 전쟁 이전에 만든, 10년 이상 된 것들이었다. 덕분에 알파 로메오 엔진의 강력함에 대한 명성은 더욱 높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한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1952년 주 정부의 재정적 통제로 알파 코르세의 유지에 한계를 느낀 알파 로메오는 결국F1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 강력한 알파 로메오 엔진과 함께 포디엄 정상에 오른 브라밤 BT46
 
F1 최초 2년 간 챔피언 타이틀을 휩쓸었던 알파 로메오에 대한 이미지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고, 알파 로메오의 부활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강력한 알파 로메오의 엔진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면서 1960년대부터 몇몇 F1 팀들이 알파 로메오 엔진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맥라렌과 마치가 한 차례씩 알파 로메오 엔진을 사용했고, 1976년 브라밤에 의해 본격적으로 알파 로메오 엔진이 F1에 복귀했다. 과도하게 무겁다는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알파 로메오의 12기통 엔진은 분명히 강력한 엔진이었고, 1977년에만 네 차례나 포디엄 피니시에 성공하면서 브라밤을 강팀의 위치에 복귀시켰다.
 
1978년은 알파 로메오의 이름이 F1에서 마지막으로 빛난 한 해였다. 고든 머레이의 디자
인, 니키 라우다, 그리고 알파 로메오 엔진이 결합한 BT46은 두 차례의 우승을 포함해 열 차례의 포디엄 피니시를 이뤄냈다. 특히 ‘엔진의 힘으로 승부’하는 이태리 그랑프리에서 원-투 피니시를 이뤄낸 것은 알파 로메오 엔진의 강력함 덕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브라밤의 성공에 고무된 알파 로메오는 팩토리 팀을 만들어 잠시나마 F1에 직접 복귀를 시도하기도 했다. F1에서의 성공은 다시 이뤄내지 못했지만 대신 알파 로메오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이벤트로 눈을 돌려 투어링 카 레이스 등에서 많은 우승과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과거 1930년대의 영광을 재현했다.
 
알파 로메오는 그리 크지 않은 자동차 브랜드지만, 그들이 모터스포츠에서 남긴 업적은 여느 초대형 자동차 제조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모터스포츠에서 이태리의 내셔널 컬러인 로쏘 코르사가 모든 경쟁자들에게 두려운 존재로 여겨진 것도 무적의 알파 로메오에서 시작됐다. 알파 로메오가 없었다면 현재의 페라리도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모터스포츠 초창기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팀으로, 붉은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 브랜드로, 그리고 강력한 엔진과 압도적인 스피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알파 로메오는 낭만적인 과거를 추억하는 자동차 팬들에게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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