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BMW

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BMW

발행일 2014-01-15 16:54:07 윤재수 칼럼리스트
F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의 세 번째 주인공은 독일의 ‘BMW’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BMW는 같은 독일의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모터스포츠에서 이룬 업적이 많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토 우니온이 페르디난트 포르쉐와 함께 ‘실버 애로우’의 신화를 창조하기 시작한 1930년대 초만 해도 BMW는 정상급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사실상의 후발 주자 BMW가 나서기에는 경쟁자들의 아성이 너무 높았다. 그렇게 고래 싸움에 낀 새우와 같았던 BMW는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정면대결을 피해갔을까? 아마 그랬다면 BMW 브랜드는 지금과 같은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 1940년 밀레 밀리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BMW 328 밀레 밀리아 투어링 쿠페
 
다른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그랑프리 레이싱을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휩쓸고 있을 때, BMW는 모터싸이클이나 사이드 카 레이스에서 명성을 쌓고 있었다.
 
4륜 차가 경쟁하는 모터스포츠에서 BMW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36년 발표한 328이 등장한 이후였다. 2L 직렬 6기통 엔진의 328은 1930년대 후반 수많은 레이스에서 우승 컵을 차지했다. 그랑프리 레이스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모터스포츠 이벤트에서 BMW 328은 클래스 최강자로 군림했고, 전통의 ‘실버 애로우‘들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1940년 투어링 쿠페의 밀레 밀리아 우승은 BMW에게 다른 독일 브랜드 못지 않은 명성을 안겨줬다. 이태리 드라이버가 모는 이태리 자동차 이외에 밀레 밀리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의 SSK와 300 SLR, 그리고 BMW 328뿐이었다. 특히 1940년 328이 기록한 166.7 km/h의 평균 속도는 밀레 밀리아 사상 최고의 평균 속도로 기록됐다. 밀레 밀리아에서의 화려한 우승을 포함한 대활약 덕분에 328은 1930년대 최고의 명차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328을 기억하며 BMW 브랜드의 자동차를 선택하게 했다.
 
 
▲ 넬슨 피케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준 브라밤 BT52
 
세계대전 이후 BMW가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실적을 거둘 때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1950년 F1 월드 챔피언십이 출범했지만 BMW는 워크스 팀을 만들지 않았다. BMW 레이스카는 주로 F2 무대에서 활약했는데, 몇 차례 F1이 F2 규정으로 진행되거나 F2 레이스카의 출전이 허락될 때 개인 참가자가 BMW 레이스카에 오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투어링 카 레이스에서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던 M10 엔진을 기반으로 터보차저를 추가해 새로 개발한 M12/13 엔진과 함께 BMW는 F1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1982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F1에 진출하는 BMW와 손을 잡은 것은 버니 애클스톤이 이끌고 최고의 디자이너 고든 머레이가 돋보이는 브라밤이었다. 1980년대 초반 가장 강력한 터보 엔진이었던 M12/13은 1982년 캐나다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1.5L 직렬 4기통으로 퀄리파잉에서 850 마력을 뽑아내던 M12/13은 1983 시즌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브라밤 BT52의 동력을 만들어냈고, 넬슨 피케는 결국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F1에서 최초로 터보 엔진이 챔피언을 만들어냈고 그 주인공은 바로 BMW 엔진이었다. 브라밤 레이스카의 콕핏 바로 옆에는 ‘BMW M Power’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 ‘BMW Power‘를 전세계인에게 각인시킨 윌리암스-BMW
 
1980년대 중후반 F1에서 터보가 순차적으로 금지되면서 BMW의 이름 역시 F1에서 사라졌다. 1988년을 끝으로 F1에서 자취를 감췄던 BMW 엔진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였다. 르노 엔진과의 오랜 파트너십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윌리암스는 새 파트너로 BMW 엔진을 선택했다. BMW의 엔진 공급이 예정된 2000년까지 새로운 엔진을 준비하는 사이 윌리암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 와중에 BMW와 윌리암스가 합작해 만든 V12 LMR은 르망 24시간에서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V12 LMR의 엔진은 고든 머레이가 설계한 맥라렌 F1의 심장에 들어간 S70/2와 궤를 같이하는 S70/3였다. 1990년대 F1을 떠나있기는 했지만 BMW는 이래저래 F1 팀과의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2000년 윌리암스 F1 팀이 BMW 엔진을 달면서 마침내 윌리암스-BMW가 탄생했다. 1999년 5위까지 밀려났던 윌리암스는 BMW 엔진과 함께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페라리, 맥라렌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2001년 산마리노에서 4년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윌리암스-BMW는 2005년까지 총 10승을 거두며 강팀의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5년을 전후해 불거진 윌리암스 F1 팀과 엔진 공급자 BMW의 갈등은 결국 BMW의 결단을 불러왔다. 사상 처음으로 BMW 워크스 팀이 탄생한 것이다.
 
 
▲ BMW 워크스 팀의 첫 우승을 이끌어낸 F1.08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 등과 깊은 인연이 있던 자우버를 인수한 BMW는 2006년 자신들의 첫 F1 워크스 팀 ‘BMW 자우버’을 발족시켰다. BMW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흰색과 파란색 바탕에 약간의 빨간색 리버리를 사용한 워크스 팀의 레이스카는 데뷔 시즌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첫 포디엄 피니시를 이뤄냈다. 2007 시즌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BMW 자우버는 이어진 미국 그랑프리에서 세바스찬 베텔에게 F1 데뷔의 기회를 주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어냈고, 2007 시즌 컨스트럭터 순위에서 챔피언 페라리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8년은 BMW 자우버가 정점을 찍은 해였다. 시즌 초반 내내 페라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선두 다툼을 벌이던 BMW 자우버는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쿠비차의 역사적인 첫 우승과 함께 원-투 피니시를 이끌어냈고, 한 시즌 동안 열 한 차례나 포디엄에 올랐다. 하지만 많은 규정 변경이 이뤄진 2009 시즌을 맞이하며 KERS에 방대한 투자와 함께 챔피언을 노리던 BMW는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경제 위기의 격류 속에 결국 2009년을 마지막으로 F1에서 철수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BMW는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토 우니온보다 시작이 늦었고, 경쟁사들과 비교해서 규모의 싸움을 벌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BMW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부터 각종 모터스포츠 이벤트에서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냈고 마침내 F1에 진출해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F1, WTCC, DTM, 르망 24시간, 밀레 밀리아 등 고금의 정상급 모터스포츠 이벤트에서 BMW가 남긴 업적은 짧지만 뚜렷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력은 지금 사람들이 BMW 브랜드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도 할 수 있다. 꼭 ‘BMW Power’라는 문구 때문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BMW의 엔진과 파워트레인이 강력하고 믿을만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그 중 상당 부분은 F1에서 BMW가 보여준 강력한 모습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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