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DS5…'한껏 치장한 프랑스 미녀'

이 차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이지만 해치백이고, 큰 차체에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춘차도 아니어서다. 세단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성 넘치는 안팍 디자인은 DS5의 분명한 장점이다. 남들이 다 타는 차가 아니라, 작정하고 화려하면서 독특한 차를 만들어 낸 느낌이다. 실제로도 DS5를 직접 보면 한껏 치장한 프랑스 미녀가 떠오른다.

시트로엥 DS5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식 의전 차량으로 사용해 '대통령의 차'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차 라면 대형 세단을 떠올리기 쉽지만, DS5는 중형 세단과 해치백을 크로스오버한 4도어 쿠페 스타일의 차다. 이제 최고급 자동차의 개념을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 

◆ DS5의 외관 디자인- 이보다 더 독특할 순 없다

모든 DS 시리즈는 멀리서 봐도 존재감이 느껴진다. 차를 몰고 나갔을 때 주변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단순히 ‘보기 드문 차’여서가 아니다. 디자인이 그만큼 획기적이기 때문이다. 

DS5 역시 독특한 디자인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 특히 헤드램프에서 전면부 쿼터필러까지 이어진 크롬 장식으로 그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마치 여성들이 아이라이너를 이용해 눈꼬리를 길게 뺀 듯한 모양이다. 이런 장식들이 모여 전면부를 한껏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체 외관을 보면 DS 시리즈의 패밀리룩이 더 고급스럽고 화려해졌다. 낮고 긴 차체는 후면부까지 완만하게 이어져 DS5만의 독특한 비율과 볼륨감을 완성했다. 직선과 곡선을 자유롭게 사용했지만, 아기자기한 귀여움 보다는 고급스움이 느껴진다. 차체 곳곳에 크롬 소재가 대거 사용됐지만 경박스럽지 않고 엑센트를 적절하게 살린 느낌이다. 

전면부에는 대형 공기흡입구와 산 모양을 형상화한 시트로엥의 쉐브론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다. 모서리에 포인트를 준 LED 헤드램프는 길게 뻗어있으며, LED 주간주행등도 장착됐다. 범퍼 양 끝에는 공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었는데, 타이어 주변의 공기 저항을 줄이는 에어커튼 역할을 한다.

측면부는 쿼터필러를 적용해 A필러가 두 개로 갈라진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고, 천장 라인은 리어스포일러까지 매끈하게 이어진다. 빵빵한 후면부에는 둥글둥글한 콤비레이션 테일 램프와 네모 모양의 범퍼 일체형 더블 크롬 머플러가 장착됐다.

◆ 고급 스포츠카 느낌의 실내…SF 만화속에 들어선 듯

자유분방한 느낌의 외관에 더해 DS5의 실내를 보면 미래지향적인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다. 일반적인 차들과 달리 독특한 디자인의 도어트림, 센터 콘솔과 루프 콘솔, 쿼터필러, 3분할 글라스루프 등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구성을 보면 고급 스포츠카 내지는 슈퍼카가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뒷좌석에서 실내 전체 모습을 보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생체로봇 '에반게리온'의 뼈대가 떠오르기도 한다.

DS5 실내에서 천장을 보면 루프 콘솔과 3분할 글라스루프가 인상적이다. 글라스루프를 1열과 2열로 나누고 1열의 가운데를 루프콘솔이 가로지른 형태다. 1열과 2열 사이가 두껍게 막혀있어 뒷좌석에 탔을 때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운전석에 앉으니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 루프 콘솔에는 글라스루프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조작 버튼, 2개의 선글라스 수납함이 위치했다.

◆ 디테일이 살아있는 실내 디자인…하나하나 세심한 배려 인상적 

실내에 들어오면 플래그십 모델에 어울리는 고급 가죽시트가 반긴다. 세미버킷 스타일의 하바나 가죽시트가 적용됐는데, 앉은 느낌도 좋고 몸도 잘 받쳐줘 편안하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소재의 재질과 마감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스티어링휠은 D컷 스타일을 적용했는데 골프 등에 사용되는 것보다 극단적으로 깎아낸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 익숙해지니 오히려 핸들링 재미가 느껴졌다. 계기판은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세 부분으로 나눴으며, 붉은색 조명을 사용해 시인성을 높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센터페시아 디자인 또한 대각선 마름모 스타일의 레이아웃이다. 좌측 상단에는 네모난 모양의 아날로그 시계와 스타트&스톱 버튼이 위치했고, 그 아래에는 동그란 모양의 오디오 공조장치 조작버튼이 있다.

전체적 디자인은 개성이 넘치지만 버튼이 작고 촘촘히 박혀 있어 처음 운전한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겠다. 차 곳곳에는 10개의 스피커가 장착됐으며 '데논'의 최상급 오디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DS5 실내는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휠베이스는 2725mm로 현대차 아반떼(2700mm)보다 조금 길고, 전고는 75mm 높다. 그런데 시트 포지션이 높아선지 뒷좌석 머리 공간은 성인남성에게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뒷좌석에 탄 175cm의  남성은 허리를 쭉 펴면 머리가 닿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앞뒤 공간 활용은 뛰어나 1열과 2열 모두 무릎공간이 넉넉했다. 트렁크 공간도 넓은 편인데 기본으로 468리터, 뒷좌석을 접으면 1600리터까지 늘어나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 제원상 성능은 아쉽지만…막상 달려보면 '굿' 

DS5의 주행 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2.0리터급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경쟁 모델에 비해 성능과 연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이다.

2.0리터급 HDi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성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BMW 320d와 비교하면 출력은 21마력, 토크는 4.2kg·m 적다. 연비도 복합 기준 14.5km/l로 매우 우수하지만, 무게가 155kg 가벼운 320d(18.5km/l)에 비하면 리터당 4.0km 떨어진다.

그러나 이는 제원상 차이일 뿐, 실제 주행해보면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DS5는 낮은 rpm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차체가 둥글고 묵직한 탓에 빠르게 치고 나가는 재미는 조금 부족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별다른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표시연비를 웃도는 주행연비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 

◆ 통통 튀는 재미난 주행…차체 안정성도 우수

DS5의 전체적인 주행감은 통통 튀는 느낌이어서 재밌다. 일부에서는 리어 서스펜션에 토션빔을 사용해 승차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차의 디자인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세팅이라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조향감이 만족스럽고 차체 안정성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 진입해 스포트 버튼을 누르고 고속주행을 시작했다. 스로틀 반응이 더욱 민감해지면서 노면이 온몸으로 전달돼 발끝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놓고 rpm을 레드존까지 끌고 가니 163마력의 출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DS5에 적용된 6단 자동변속기는 반응 속도도 만족스러웠고,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잦은 엔진브레이크 사용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정숙성과 제동력도 뛰어난 편이다.

빠른 속도로 커브에 진입했다. 세단에 비해 차체가 높아 어느 정도 롤링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쏠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날카롭진 않지만 묵직한 반응의 핸들이 든든하게 방향을 잡아줬고 탄탄한 체체가 밸런스를 유지했다. 실내에서도 세미버킷 시트가 몸을 잘 잡아줘 불안감도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트포지션이 조금만 낮으면 더 재밌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