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은 너무나 가혹했다. 그랜저가 국산 준대형차, 동급의 수입차, 심지어 동생뻘인 쏘나타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13일,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다선 번째이자 첫 번째’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동급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과 연비, 첨단 편의, 안전사양 등을 고루 갖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그랜저의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사전계약 첫 날 7000대를 돌파했고, 출시 전날까지 사전계약대수는 2만3000여대로 집계됐다. 1월 말 기준으로는 3만4000여대가 계약됐다. 출시 한 달 보름 만에 지난해 그랜저TG의 판매대수, 3만2893대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그랜저는 6026대를 판매했다. 하루에 300대 이상이 팔린 셈이다. 1월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에서 준대형 차량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승용차 부분에서 5위에 등극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달에도 그랜저가 꾸준한 판매량으로 1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랜저의 인기에 경쟁사들의 준대형 차량은 고전하고 있다. 기아차의 K7은 지난해 12월 2859대를 판매했지만 지난달은 약 400대 가량 감소한 2403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에 기아차는 이번달 그랜저와 같은 GDI엔진을 장착한 K7 모델의 판매를 시작해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GM대우의 알페온은 지난해 12월 1695대를 판매했지만 지난달은 300대 가량이 감소한 1314대를 판매했다.
수입차량도 예외가 아니다. 혼다의 어코드, 닛산의 알티마, 도요타의 캠리 등의 수입경쟁차종도 그랜저 앞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지난해 12월에서 지난달 사이 혼다의 어코드는 352대에서 202대로 판매가 감소했으며, 닛산의 알티마는 228대에서 95대로 크게 감소했다. 도요타의 캠리도 같은 기간 427대에서 22대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에 수입차업체는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판매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산 준대형 차량과 수입차까지 그랜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쏘나타까지 그랜저 태풍에 휘말렸다.
그랜저가 출시된 이후 쏘나타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만1763대를 판매했던 쏘나타는 지난달 6885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국내 중형차의 대명사인 쏘나타에게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쏘나타 GDI 2.4 모델이 그랜저 GDI 2.4 모델과 겹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상급모델인 그랜저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목표인 내수시장 8만대는 무난히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