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 티코가 있으면 사람들은 왜 난폭해질까요?”
지난 2월 10일 서수원에서 열린 티코 동호회 ‘스테이지(Stage)’ 정기 모임에 참석했다. 티코 동호회 ‘Stage(정식 이름 Stage-Members Tico)’는 작년 11월 다음 카페에 개설돼 현재 13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24세부터 64세까지 다양하다.
티코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티코 타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Stage’ 회원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단종 된지 10년이 지난 ‘오래된 경차’ 티코에 대해 불편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차에 대한 불편함 보다 티코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가장 불편하다는 것이다.
최고령 회원인 ‘겐날’님은 “사람들이 경차는 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큰 차는 양반들이 타는 차, 작은 차는 상놈들이 타는 차라고 생각한다”며 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세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티코는 도로 위의 애물단지?
여기저기서 비슷한 경험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누구개’님은 “티코를 타면 신호대기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면 뒤에서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키는 등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망치김부장’님은 “EBS에서 경차와 고급차가 신호대기에서 늦게 출발 했을 때 실험한 것을 봤냐?”며 “마티즈나 모닝도 저런 취급을 받는데 티코는 오죽하겠나?”라며 서운함을 비치기도 했다.
또 ‘키티코’님은 “보통 운전자들은 티코가 추월하는 것에 대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끼어들려 하면 절대 비켜주지 않고, 끼어들 때는 무조건 들이댄다”면서 아찔했던 순간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티코를 타는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카페지기인 ‘RG’님은 “우리 회원들 중에는 차를 두 대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며 “세컨드카로 티코를 구입한 후 티코의 매력에 빠져 메인카로 타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호회에는 집에 고급 외제차가 있지만 티코만 타고 다니는 회원도 있다고 했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 티코를 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겐날’님은 “티코를 타고 호텔에 가면,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주차요원들 눈빛이 달라진다”며 “무시하는 시선과 무성의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탈 수록 빠져드는 티코의 매력
회원들은 티코가 무시당할 차가 아니라며 직접 차를 타보라고 말했다.
‘샤이닝아이즈’님은 티코의 가장 큰 장점으로 높은 연비를 꼽았다. 시내 주행에서도 연비가 23km/h에 달해 기름값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특히 시내의 좁은 길과 막히는 길, 단거리 주행에도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고 했다.
‘미니팡’님은 “티코의 차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주차걱정이 없다”며 “우리나라 도로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차”라 말하기도 했다.
또 티코의 장점은 스스로 정비하는 취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단종 된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부품 구하기도 쉽지 않고, 젊은 정비사들은 티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직접 정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겐날’님은 이제 타이밍 벨트까지 혼자서 갈 정도로 능숙한 정비 솜씨를 자랑한다.

티코 동호회 ‘Stage’ 회원들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차든지 차 주인과 인연이 닿아 함께 관계를 쌓아간다. 티코 동호회 ‘Stage’ 회원들은 이러한 관계를 누구보다 충실히, 즐겁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차가 작다는 이유로, 저렴한 경차라는 이유로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