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고는 어려운 것 같다.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높은 가격 뿐 만이 아니라 한 번 구입을 하면 최대 수십 년 까지 함께 동고동락 해야 하는 이른바 ‘고관여 제품’ 이다. 자동차는 차를 사기 위해 스스로 이것 저것 알아보고 가격과 성능, 유지비까지 꼼꼼히 살 핀 다음 실제로 타 보고 마음에 들었어도 구매를 머뭇거릴 만큼 관여도가 높은 만큼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소비자의 마음을 구매로 움직이게 하는 광고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같다. 자동차와 비슷한 아파트 광고가 ‘그게그거’ 인 비슷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5월 인피니티의 새로운 야심작 All New Infiniti M 시리즈가 한국에 출시 되었다. 최근에는 케이블 TV에서도 심심찮게 광고가 나온다. 공중파 TV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니 케이블 TV에서만 광고 집행을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All New Infiniti M 시리즈의 M37 프리미엄 모델과 M56 스포츠 모델을 시승했기 때문인지 유심히 광고를 지켜봤다. 역시나 광고로 자동차를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해야 할 말도 많다. 그런데 Oh my God~!! 15초라니!!
광고의 시작은 All new infiniti M 시리즈의 독특한 바디 라인을 형상화 시키는 붓 놀림으로 시작되었다. 마치 컨셉카를 보는 것 같은 굴곡진 바디 라인이 붓의 움직임에 따라 생겨나며 M 시리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자동차는 숲에 있다. 왜 그럴까? 차에 적용된 Forest Air system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휴양림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쾌적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장치를 탑재해 마치 산길을 달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고급 세단이라는 이야기 하고 싶었나 보다. 곧이어 숲에서 나와 산길을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이 등장한다. 시원스러운 주행 장면에는 ‘4단계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Standard, sport, snow, eco의 4가지 드라이브 모드로 이루어진 셀렉터는 주행 상황에 맞는, 혹은 드라이버의 기분에 맞는 주행을 선택하여 운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나보다. "럭셔리가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인피니티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준, The All New Infiniti M'
All New Infiniti M 시리즈는 고급 세단 시장에서 BMW, 벤츠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출시된 닛산의 야심작이다. 이전 모델에 비해 성능ㆍ사양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낮추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KAIDA(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7~9월 3000cc 이상 수입자동차 판매 1위는 All New Infiniti M37이 차지했다고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M시리즈에는 수입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할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 얌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잘 만든 차에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를 들고, 무엇보다 넘어야 할 적(?) 앞에서 너무 얌전하지 않은가? 결과는 너무도 간단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국의 All New Infiniti M 시리즈 광고를 찾아보았다. 한국의 광고는 외국에서 집행되는 M37과 M56의 광고를 소위 말하는 ‘짜집기’ 해서 내보낸 것이었다. 30초 짜리 광고 2개를 15초로 줄여버리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All New Infiniti M 시리즈의 광고는 M37과 M56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M37 광고는 Forest Air system을 비롯한 친환경 요소들을 부각시킨 ‘Inspired Performance’였고, M56 광고는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을 비롯한 기술적 요소들을 부각시킨 ‘Inspired Performance’였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M37 모델이 주로 팔리기기도 하지만 M56에만 적용된 기술적 요소들이 표현된 부분은 광고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9월 1일 출시된 ‘All-new Infiniti M37 Exclusive’ 모델에는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차간거리제어 시스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추가로 적용되어 M56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호사를 M37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젠 외국 광고 2편 다 맘껏 사용 할 수 있는데, 다시 한번 멋지게 짜집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과연 어떤 광고가 나올까?
전승용 기자 car@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