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피니티의 역습…현대차, 제 꾀에 당했나

[기자수첩] 인피니티의 역습…현대차, 제 꾀에 당했나

발행일 2012-12-18 16:18:04 김한용 기자

현대차가 투싼의 유럽 판매 이름을 ix35로 바꿨을 때는 그저 우스운 헤프닝 정도로만 여겼다. 당시 유럽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인피니티 ex35나 fx35 같은 고성능 SUV의 이름을 그대로 빼다박았기 때문이다. 

당시 인피니티가 전통적으로 3.5리터 엔진을 장착한 모델에 35라는 이름을, 4.5리터 엔진 모델에 45라는 숫자를 붙여왔지만 현대차는 2.0리터 엔진을 장착한 투싼에 아무 이유 없이 ix35라는 이름을 붙이고 싼타페에는 ix45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구나 호주에서 쏘나타는 i45로 팔렸는데, 아무 의미 없는 이 숫자들은 근거도 없고 기억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 효과는 컸다. ix35는 유럽서 월 2000대 넘는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3.5리터 차량으로 잘못 인식 되거나, 인피니티와 비슷한 급의 차량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난해한 명명법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차량 판매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 닛산 북미법인이 배포한 비교 자료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18일, 닛산은 인피니티 전 차량의 이름을 모두 Q와 QX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일제히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숫자 또한 배기량을 나타내던 기존 방식 대신 현대차처럼 차종을 나타내는 무의미한 숫자로 바뀌었다. 게다가 숫자도 통이 꽤 커졌다.

기존 G37이던 중형 차량의 이름은 장차 Q50이 된다. M37이던 차량은 무려 Q70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졌다. 현대차 ix35(투싼)이나 ix45(싼타페)에 비해 아랫급 차로 인식될 우려가 있던 ex35는 QX50으로 숫자가 훌쩍 높아지면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닛산은 새로운 명명법을 통해 판매 비중이 20%로 높아진 중국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중형 세단이 Q70이니 최고급 대형 세단이 나오면 Q80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실제로 대형 럭셔리 SUV인 QX56의 이름이 내년부터 QX80이 된다. 8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숫자 8은 중국어로 ‘빠(fa)’라고 발음하는데 ‘부자가 된다’는 뜻의 ‘파차이(發財·돈을 벌다)’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Q와 X는 중국인들이 가장 읽기 쉬운 알파벳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명명법에서 알파벳과 숫자를 이용하는 방식이 현대차와 매우 비슷해졌을 뿐 아니라, 숫자와 내용면에서도 현대차를 압도한 듯 하다. 더구나 알파벳 하나와 숫자2개를 붙여 차급을 나타내는 방식, X를 붙여 SUV임을 나타내는 방식 또한 인피니티가 먼저 사용했기 때문에 현대차는 할 말이 없겠다.  

◆ 아직도 흉내내기?…이제 자기 컬러 찾아야

유럽 브랜드 명명법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은 다른 브랜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삼성자동차는 SM520이나 SM525 라는 식으로 BMW의 명명법을 흉내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K3, K5, K7, K9 도 아우디의 A3, A4, A6, A8 등을 그대로 따라 지은 이름이지만, 동급 차량에 비해 숫자가 한 단계씩 높다. 수출에는 이 낯뜨거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선지, 기아차는 K9의 수출명으로 쿠오리스(Quoris)라는 괴상한 이름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최근 중국의 코로스(Qoros) 모터스가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유럽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이런 면으로 볼 때,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 이름 짓는 일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자동차도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를 갖고 있어야 팔리는 시대다. 차 만들기 못지 않게 자동차 명명법 또한 회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략인 만큼 브랜드 특성과 철학, 역사까지 담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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