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은 지난 2일,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자랑하는 'SM5 에코-임프레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차에는 연비 향상을 위한 기술이 대거 적용돼 공인 연비는 기존 모델(12.5km/l)에 비해 12.8% 향상된 14.1km/l에 달한다고 르노삼성 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발표한 'SM5 에코-임프레션'의 공인연비는 올해부터 바뀐 신 연비 측정법을 따른 것이 아니라 작년까지만 적용할 수 있던 기존 연비 측정법에 의한 것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연비 측정법은 도심과 고속도로를 3000km 주행하고, 그 결과를 측정해 고속주행연비/도심주행연비/복합연비 등 3가지 연비를 표시하는 것이어서 기존 연비 대비 연비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경부의 새로운 연비 측정법을 적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연비가 24% 가량 떨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SM5 에코-임프레션의 공인연비는 약 10.7km/l 수준에 그치게 된다. 이는 기존 모델의 공인연비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어서 홍보효과가 크게 낮아지게 될 것이므로, 미리 인증을 받는 '꼼수'를 부렸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같은 '꼼수'를 부리는 업체는 한둘이 아니다.
쌍용차도 이달 12일 출시되는 코란도스포츠의 연비를 15.6km/l라 발표했다. 이 또한 작년 말에 기존 방법으로 부랴부랴 측정한 연비다.
한국도요타도 18일 출시되는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리터당 23.6km/l라고 밝혔지만 이도 작년 기준이다.
올해들어 유독 크라이슬러코리아만 16일 출시하는 신형 300C 디젤 모델에 '고속도로 18.6km/l, 도심 11.4km/l, 복합 13.8km/l'라는 새로운 연비 측정법을 이용해 연비를 표기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작년에 연비를 측정하면서도 올해의 신 연비 측정법을 적용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는 신 연비 측정법을 이용해 공인연비를 표기하도록 돼 있지만, 출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공인연비 인증 시점을 기준으로 한 헛점을 노린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올해 1월 신차만 10여대가 넘게 출시 되는데, 올해 연비 기준이 크게 강화되는 것을 감안해 급하게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연식 변경이나 성능 향상 모델의 경우 기존 모델과 연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개정된 연비 측정법을 올해 말까지만 적용하면 된다"면서 "개선된 연비 측정법은 3000km 이상의 거리를 주행하며 측정하기 때문에 일괄 시행이 어려워 당분간은 업체들에게 유예 기간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전년에 연비를 측정해 올해 출시하는 것은 눈속임에 가깝다"면서 "연식변경이나 성능 향상 모델이 아닌 신차의 경우 유예 기간 없이 신 연비기준을 따르도록 정부가 강제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경부에 따르면 새로운 연비 측정법이 적용되면 자동차 연비는 현재보다 평균 24% 가까이 떨어진다. 또, 15km/l 이상이었던 연비 1등급 기준은 16km/l로 높아져 1등급 비중이 기존의 30% 수준에서 7.1%로 대폭 축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