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24일 고급 경차로 업그레이드 된 신형 모닝을 출시했다. 경차라 볼 수 없을 정도의 실내 크기와 편의 사양에 놀랄 지경이다.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 티코 - 진정한 서민들의 벗
티코는 성능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서민들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타고 다닐 수 있는 진정한 경차였다. 수동기준으로 연비 또한 24km/l 에 달했다. 요즘 신형 경차들도 따라잡기 힘든 연비다.
티코는 1991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경차다. 배기량 769cc에 최대 출력 41마력, 최대 토크 6.0kg.m다. 최고 속도는 143km/h,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17초, 가격은 350만원(수동 변속기) 정도였다.

티코는 2001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국민차로써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저개발국가의 엔트리카로 사용됐으며 주로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폴란드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물론, 티코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각설탕', '깍두기' 등의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고, ‘타이어에 껌이 붙으면 달리지 못한다’거나 ‘고급차 살 때 덤으로 끼워준다’는 등의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 신형 모닝…더 이상 경차가 아냐
티코 출시 20년이 지나 신형 모닝이 탄생했다.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대신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경차라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생각마저 든다.
신형 모닝의 성능과 사양은 눈부시다. 배기량 1000cc, 최대 출력 82마력, 최대 토크 9.6kg.m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해 경차에 부족한 안전성을 높였다. 또 준중형에 준하는 다양한 고급 옵션을 추가해 소형차와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신형 모닝 최고급 모델에 옵션을 모두 장착한 가격은 1495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소형차 가격을 뛰어 넘는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동모델 기준으로 88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모닝 중 사전 계약 건수 중 41%는 1230만원 짜리 최고급 사양으로, 소비자들도 고급 경차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고급 옵션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경차에 불필요한 옵션을 달아 가격이 올라갔다"면서 "경차임이 무색할만큼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밝혔다.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준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제조사 편의에 따라 만든 모델 라인업에 소비자가 따라야 한다는 점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가격대의 경차가 출시돼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작고 볼품 없지만, 서민들의 발이 되어줬던 티코가 다시 그리워 진다.
전승용 기자 car@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