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한적한 산길. 벤츠 E클래스가 유유자적 달리고 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던 운전자는 조수석에 앉아있는 저승사자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조용히 모자를 벗은 저승사자는 운전자를 보고 음산하게 웃으며 말한다. “Sorry”.
순간 운전자 앞에 펼쳐진 장애물. 운전자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차는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다. 신형 E클래스는 장애물이 나타나면 경고음을 내고 브레이크에 발을 대면 즉시 멈춰서는 BAS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간신히 멈춰선 E클래스. 거친 숨을 내쉬던 운전자는 저승사자에게 한 마디 건넨다. “Sorry”.
저승사자의 머쓱한 표정이 재미있다.

이 광고는 벤츠 E클래스의 BAS PLUS(Break Assist System PLUS)’를 알리기 위해 만든 광고다. 이 광고를 보고 한동안 멍하니 있다 몇 번을 다시 돌려봤다. 브레이크 시스템 광고를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유머러스한 표현기법을 세련되게 사용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정보는 섬뜩할 정도로 잘 전달됐다.

이 광고는 ‘Sorry’라는 세련된 유머로 화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이슈가 되었던 것은 저승사자 역할로 등장한 사람이었다. 등장배우는 폭스바겐 그룹과 포르쉐 대주주인 피에히와 닮은 사람이다. 피에히 이사장은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랜드에서 2010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위에 오르기도 한 사람이다.

광고 속 달리는 차가 르노삼성차고 옆자리 저승사자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국내 광고맨들이라면 이런 상상만 해도 불경하다고 손사레를 칠 것 같다.
전승용 기자 car@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