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 광고의 마지막 부분은 빨강 바탕화면에 큼지막하게 쓰인 Design 이란 문구로 끝난다. 차의 첫 번째 인상을 좌우하는 디자인. 가격이나 성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구매의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기아차는 획기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확실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파격적인 Soul의 조심스러운 시도와 로체, 포르테에서 선보인 페이스 리프트의 노력은 작년 11월에 출시된 K7을 기점으로 기아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 후 출시된 스포티지R, K5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선 현대자동차와 대등한 경쟁자로서 기아차의 위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K5의 첫 번째 등장은 모스부호를 이용한 티저광고(내용을 감추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였다. 소비자들은 기아차에서 로체급 후속모델이 출시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먼저 출시된 K7의 성공은 새로운 ‘K’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제는 조금(혹은 많이) 진부한 스타일의 티저광고도 K5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K5는 출시 이후 집행된 두 번째 광고에서 ‘이것이 세상이 기다리던 세단에 대한 기아의 대답이다. TO THE WORLD BEST K5’라고 말을 했다. 멋들어진 자태를 뽐내며 달리는 자동차 위로 전세계의 도시들이 쌓여간다. ‘구질구질(?) 설명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달리는 K5의 모습만 보여줘도 충분하다’라는 DESIGN에 대한 기아차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출시 전부터 사전예약은 밀려있었고 소나타의 과도한 디자인 변화는 새로 나온 K에게 제대로 한 판 붙어도 괜찮을 만한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성공을 거둔 K5가 이제는 ‘Only 1’을 외치기 시작했다. ‘톤&매너’에서도 자신감이 넘쳐난다. 우주 행성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질적인 공간에서 여전히 들려오는 모스부호의 신호소리, 전작과 마찬가지로 K5는 달린다. 그냥 달릴 뿐이다. 디자인에 대한 기아차의 자부심이 대단해 보인다. 실제로 기아차의 디자인은 다른 경쟁차들과 비교해 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Only 1’을 외치는 자신감을 보여도 괜찮아 보인다. 단,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만…

K5의 성공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K는 한국 자동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또한 몇 십 년 동안 대한민국 도로 위를 점거하고(?) 있던 국민 중형차 소나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자동차가 나온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물론 현기차라고 해서 같은 기업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최근 K5의 결함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있어 안타깝다. 여기에서 하나하나 언급하지 않더라도 K5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듣게 될 것이다. 결함 많아지고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 K5가 ‘디자인만 좋은 차’가 될까 염려된다. ‘역시 현대차’,’그래도 현대차’라고 생각 되어질까 걱정이 된다. 기아차가 그렇게 외치는 디자인은 이미 충분하다. K5가 키만 큰 어린 아이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너무도 명확하지 않을까 한다.
전승용 기자 car@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