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한민국 최초의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개최된다.
그 동안, 늦어진 공사에 여러 가지 루머로 인하여 개최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F1 마니아들을 걱정시켜 왔으나, 바로 어제 12개 팀의 24대의 경주차가 모두 도착했다. 이제 즐길 일만 남은 것이다.

몇몇 이들이 경기 방식을 잘 몰라서, 혹은 한국팀이나 한국인 드라이버가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응원할 수 있는 팀이 없다는 것이 이번 F1 경기를 운영하는 주최측에게도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F1 경기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가 작용하는 스포츠다. 축구나 육상 같이 어느 팀이 먼저 더 많은 골을 집어 넣나 혹은 누가 더 빨리 결승전을 향해 달리나를 보기만 하는 스포츠가 아닌 것이다. 아래 몇 가지 키워드만 숙지한다면, F1 마니아가 아니라도 세계 최고의 짜릿한 질주를 즐기기 위한 준비는 끝난다.
포뮬러원 ‘스포츠’ 그리고 드라이버
지상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간이 경쟁하는 무대, F1에는 총 12개 팀에서 24명의 드라이버들이 경합을 벌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운전을 잘하는 24명이 모여 짧게는 260km부터 310km에 달하는 거리의 서킷을 소위 자동차의 한계를 넘어서 머신이라 불리는 싱글 시터(Single-seater)의 경주차를 타고 경합을 벌인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속도에 맞먹는 시속 350km의 한계 속도까지 머신이 달리면 머신 안은 5G가 넘는 횡압력을 받는다. 지구 중력의 5배에 가까운 수치를 견뎌내는 것은 모두 드라이버의 몫이다.
레이스 중 섭씨 50도를 육박하는 머신 내부 온도. 레이서는 극한으로 치닫는 순간까지 스티어링휠(stee-ring wheel, 차량의 바퀴를 좌우로 움직여 진행 방향을 바꾸는 데 쓰는 원형 조향장치)의 32개의 버튼과 다이얼, 스위치를 조작하며 수십 개에 달하는 매개변수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F1이 야구나 축구처럼 공수가 뚜렷하게 나뉘진 않지만, 앞에서 달리는 머신을 추월하기 위해 후미 머신들의 공격적인 드라이빙 전략이 난무하고 선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머신들의 수비도 철저한 두뇌 싸움을 요한다.
또 전 세계 총 18개국(2010시즌 기준)을 돌며 전 라운드가 항상 다른 조건에서 펼쳐지는 F1은 그야말로 변수의 스포츠, 긴장감이 넘치는 스포츠다.

F1 결승전 8할을 좌우하는 폴포지션
순위를 다투는 모든 스포츠들이 그러하지만 0.0001초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매년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투자하는 F1에서 출발 순서가 중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F1 결선 경기가 시작함과 동시에 그리드(Grid, 결승전의 출발 순서를 표시한 트랙의 스타트 부분)에 선 24대의 머신의 순서는 어떻게 결정될까?
전 세계 6억 만 명이 열광하는 거대 스포츠 F1, 총 3일에 걸쳐 치러지는 경기는 금, 토요일 이틀에 걸쳐 연습 주행과 예선이 펼쳐지고 결승전이 일요일에 치러진다.
금요일은 연습경기다. 오전, 오후 각 1시간 30분씩 치러지며 토요일도 오전 1시간까지 서킷의 상태를 파악하고 머신을 세팅할 시간이 주어진다. 드라이버들은 세 차례의 연습 주행에 모두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번의 세션에는 참가해야 한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에는 세 개의 파트로 나눠진 퀄리파잉(Qualifying, 예선전)이 펼쳐진다. 결승전 그리드를 결정하는 빅매치며 헝가리 부다페스트 서킷과 같은 추월이 힘든 구조의 서킷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숨막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1,2세션에서 순차적으로 가장 느린 7대씩 탈락되며 3세션에서는 마지막까지 남은 10명의 드라이버 중 1위로 들어온 드라이버가 폴포지션(Pole Position)을 달성한다. 이는 결승전 맨 앞 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됨을 의미한다.
폴포지션에서 출발해 해당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을 폴투윈(Pole to win)이라 부르며 F1팬들 사이에서 퀄리파잉은 결승전 못지 않게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경기로 여겨진다.
타이어의 운영이 변수
F1에서 최고 수준 드라이버간 실력차는 미미하다. 그렇지만 머신을 상황에 따라 운영하는 노하우는 제각각 이다.
FIA는 2010시즌부터 레이스가 시작된 뒤 재급유를 금지 금지했다. 연료를 덜 넣으며 차체 무게를 줄여 속도를 높이던 전략도 사라지고 F1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피트크루 사이의 속도 전쟁이 한층 사그라졌지만, 3~5초대로 짧아진 피트인 시간에 날씨와 머신 상황에 따라 운용하는 타이어 전략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F1 레이스 중 사용 가능한 타이어 종류는 접지력에 따라 슈퍼 소프트, 소프트, 미디엄, 하드 총 4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마른 노면에서는 소프트와 하드 컴파운드 선택이 가능한데 서킷 노면의 온도, 레이스 당일의 날씨에 따라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부터 두뇌 싸움의 시작이다.
이밖에 날씨에 따라 우천시에는 인터미디어트 타이어와 웨트 타이어 사이에서의 선택으로 드라이버와 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광경도 왕왕 연출되니 피트 스탑에서의 타이어 교체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규정상 결승 레이스에서는 두 종류 이상의 타이어를 써야 하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해도 한번은 타이어 교체 즉, 피트스톱을 해야 하니 다른 드라이버에게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팀마다 타이어의 교체 시기, 어떤 타이어를 먼저 사용할지에 대한 기민한 전략이 요구 된다. 여기에 드라이버가 얼마만큼 타이어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레이싱을 펼치는 지 여부에 따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진다.
코리아 그랑프리가 펼쳐지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신생 서킷으로 서킷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어 어떠한 피트전략이 유리한지 베일에 싸여있어 각 선수 및 팀의 피트 전략에 따라 순위에 큰 편차를 만들어 낼 수도 있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만의 F1 아이콘(Icon)을 만들라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팀과 드라이버가 있다는 것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등 유럽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가 현재 F1의 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타고 있는, 타고 싶은 자동차 메이커를 응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밖에 F1에 첫 입문하는 여성 관객이라면 맥라렌의 젠슨 버튼, 루이스 해밀턴과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와 같은 꽃미남 F1 드라이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F1에 관심을 갖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박명수 기자 alan@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