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무쏘 누비라’ 어디가고…한글 이름 국산차 0%

‘야무진 무쏘 누비라’ 어디가고…한글 이름 국산차 0%

발행일 2013-10-08 17:25:03 박태준 기자
지난해 12월 22년 만에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면서 올해부터 10월 9일은 다시 빨간날이 되었다. 올해로 한글 반포 567주년. 세종대왕이 1446년 정식으로 훈민정음을 반포한 후 567년 간, 한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사용해왔고, 덕분에 문맹률이 가장 낮은 민족이 되었다.
 
 
그러나 배우기도 쉽고 쓰기도 쉬운 우수한 언어 한글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 점차 변질되고 있다.외국어와 뒤섞여 반쪽짜리 한글이 되기도 하고, 인터넷 은어의 영향으로 본래의 뜻을 잃기도 한다. 특히 같은 뜻의 우리말이 있음에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분야를 막론한 현상인데,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보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신뢰도를 높여 지도층의 인상을 심어준다는 편견, 아니 컨피던스(confidence, 신뢰도)를 업(up, 높여)시켜 엘리트(elite, 지도층)적 이미지(image, 느낌)를 맥시멈(maximum, 최대)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idea, 생각)에서 비롯됐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이름부터 각종 부품명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글날을 맞아 중고차사이트 카즈(http://www.carz.co.kr)가 국산차의 한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 시판중인 90여대의 국산차 중 한글이름을 가진 차량은 단 한대도 없었다.
 
자동차 이름에 가장 많이 활용된 언어는 영어로, 국산차의 약 30% 정도가 이에 해당됐다. 일부는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라틴어 계열에서 이름을 따오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는 스페인어로 ‘전진’이라는 뜻이다. ‘에쿠스’는 ‘개선장군의 말’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외국 지명도 자주 활용되고 있는데, 주로 미국이나 이탈리아의 휴양지의 이름을 빌려온다. 특히 쉐보레는 말리부, 올란도, 캡티바 등 대부분의 차량에 지역명을 붙여 ‘휴양’의 인상을 강화시켰다.
 
이외에 엑센트, 포르테 등 음악 용어를 활용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국산차의 한글 활용도는 0% 수준. 과거에는 대우자동차의 맵시나(1983), 누비라(1997), 삼성상용차의 야무진(1998), 쌍용자동차의 무쏘(2003)처럼 우리말을 활용한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중고차사이트 카즈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에 한글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수출 및 마케팅 비용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카즈 매물관리부 최경욱 팀장은 “자동차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특히 이름과 관련한 해프닝이 많았다. 1970년대 GM의 경우 영어로 신성(新星)을 뜻하는 단어인 ‘노바(Nova)’를 활용해 ‘쉐비 노바(Chevy Nova)’를 출시했지만, 중남미에선 외면을 받았다. ‘노바’라는 단어가 스페인어로 ‘가지 않는다(Don’t go)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같은 이름도 국가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거나, 내수용과 수출용 이름을 따로 지어둔다.
 
실제로 기아자동차는 프라이드를 수출하면서 이름을 리오(Rio)라고 바꾸었고, 모닝(Morning)의 수출용 이름은 피칸토(Picanto)로 지었다. 현대자동차도 아반떼 수출용 이름을 엘란트라(Elantra)로, 그랜저 수출용 이름은 아제라(Azera)로 바꾸었다.
 
그렇다면 내수용은 한글 이름을 붙이고, 수출용은 별도로 이름 붙여도 될 텐데 굳이 외국어를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카즈 관계자는 “모든 상품이 그렇겠지만, 자동차 이름은 그냥 지어지는 게 아니다. 자동차 이름은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 분석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다. 기아자동차의 K7 역시 한국과학기술원 정재승 교수팀에게 의뢰해 1년 넘게 단어 연상, 시선 추적 등 뇌 반응을 분석한 끝에 얻어낸 이름”이라면서, “자동차 네이밍 작업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내수용 따로 수출용 따로 이름을 붙이면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도 일관성이 없어 비용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일까.
 
요즘 자동차 업계에는 ‘알파뉴메릭’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알파뉴메릭’이란,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언어체계로 영어권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주목 받았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푸조, 렉서스 등이 알파뉴메릭 방식을 채택해 자동차 이름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최초로 알파뉴메릭 방식을 도입해 SM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자동차 이름에 알파뉴메릭을 적용시키면, 통합 브랜드 구축을 통해 회사와 제품 이미지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또 수출시 제품명이 겹쳐 발생하는 분쟁도 피할 수 있다.
 
아우디 역시 1994년 신형 대형 세단을 출시하면서 A시리즈로 차 이름을 통일해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국산차의 경우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가 대표적인데, 기아(KIA), 한국(Korea), 강함(그리스어 Kratos)의 머리글자 K에 3,5,7,9의 숫자를 더해 차급을 표현했다.
 
알파뉴메릭 방식이 유행하면서 한글 이름을 단 국산차를 만나는 일은 더욱 요원해졌다.
 
카즈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흐름이 알파뉴메릭 방식을 차용한 브랜드 네이밍으로 몰리고 있다.아쉽지만 앞으로도 한글 이름을 가진 국산차가 출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인류 최초의 자동차는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든 태엽자동차다. 한반도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것은 고종 재위 40년 당시였던 1903년이며, 최초의 국산 자동차는 1955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부품들을 변형하고 조립해 만든 승용차다.
 
이렇게 자동차 자체가 서양의 산물이고, 국내에 도입된 지는 이제 100년이 겨우 넘었을 뿐이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용어가 외국말 천지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 한류열풍이 뜨겁고, 이에 따라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 어느 누구도 한글을 활용한 자동차 이름 붙이기에 나서지 않는 현실은, 비용적 측면을 고려한다 해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푸조 3008 하이브리드 내달 출시, 풀체인지로 존재감 '업'

푸조 3008 하이브리드 내달 출시, 풀체인지로 존재감 '업'

푸조 신형 3008 하이브리드가 내달 국내 도입된다. 딜러사 관계자에 따르면 신형 3008 하이브리드는 기존 계획보다 이른 7월 공식 출시될 예정이며, 알뤼르와 GT 트림으로 운영된다. 신형 3008 하이브리드는 48V 하이브리드로 복합연비 14.6km/ℓ의 성능을 갖췄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최근 푸조 308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으며, 408 하이브리드와 신형 3008 하이브리드 투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형 3008 하이브리드는 기존 하반기 출시에서 7월 출시로 일정이 앞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굿바이 두돈반, 기아 차세대 군용 '중형표준차' 공개

굿바이 두돈반, 기아 차세대 군용 '중형표준차' 공개

기아가 지난 10일 군용 표준차량 차세대 모델 양산 및 인도를 시작했다. 이번에 양산되는 중형표준차는 48년만에 선보이는 차세대 모델로 2.5톤과 5톤으로 구성됐으며,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대 330마력을 발휘한다. 어라운드 뷰 등 최신 편의 사양이 제공된다. 새로운 군용 중형표준차는 지난 1977년 이후 48년만에 선보이는 차세대 모델이다. 기아는 2019년 12월 육군과 사업 계약을 체결한 이후 시제품 개발, 개발시험 및 운용시험평가, 초도 시험 및 선생산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제네시스 하이브리드와 EREV, '당신을 놀라게 할 것'

제네시스 하이브리드와 EREV, '당신을 놀라게 할 것'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와 EREV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 주목된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쿱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와 초장거리 전기차 EREV는 최첨단 기술로 브랜드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네시스 하이브리드는 내년에 도입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카스쿱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네시스가 개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와 EREV 프로토타입을 이미 타봤다. 하이브리드와 EREV는 최첨단 기술이다.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럭셔리 전략과 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볼보 XC40 블랙에디션, 3040이 반할 완성도

[시승기] 볼보 XC40 블랙에디션, 3040이 반할 완성도

볼보 XC40 블랙에디션을 시승했다. XC40 블랙에디션은 지난해 97대 한정판으로 선보여 7분만에 완판된 모델로, 이번에는 100대 한정판이 마련됐다. XC40 블랙에디션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오는 6월 17일(화) 10시부터 볼보자동차 디지털 숍을 통해 판매가 시작된다. 바야흐로 블랙에디션 전성시대다. 수입차 브랜드는 물론 국산차에서도 다양한 블랙에디션이 선보이고 있는데,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블랙에디션은 가끔 이상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샤오미 SU7 울트라,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보다 빨랐다

샤오미 SU7 울트라,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보다 빨랐다

중국 전자 제품 브랜드 샤오미는 12일 SU7 울트라의 서킷 기록을 공개했다. SU7 울트라는 준대형 전기 세단 SU7의 초고성능 버전으로 최대 1548마력을 발휘한다. SU7 울트라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7분4.95초를 기록했으며, 최고속도 346km/h를 기록했다. SU7 울트라는 샤오미 첫 전기차이자 준대형 세단인 SU7의 초고성능 버전이다. SU7 울트라 가격은 중국서 81만4900위안(약 1억5500만원)이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중국 가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참고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포터II 일렉트릭 특장차 2025년형 출시, 가격 4878만원

현대차 포터II 일렉트릭 특장차 2025년형 출시, 가격 4878만원

현대차는 2025년형 포터II 일렉트릭 특장차를 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2025년형 포터II 일렉트릭 특장차는 지상고 개선과 충전구 상단 LED 조명 추가, 급속 충전 시간 단축 등 전체적인 상품성이 개선됐으며, 외관 디테일이 강화됐다. 가격은 4878만원부터다. 2025년형 포터II 일렉트릭 특장차 세부 가격은 내장탑차 저상 4878만원, 일반 5000만원, 하이 5088만원, 윙바디 수동식 5078만원, 전동식 5499만원, 파워게이트 4922만원이다. 2025년형 포터II 일렉트릭 특장차 출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6 N 티저 공개, '코너링 악동' 예고

현대차 아이오닉6 N 티저 공개, '코너링 악동' 예고

현대차가 아이오닉6 N 티저를 12일 공개했다. 아이오닉6 N은 아이오닉6 부분변경에 도입된 신규 트림으로 현대 N의 고성능 노하우를 담은 고성능 전기 세단이다. 아이오닉6 N은 대형 윙 스포일러와 넓어진 펜더가 특징이다. 오는 7월 공식 공개될 예정이다. 아이오닉6 N은 아이오닉6 부분변경에 도입될 고성능 신규 트림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아이오닉6 N 티저를 처음 공개했는데, 공개 당시 '진정한 고성능 유선형 전기차'라고 표현했다. 아이오닉6 N은 오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아우디 Q5 하이브리드 공개, 출퇴근 정도는 EV로 가능

아우디 Q5 하이브리드 공개, 출퇴근 정도는 EV로 가능

아우디는 신형 Q5 e-하이브리드를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신형 Q5 e-하이브리드는 3세대 Q5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으로 25.9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EV 모드로 최대 100km를 주행할 수 있다. SUV와 쿠페형 스포트백으로 운영된다. 신형 Q5 e-하이브리드는 3세대 Q5의 PHEV 버전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3세대 Q5 디젤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는데, 향후 가솔린 TFSI 엔진 기반의 SUV 및 스포트백과 신형 Q5 스포트백 디젤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볼보 XC40' 수입 컴팩트 SUV 판매량 1위, 한정판 블랙 에디션 출시 예고

'볼보 XC40' 수입 컴팩트 SUV 판매량 1위, 한정판 블랙 에디션 출시 예고

볼보자동차의 프리미엄 컴팩트 SUV ‘XC40’이 수입 SUV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XC40은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1105대를 판매하며, 전체 수입 컴팩트 SUV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XC40은 지난 2017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이후, 경쟁 모델이 즐비한 유럽 시장에서 2020년부터 4년 연속 프리미엄 컴팩트 SUV 판매 1위에 오른 바 있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BMW

신차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