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멜버른 서쪽으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빅토리아 해안을 따라 달렸다. 질롱 근교인 토키에서 와남불까지 약 214㎞,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다.
걸어볼까 달려볼까 날아볼까
길고 긴 해안가를 따라 ‘그레이트’한 도로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귀향한 군인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이 고속도로는 완공에만 13년이 걸렸다. ‘그레이트’라는 이름만큼 풍광도 빼어나다. 총 214km.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하이라이트인 12사도상까지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무려 5~6시간이 걸린다. 쉬엄쉬엄 차를 몰아 호주의 남쪽 바다를 음미한다.

‘그레이트’한 바닷길을 맛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차로 달려보는 것.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 방법을 택한다. 길고 긴 여정을 조금이나마 짧게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 사실 멜버른 데이투어 상품을 이용하면 멜버른에서 ‘12사도상’까지 하루만에 다녀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호주에서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 캠핑카를 빌려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밤낮을 다 느껴보는 건 어떨까.

두 번째 방법은 ‘트레킹’이다. 아폴로베이에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하이라이트인 ‘12 사도상(The twelve Apostles)’까지 91km의 하이킹 코스를 걷는 것이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에 온몸을 내던지는 느낌. 길 자체가 그리 험하지 않아 시간과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12사도상에 도착하면 누구나 감탄을 하게 된다. 12사도상은 억겁의 세월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깎인 바위섬이다. 예수의 12사도에서 이름을 본딴 바위는 현재 7개가 채 남지 않았다. 바람과 파도가 12사도상을 매일 깎아먹고 있기 때문. 이 거대한 바위섬을 제대로 느끼려면 헬기 투어를 하는 것이 좋다. 약 10~15분간의 짧은 비행이지만 하늘에서 만나는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웅장함은 여행객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바닷가 마을에서 작은 쉼을 누리다
길 중간중간 마을이 나오는데 ‘아폴로베이’와 ‘와남불’에서는 차를 세워 둘러보는 게 좋다. 아폴로베이는 휴양마을이다. 멜버른에서 12사도상까지 가는 여정의 중간쯤 위치해있는데 커피숍과 서핑샵 등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마을을 가득 채웠다. 해변에는 벌써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보인다. 남극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파도 위로 서퍼들이 바다를 즐긴다.

와남불은 옛날 고래잡이로 유명했다고 한다. 현재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종착점이자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곳. 항구 옆에 위치한 플래그스태프 힐 마리타임(Flagstaff Hill Maritime Village) 등을 방문해볼 수 있다. 매년 고래들이 항구 앞바다에 새끼를 낳으러 이동하는 시기가 되면 와남불은 이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으로 붐빈다.
여행팁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태양의 고도에 따라 또는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매번 다른 시각,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다. 대부분의 데이 투어 프로그램은 늦은 오후 2~4시 사이에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버리곤 하니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만끽하기 위해선 한참 부족하다. 특히 일몰과 일출 풍경이 아름다우므로 이 근처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좋다. 와남불 인근에는 게스트하우스부터 특급호텔까지 다양한 등급의 숙소들이 있다. 캠핑카를 이용한다면 그레이트 오션로드 주변 마을의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