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달리는 차도 생애 80%는 서있어야 한다. 무조건 멋있어야 해!’ 한 국내 CUV차량 광고와 같이 ‘외모지상주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자동차에게도 통하는 듯하다. 멋진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는 자동차가 있는 반면에, 못난 얼굴로 놀림을 받는 차도 존재한다.
기아차 K5는 ‘멋진 얼굴’의 덕을 본 대표적인 케이스. 최근 판매량이 다소 주춤하지만 지난 6~8월 YF쏘나타를 밀어내고 중형차급 1위를 차지했으며, 계약 후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수만 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호랑이의 코와 입을 형상화 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유려한 곡선을 가진 K5는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차에서 만든 모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차’라고 밝힌 바 있다.

난을 모티브로 한 현대차의 패밀리룩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조형 미학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다. 이를 적용시켜 전혀 새로운 얼굴로 태어난 아반떼MD와 YF쏘나타, 둘 다 10월 판매대수 1만대를 넘기며 국내판매 순위 1·2위를 차지했지만 곡선미가 조금 과하게 강조된 탓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다. 인기만큼 비평도 많지만 반듯한 예전얼굴보다는 파격적으로 튜닝 된 얼굴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외모 덕을 보는 차는 중고차 시장에도 있다. 1994년 출시된 현대의 구형 엑센트는 단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당시 20~30대를 겨냥한 자동차답게 나름의 스포티한 감성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신형 엑센트의 부활로 다시 이슈화되기 이전에도 월 100건 이상 꾸준히 조회되었는데, 그보다 후에 단종된 ‘리오’의 2배에 달하는 관심이다. (중고차사이트 카즈 http://www.carz.co.kr 모델별 조회량 참고)
그 외에도 SM5 1세대 모델, 아반떼 구형, EF쏘나타, 뉴코란도 등도 오래전에 단종이 되었음에도 꾸준한 조회량을 보이며 외모덕을 톡톡히 보는 모델들이다.
반면, ‘못난 외모’로 설움을 받은 차량들도 있다. 엑센트에 이름을 빼앗긴 ‘베르나 트랜스폼’.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은 ‘개성 있음’을 넘어 ‘파격적’이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치 곤충을 연상시킨다는 디자인에 관한 혹평을 면치 못했고 소형차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신형 엑센트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했다.
쌍용의 ‘카이런’은 ‘자동차 디자인의 나쁜 예’에 빠지지 않고 출현하는 단골손님이다. 카이런은 지나치게 화려한 헤드그릴과 방패를 연상시키는 리어램프의 부조화가 문제였다. 결국 2007년 ‘뉴 카이런’으로 리디자인 되기에 이른다.
쌍용의 ‘로디우스’는 한국을 뛰어넘어 글로벌한 ‘못난이’로 인정받았다. 영국의 유명신문 ‘텔레그라프’가 선정한 ‘가장 못생긴 자동차 100선’에서 로디우스는 3위를 차지했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리어램프가 따로노는 듯한 지나치게 독립적인 디자인이 문제였다.
한편, 포르쉐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명차 브랜드지만 포르쉐의 SUV ‘카이엔’ 만큼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장 못생긴 자동차’ 5위에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SF영화에 나올법한 폰티악의 ‘아즈텍’ 역시 너무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나머지 현실세계에서는 외면 받은 듯 하다. ‘가장 못생긴 자동차’ 1위에 오르면서 모두를 압도했다.
카즈 박성진 데이터리서치 팀장은 “SM5, NF쏘나타, 투스카니, 뉴코란도 등은 오래전에 단종 되었음에도 지금 시판중인 모델들과 경쟁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TOP10에 랭크되고 있는 반면 2007년 모델 체인지를 한 ‘카이런’은 2002년 단종된 ‘싼타모’보다도 조회량이 낮다. 중고차의 가치가 시장 수요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동차의 외모에 따른 수요는 중고차시장이 더욱 냉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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