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이 장착된 포커스 2.0 TDCi는 알맹이가 꽉 찼다.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힘도 세지고 연비도 좋아졌다. 그러면서 가격은 최고급 모델 기준으로 약 500만원가량 낮아졌다. 몇몇 옵션들이 빠지긴 했지만 자동차 본연의 성질은 그대로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나 후륜 독립식 멀티링크 서스펜션 및 스포츠 서스펜션, 토크 벡터링 컨트롤 등 주행성능을 위한 사양은 여전해 이 차의 상품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 포드 포커스 디젤. 가솔린 모델에 비해 출시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출시된 것이 다행이다.

포드 포커스 디젤은 트렌드, 스포츠 등 총 2가지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각각 2990만원, 3090만원이다. 시승한 모델은 스포츠 트림이다.

◆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성능, 우수한 엔진과 듀얼클러치의 조합

아직도 포커스하면 WRC(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 활약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규정상 포커스 아래차종인 피에스타가 활약하고 있지만 포드는 포커스로 2006년과 2007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 포드는 2006년과 2007년 WRC에서 매뉴팩처 우승을 차지했다. 시트로엥과 세바스찬로브의 독주 속에서 2번 우승한 것은 엄청난 성과다.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차를 몰고 국내에서 가장 혹독하다고 평가받는 와인딩 로드로 향했다. 서울 상암동에서 화천군청까지 올림픽대로 및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선 몸풀기 정도로 연비를 테스해볼 심산이었다. 포커스 디젤의 연비는 리터당 17.0km로 연비 경쟁이 치열한 수입 소형차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BMW 1시리즈가 조금 더 연비가 우수할 뿐, 최대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보다 월등하다. 골프와 더 비교하자면 포커스 디젤은 골프GTD와 비슷한 엔진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골프 1.6 블루모션보다 연비가 좋다.

▲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하면, 성능은 골프 GTD, 연비는 1.6 블루모션, 실내는 2.0 TDI 정도다. 그러면서 가격은 골프보다 저렴하다.

시속 80km를 유지하며 달렸을때 트립컴퓨터상 연비는 리터당 19km 정도. 규정 속도를 지켰고 연비를 높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지도 않았다. 발끝에 온 신경을 쏟으며 연비 운전을 하면 훨씬 좋은 연비도 어렵지 않게 얻을 것 같다.

엔진의 효율성도 높지만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 '파워시프트'도 좋은 연비에 한몫 거든다. 파워시프트 변속기는 독일의 세계적인 변속기 제조업체 게트락(Getrag)과 포드가 합작해 지난 2009년 처음 선보였다. 파워시프트 변속기는 일반 듀얼클러치와 다르게 2개의 건식 클러치가 적용돼 효율성이 극대화된 것이 특징이다.

▲ 포드 포커스 디젤에 장착된 2.0리터 듀라토크 엔진. 최고출력은 163마력, 최대토크는 34.7kg·m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7km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는 가차없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변속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일반적인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가속페달에서 밟을 떼면 한동안 엔진회전수를 유지시키는데 파워시프트는 선택이 빠르다. 스스로 과감하게 변속을 해버린다. 고속주행을 위해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최대한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간다. 변속이 귀신같이 빠르진 않지만 부드럽고 직결감이 우수하다.

▲ 포드 포커스 디젤과 경쟁 모델 연비 비교표.

시속 100km까지 상당히 호쾌하다. 거침없이 속도도 올라가고 엔진음이나 배기음도 꽤나 만족스럽다. 최고출력 163마력이 2.0리터 디젤 엔진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저속에서는 엔진의 회전질감이나 진동이 다소 거칠게 느껴졌는데 막상 속도를 높이니 반응이 매끈하다. 더 고속으로 올라가면 박력은 조금 줄어들지만 꾸준하게 속도는 높아진다.

이 정도의 힘이면 일상적인 주행에서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배기량에 비해 최고출력도 높은 편이고 최대토크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발휘되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가벼운 가속페달 조작만으로도 펀치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으로 달려도 안정성은 흐트러짐이 없다. 노면에 착 달라붙어 가는 느낌이 좋다. 코너에서도 불필요한 거동없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 와인딩이 즐거운 해치백, 가격 대비 최고 성능

순식간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화천군청에 도착했다. 평화의 댐까지는 약 40분거리.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다행히 제설이 잘 돼있다. 눈길에 미끄러질 걱정도 없고 타이어도 충분히 달궜으니 시트포지션을 앞으로 당기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평화의 댐으로 향했다.

▲ 그립이 독특한 스티어링휠. 생긴 것과 다르게 손에 착 감긴다.

스티어링휠은 그립 부분이 독특하다. 이색적이지만 처음 잡는 순간부터 무언가 가슴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립력이 우수하고 조작하기 편하게 디자인됐다. 기어노브는 S모드로 변경했다. S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500rpm 정도 상승하고 변속이 더 적극적이다. 기어노브 측면에는 기어 단수를 조절할 수 있는 작은 '+, -' 버튼이 마련됐다.

▲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 기어 레버 좌측에 기어단수를 변경하는 버튼이 마련됐다. 패들시프트는 스티어링휠 뒷편에 있는 것이 더 좋은 듯 하다.

이번 시승에서 사용빈도는 낮았지만 익숙해지면 한쪽 손으로 스티어링휠을 잡고 한쪽 손으로 변속기를 조작해야하는 수동변속차를 모는 기분이 들 것 같다. 패들시프트가 익숙치 않은 것도 있지만 파워시프트 변속기가 알아서 변속를 잘해줘 오로지 스티어링휠 조작에만 집중할 수 있다.

▲ 화천군청에서 평화의 댐까지는 긴 와인딩 코스를 거쳐야 한다.

차의 한계를 느끼기 위해 코너에서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 잘 따라온다. 이 정도는 무리일텐데 하는 속도에서도 꽤나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은 세련됐고 하체는 성숙도가 높다. 서스펜션은 전륜엔 맥퍼슨, 후륜엔 멀티링크가 적용됐다. 제동성능도 우수하다. 서킷을 방불케하는 와인딩 코스에서 혹사를 시켰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면 변속기는 스스로 기어단수를 낮추고 그에 알맞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해 재가속을 돕는다. 차체의 무게 중심이 앞과 뒤로 이동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이쯤되니 연비와 승차감을 위한 타이어 세팅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 포커스 디젤은 와인딩이 즐거운 해치백이다.

평화의 댐 꼭대기에서 다시 화천으로 내려오는 구간에서는 더욱 욕심을 냈다. 이 정도의 출력을 발휘하는 차는 내리막이 더 재밌다. 또 전륜구동이니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내리막이 더 안정적이다. 코너링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스티어링휠을 통해 느껴지는 감성은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듯 도로를 따라 산을 휘감으며 달렸다.

▲ 타이어 세팅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 정도의 운전 재미를 지닌 유럽 정통 해치백은 오랜만이다.

차량과 일체감, 조향성능 등은 가격을 감안하지 않아도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핸들링은 폭스바겐 골프 GTD나 시로코 R라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럼에도 가격은 골프의 최하위 모델보다 저렴하니 가격대비 성능은 최고다.

◆ "미국 아닌 독일차"…신의 한수될까?

포커스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로 등극했다. 아마 포커스가 고전하는 시장은 국내 뿐일 것 같다. 단순히 많이 판매되는 것 뿐만 아니라 각종 '올해의 차' 후보에 밥먹듯이 올랐다. 글로벌 전역에서 인기가 좋은 차고 그러기 위해 제작된 만큼 보편적인 디자인이 적용됐다. 차량 앞모습은 포드 특유의 패밀리룩이 가미됐지만 밸런스나 형태는 일반적이다.

▲ 포드 포커스 디젤 실내. 가솔린 모델에 비해 몇가지 옵션이 빠져 가격이 낮아졌다.

실내는 국내서 판매되던 가솔린 모델에 비해 첨단사양이 많이 빠졌다. 또 내비게이션, 가죽시트, 소니 오디오 등도 적용되지 않았다. 가격이 낮아진 이유다. 그래도 MP3, USB, 블루트스, 오토라이트, 크루즈컨트롤 등의 기본적인 편의사양은 장착됐다. 또 썬루프도 있다.

▲ 가격 대비 성능은 최고다. 모름지기 수입차 업체는 소비자들이 크게 고민할 정도의 판매가격을 내세워야 한다.

포드코리아는 포커스 디젤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고집하던 몇가지 것들에 변화를 줬다. 먼저 일부  편의사양을 제외하면서 가격을 큰 폭으로 낮췄다. 옵션 추가로 인한 가격 상승보다는 가격 문턱을 낮춰 소비자들이 한번은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엔진을 디젤로 바꿔 우수한 성능과 효율까지 챙겼다. 또 포커스 디젤은 미국차가 아니라 독일에서 제작한 차다. 독일차가 강세인 국내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었다. 포드코리아의 '신의 한수'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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