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전편 '내게 맞는 차 고르는 법'을 통해 필요한 차량의 종류를 선택했다면 이미 염두에 둔 차는 불과 몇 종류로 줄었을 것이다. 이제 객관적이고 기계적으로 우수한 자동차를 고르는 일만 남았다. 겉치장이나 사소한 옵션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무엇보다 기본기가 좋은 차를 선택해야 한다.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차를 찾는다

공인연비는 그저 대략적인 참고만 하는 것이지 실 연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연비 테스트는 시험실에서 전문가가 하는데, 아주 힘이 약한 차라도 살금살금 밟아가며 테스트를 하면 실생활보다 훨씬 좋은 연비가 나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 쏘나타 하이브리드

요즘 공인연비는 하이브리드차가 절대로 높은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모터의 힘까지 끌어내 연비 측정을 해야만 나올 수 있는 연비니 당연하다.

그런데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처럼 토크가 강한 차는 실생활에서도 그리 강하게 밟지 않아도 충분한 출력이 나오므로 측정된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고속도로나 정속 주행을 위주로 하는 경우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를 선택하면 공인연비를 쉽게 넘고, 시내 주행을 자주 하는 경우는 하이브리드 차를 선택하는게 유리할 수 있다.

변속기를 살펴본다

자동차를 즐겁게 운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건 자동변속기의 세팅인지도 모른다. 업체간 기술격차가 크고 아직도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저속 주행과 가속을 반복하다보면 변속충격을 발견하거나 변속기가 멍하게 헛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차도 있다. 지금도 판매 중인 몇몇 국산차들은 구조적으로 누구나 느낄 정도의 큰 문제를 안고 있지만, 차량의 주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정작 구입한 당사자만 냉가슴을 앓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 폭스바겐 DSG 변속기

무단변속기(CVT)를 장착한 차에 대해선 이질감을 느끼는 운전자들이 많다. 특히 변속기 자체에서 엔진에서 나오는 토크의 상당 부분을 소모하는데다 부드러운 느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비와 주행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장차 개발을 통해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연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푸조는 MCP라는 기계식 자동변속기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연비가 크게 높아지고, 동력의 직결감도 우수하지만 몇몇 운전자들은 이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막히는 도로에선 차가 꿀럭대는 느낌이 들고, 브레이크를 떼면 차가 천천히 전진하는 크리핑(Creeping)이 발생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변속기는 벤츠가 만드는 스마트나 BMW의 SMG 기어나 페라리의 F1 기어 등이 있지만 이런 방식은 아무리 비싼 차에 장착됐더라도 비슷한 느낌이다.

폭스바겐그룹의 브랜드들이 내놓는 DSG, 포르쉐 PDK나 현대 벨로스터에 장착되는 DCT는 매우 잘 만들어진 기계식 변속기여서 그보다 훨씬 평이 좋다. 이같은 변속기는 기분좋게 운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니 반드시 한번 쯤 몰아보는게 좋다.

최근에는 6단을 넘어 9단 변속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스포츠 주행이나 일반적인 경우 모두 6단 변속기는 필수적이라 할 만 하지만 7단 이상의 변속기는 연비가 우수해진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

변속기 뿐 아니라, 막히는 도로에서는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는 스톱앤고 시스템도 짜증나게 느끼는 운전자도 많다. 정차시 발생하는 고유의 진동이나 사운드도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고속까지 가속페달을 밟아본다

실제 자동차를 운전해 보면, 일부 차들은 가속페달을 약간만 밟아도 차가 튀어나가는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진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가속페달을 10% 밟으면 10%의 출력이 나올것 같지만 실은 꼭 그렇지는 않다. 국산차 중에는 10%만 밟아도 30%의 출력이 나오도록 만들어진 차들이 많다.

▲ 아우디 R8

초반 반응을 좋게 만들어 놓으면 운전자는 ‘조금만 밟아도 차가 이렇게나 빨리?’라면서 마치 차가 잘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페달을 밟아보면 이후 가속은 의외로 맨숭맨숭한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눈속임일뿐 아니라 오히려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들어 급발진을 유발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눈속임 엔진인지를 살피기 위해선 실제로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00km 이상으로 가속페달을 밟아보며 출력이 부족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고성능 차의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느낌도 살펴야 한다. 즉시 엔진브레이크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유명 독일 수입차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후에도 한동안 가속페달이 밟힌 것처럼 동작하는 경우가 있다.

◆ 서스펜션을 살핀다

기본적으로 노면은 어떤 경우도 매끈하지 않고, 어떤 경우도 차는 직선으로 달리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서스펜션은 항상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인터넷의 일부 네티즌들은 신형 아반떼의 서스펜션의 구조가 토션빔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사실 어떤 구조의 서스펜션이 다른 구조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등한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구조였다면 일찌감치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 기아차 프라이드

어떤 전문가라 할지라도 서스펜션의 종류를 가지고 어떤 승차감을 가진 차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실제 차를 타보고 노면의 잔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해 주는지, 큰 충격을 넘고 나서 진동의 수습은 재빠르게 이뤄지는지를 봐야한다. 또 코너를 돌아보면서 차의 거동은 느긋하고 안정적인지, 움직임의 정도가 예측 가능한지 등을 모두 살피는게 좋다.

◆ 자동차 구입은 '결혼'이 아니라 '연애'

일부 소비자들은 아직도 차를 '한번 사서 평생 굴릴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차는 어디까지나 소비자 기호를 중시하는 소모품이고 짧으면 1~3년, 길어도 10년 안에 내 품을 떠날 물건이다.

신차를 살때는 총 구입 비용과 중고차 가격과의 차액을 내고 일정기간 동안 차를 이용한 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아무리 신차 가격이  싸더라도 중고차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진다면 실제는 오히려 비싼차인셈이다. 차는 구입하는 순간부터 가격이 떨어지며, 언젠간 되팔게 될 물건이므로 중고차 시세 또한 검토해보는게 중요하다.

▲ 기아차 K5

차는 앞으로 1~2년간 함께 즐기겠다는 식의 가벼운 마음으로 고르는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당분간 2인승 차나 스포츠카도 몰아보고, 그 다음에 세단을 사겠다는 식으로하면 더욱 즐겁고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