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도 왜건은 낯설다. 시승할 차도 많지 않을뿐더러 도로에서 왜건을 보는 일도 흔치 않다. 국내에서는 실용성을 강조한 왜건보다는 외관의 아름다움이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세단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차 유럽차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해치백이나 디젤 세단 등 유럽스타일의 차량이 줄이어 출시되고 있고 인기도 높다. 현대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i40를 국내에 선보였다. 실용성에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더해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 현대차 i40 디젤

◆ 다듬고 또 다듬어진 현대차 패밀리룩

쏘나타에 처음으로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쳐’란 디자인 철학이 적용됐을 때 많은 소비자들의 반감이 높았다. 이전 현대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현란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반떼, 그랜저 등을 거치면서 점차 완성도 높은 패밀리룩으로 발전했고 소비자들 많이 적응된 모습이다.

i40에서 현대차 패밀리룩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완성도도 높아서 자칫 둔하고 투박해보일 수 있는 왜건의 단점을 잘 극복한 모습이다. 세련됨은 물론 스포티함도 느껴진다.

현대차 패밀리룩의 특징은 곡선이 많은 것이다. i40 앞모습에도 수많은 곡선이 멋을 내고 있다. 입체적이기는 하나 어수선한 느낌도 든다. LED 주간주행등 마저 현란하다. 헥사고날 그릴은 과하다는 느낌 없이 잘 녹아들었다. 범퍼 하단의 모습은 레이싱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스포티함이 강조됐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최근 현대차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 현대차 i40 앞모습은 개성이 넘쳐 존재감이 뚜렷하다

옆모습은 쏘나타와 매우 비슷하다. 캐릭터라인이나 벨트라인은 거의 동일하다. 옆에서 보이는 헤드램프나 테일램프의 끝자락도 매우 유사하다. 둔해 보이는 느낌이 들지 않고 비율도 적당하다. 특히 지붕은 차량 뒤쪽으로 가면서 낮아져 속도감과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왜건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이 전혀 없다.

▲ 현대차 i40의 옆모습은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뒷모습도 화려하긴 마찬가지다. 커다란 테일램프가 눈에 띄는데 기존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다. 두터운 범퍼는 안정감을 주고 듀얼 머플러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 i40의 뒷모습은 테일램프와 듀얼 머플러가 인상적이다

◆ 고급스러운 실내…거주성도 높아

실내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크게 든다. 실내 레이아웃이나 사용된 소재와 마감을 살펴보면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우레탄이나 가죽, 알루미늄 패널을 적용했다. 각 버튼은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도 좋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내비게이션이 장착됐다. 현대차의 내비게이션 위치는 일품이다. 다만 터치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 i40의 실내는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급스럽다

계기반은 시인성이 좋다. 두 개의 원형으로 나뉘어져있고 가운데는 정보창이 있다. 정보창에는 주행 거리, 연비 등이 표시되고 내비게이션의 주행안내도 간락하게 나타나 편의성이 높다.

▲ i40 실내의 주요 부분

시트의 느낌은 다소 단단하다. 실내 공간이 워낙 넓기 때문에 불편함 없이 편한 자세로 앉을 수 있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휠베이스가 쏘나타보다 짧지만 공간은 오히려 넓게 느껴진다. 천장이 넓어서 답답함이 느껴지지도 않고 다리 공간도 충분하다. 중형차보다 짧은 휠베이스에서 이렇게 넓은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 우수한 디젤 엔진…소음과 진동 적어

시승했던 모델은 1.7 VGT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33.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는 리터당 18.0km다.

시승하면서 i40에 장착된 디젤 엔진이 유럽 메이커들의 엔진과 성격이 매우 흡사하고 그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의 강점인 높은 출력과 토크에 우수한 연비까지 더해졌다. 실제 도심 주행에서는 공인연비보다 낮은 리터당 15km 정도가 나왔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공인연비를 훌쩍 넘어선 모습을 보였다.

▲ 현대차 i40

진동과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공회전 시에는 가솔린 차량과 별반 다를게 없는 수준이다. 고속으로 주행했을 때 소음이 다소 높아지긴 하지만 진동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부족함이 없다. 잘 달리고 잘 선다. 서스펜션도 일반적인 국산차보다 단단해서 코너링에서도 차가 쏠리는 느낌이 적다. 하체의 탄탄함도 특징이다. 뒤쪽 서스펜션이 단단해 통통 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무거운 짐을 실거나 다수의 탑승객이 탔을 때는 안전성이나 승차감에 이점이 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앞으로 나간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되지만 툭툭 치고 나가는 느낌은 아니다. 주행 성능보다는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최대한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세팅된 것 같다.

◆ 실내 소음이나 스티어링휠의 이질감은 아쉬워…

속도는 무리 없이 올라가지만 고속에서 하체 소음도 크게 증가한다. 엔진 소음이 그나마 적다는 것이 다행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면 노면의 소음이 타이어, 하체를 타고 실내로 들어온다. 뒷좌석은 조금 더 심하다. 소형차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 뒷좌석에 앉은 승객은 “앞사람들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현대차의 왜건 제작 노하우가 크게 없기 때문에 소음을 잡지 못하는 것인지 왜건의 생김새에서 오는 특성인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에서 많은 왜건을 경험해 본 자동차 전문지 기자는 “이 정도면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다”면서 “유럽에서도 충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실내 소음이나 스티어링휠의 이질감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에 놀랍다. 저속에서는 너무나 가볍다.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것이 한손가락으로도 휙휙 돌아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 운전자나 노약자들을 배려해 낮은 속도에서는 스티어링휠의 무게가 가볍다”며 “속도가 높아질수록 무게감이 증가하기 때문에 조향 안전성도 우수하다”고 전했다.

고속에서는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질감이 든다. 조향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무게감이 달라질 뿐이다.

A필러가 전방 시야를 방해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좌회전할 때 몸을 움직여 A필러의 앞뒤를 확인해야 하는 꼼꼼함이 필요했다.

◆ 실용성에 편의성을 더한 친절한 i40

왜건의 가장은 미덕은 화물적재에 이점이 있는 것이다. ‘짐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한다. 넓은 트렁크는 기본이고 뒷좌석도 접을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활짝 열리는 테일게이트도 중요하다.

i40는 기본적인 실용성을 전부 갖췄다. 트렁크 바닥에는 짐을 효과적으로 실을 수 있도록 레일을 마련했다. 러기지 레일 시스템은 사용하기 간편하고 튼튼한 구조로 이뤄졌다. 또 전동식 테일게이트로 편의성을 높였다. 트렁크의 용량은 뒷좌석을 접었을 때 1700리터에 달한다. 1700리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감이 오지 않지만 BMW GT와 동일한 수치다.

▲ i40의 트렁크와 앞뒤좌석 실내공간

이밖에 전자식 파킹브레이크(EPB)와 오토홀드(AVH),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운전석 메모리시트, 앞좌석 통풍시트 등 다양한 편의사양을 탑재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눈에 띈다.

‘차가 클수록 가격이 바싸다’는 공식이 점차 깨지고 있다. 쏘나타와 뿌리는 같지만 엔진과 크기가 작은 i40는 쏘나타보다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사양 덕분에 가격이 높다. 다수의 편의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한 탓도 있다.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부담이고 가격은 크기와 비례한다는 사고방식은 현대차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현대차 i40 1.7 VGT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 : 4815×1815×1470mm
축거(휠베이스): 2770mm
윤거 앞/뒤 :1579mm/1585mm
차량중량 : 1475kg
연료탱크 : 70리터
트렁크용량 : 534~1700리터
엔진 : 1685cc 직렬 4기통 VGT
최고출력 : 140마력 @4000rpm
최대토크 : 33.0kg·m @2000~2500rpm
구동방식: 앞바퀴굴림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타이어 앞/뒤: 225/45R/18
연비 : 18.0km/ℓ
가격 : 2775~3050만원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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