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해변이 보이는 곳에 캠핑카가 설치됐다.

여름이 아니라 우기였다. 7월 찾은 바다는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다. 높은 파도에 쓸려온 미역과 해파리. 쓰나미가 따로 없었다. 얄궂은 비가 떠난 건 8월의 끝자락. 휴가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시기였다.

▲ 망상해변 풍경

 

▲ 옥계휴게소에서 본 망상해변

한국에도 동남아 뺨치는 투명 바다 있어요

바다를 찾기엔 왠지 민망했다. 휴가 행렬은 이미 한차례 빠진 뒤였다. 7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나 해보자 하고 나선 길. 그러나 뜻밖에 풍경을 만났다. 비구름으로 얼굴을 가렸던 하늘은 가을을 흉내 내며 파랗게 웃는다. 하늘이 끝나는 지점엔 쪽빛 바다가 넘실댄다. 사람들은 마치 이제야 ‘여름’이라는 듯 바다에 뛰어들었다.  

▲ 망상오토캠핑리조트의 캠핑카

 

▲ 망상해변 모래사장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 바다를 훑을 때마다 ‘망상해변’은 로망이었다. 약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 앞으로 넘실대는 쪽빛 바다가 마음을 울렁인다. 그뿐이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캠핑카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 휴양지인지 혼돈이 온다. 드디어 국내 3대 캠핑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동해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 여장을 풀었다.  

▲ 오토캠핑장 텐트 사이트

애달픈 사랑의 바다가 캠핑의 해변으로...

망상(望祥)은 ‘상서로움을 바라다’, 즉 ‘좋은 일을 꿈꾼다’는 의미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정철이 지은 시 제목에서 이름이 유래했단다. 시의 내용은 전형적인 실연의 상처를 되짚는다. 강원도 관찰사 직책을 수행하던 정철은 삼척에서 ‘소복’이라는 관기와 사랑에 빠진다. 나중에 소복을 다시 찾았을 때 그녀는 다른 유생의 첩이 돼 있었다. 옛 삼척을 뜻하는 ‘진주길’을 밟으며 정철은 애달픈 마음을 시로 남겼다. 바로 그 실연의 아픔이 담긴 바다가 ‘망상’이다.  

▲ 망상해변 송림

그러나 망상해변은 이제 캠핑의 유쾌함이 차고 넘친다. 망상캠핑장은 2002년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를 열면서 국제 규격을 갖췄다. 깨끗한 바다와 최신식 시설을 갖춘 것이 강점. 그런데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캠핑장의 느낌보다는 ‘캠핑’을 테마로 한 휴양지의 느낌이 강하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사이트가 10동에 불과하기 때문. 10월 초까지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텐트 사이트의 예약 경쟁은 치열하다. 대신 망상에는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것까지 모두 83대의 캠핑카가 있다. 그러다보니 ‘텐트’보다 ‘캠핑카’ 체험이 주가 된다. 일부 캠퍼들은 “망상에서는 ‘캠핑카’가 ‘갑’이다”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한번쯤 ‘캠핑카’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망상만한 곳이 없다. 1년 365일 북적이는 망상해변이 부담된다면 7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에 나서는 것도 좋다. 고성~속초~강릉~동해~삼척까지 7번 국도를 따라 크고 작은 항구와 이름 모를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운이 좋으면 ‘망상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나만의 해변’을 발견할지 모를 일. 마음이 끌리는 곳에 차를 세우면 그만이다.  

▲ 망상해수욕장의 맑은 물

 

솔로캠퍼 〈탑라이더 g107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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